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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왕자의 귀환

브런치 마을에서, 독후감

by 램즈이어

생텍쥐페리는『어린 왕자』의 마지막 페이지에서 사람들에게 부탁한다.

아프리카 사막을 가게 된다면 너무 빨리 지나치지 마시라고. 별 밑에서 약간만 기다려 달라고. 혹시 금발의 한 아이가 다가와 웃으며, 묻는 말에 대답하지 않는다면 빨리 자신에게 편지를 해달라고, 슬픔에 빠져 있는 자신을 내버려 두지 마시라고.

혹시라도 그 소년과 맞닥뜨릴까 하고 얼마나 사하라를 가고 싶었던가?

아! 그런데 2023년 5월 28일 브런치 마을을 거닐다가 그 소년을 만났다. 별 장식의 망토에 귀여운 검을 쥐고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는.

오늘따라 브런치 월드 구름들은 오색 창연했다. 그 찬란한 하늘 아래 예쁜 파랑나비가 나타났고, 날개 짓을 하며 따라오라는 눈치다. 녹음이 진하고 울창한 느티나무로 인도하다. 나무 그늘에서 잠시 숨을 가다듬는데 갑자기 번쩍 하고 눈이 부셨다. 흰색 노랑 주황의 빛 폭탄 같은 것이 터지며 그 광선 한가운데 어떤 형체가 보였다. 미소 지으며 서 있는 작은 소년.

눈부심이 가시고 난 후 그를 단박 알아보았다. 우리는 한참을 서로 바라만 보았다. 먼저 아이가 입을 열었다. 내 할 애기를 벌써 알아차린 듯.

“그분 이제 여기 없는 거 알아요. 저희 별에 계신걸요.”

“그런데 왜 왔어? 네 장미꽃 돌보지 않고….”

“누나를 찾으러.”

“누나도 있었어?”

“그분이 쓰지 않은 내용이 더 많아요.”

“힌트를 줘.”

소년은 대답은 안 하고 애지중지 무슨 상자를 꺼냈다. 상자에는 <빛남>이라고 적혀 있었다. 누나에게 꼭 전달해야 한다며. 누나가 지구별로 소풍 갈 때 가져가지 못했다고.

음흉한 세력들의 예기치 않은 공격으로 그만 이 상자를 바꿔치기당했다고. 그들은 비열하게 누나에게 다른 상자 <억울함>을 안겨 주었단다.

아이는 거의 울상이 되어 있었다.

“내가 찾아 줄게. 그녀의 모습을 알려 줘.”

소년이 힌트를 주었다. 요약해 보면 다음과 같다.

성품: 지구에서 가장 정의롭고 명석하고 통찰력 있고 배려심 많다.

따뜻하고 당당하되 겸손함을 잃지 않는다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사랑을 받고 있다.

취미: 초록의 강 헤엄치는 것

하얀 실내화에 고향별 풍경 그리는 것

특기: 별점의 여왕

직업: 지구별에 없는 것을 지구별에 그려준다.

기타 암호: 6년의 ECC, 6급 라이선스, 제1호

“저는 시간이 얼마 없단 말에요. 어흑.”

“울지 마, 울지 마. 내가 어떻게 해서든 찾아 줄게.”

막상 그를 달랬지만 이 넓고 넓은 지구에서 그녀를 어떻게 찾는단 말인가?

정의롭고 명석한 사람이 한 둘이어야지.

“딸랑”

핸드폰에서 얼람이 울린다.

브런치 마을 김여사의 라이킷. 그녀의 발행 글 <6급 라이선스>

‘건장한 딸 1 이 전 우주의 별들을 거쳐 지구로 왔다.’


아! 애야 애야.

어이~ 어린 왕자!

잠깐잠깐, 거기 멈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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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김춘희 브런치 작가님 5월 28일 글과 그림에서 영감을 받아 적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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