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램즈이어 May 28. 2023

어린 왕자의 귀환

브런치 마을에서, 독후감

 생텍쥐페리는『어린 왕자』의 마지막 페이지에서 사람들에게 부탁한다.

아프리카 사막을 가게 된다면 너무 빨리 지나치지 마시라고. 별 밑에서 약간만 기다려 달라고. 혹시 금발의 한 아이가 다가와 웃으며, 묻는 말에 대답하지 않는다면 빨리 자신에게 편지를 해달라고, 슬픔에 빠져 있는 자신을 내버려 두지 마시라고.

 혹시라도 그 소년과 맞닥뜨릴까 하고 얼마나 사하라를 가고 싶었던가?   

   

 아! 그런데 2023년 5월 28일 브런치 마을을 거닐다가 그 소년을 만났다. 별 장식의 망토에 귀여운 검을 쥐고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는.

 오늘따라 브런치 월드 구름들은 오색 창연했다. 그 찬란한 하늘 아래 예쁜 파랑나비가 나타났고, 날개 짓을 하며 따라오라는 눈치다. 녹음이 진하고 울창한 느티나무로 인도하다. 나무 그늘에서 잠시 숨을 가다듬는데 갑자기 번쩍 하고 눈이 부셨다. 흰색 노랑 주황의 빛 폭탄 같은 것이 터지며 그 광선 한가운데 어떤 형체가 보였다. 미소 지으며 서 있는 작은 소년.

 눈부심이 가시고 난 후 그를 단박 알아보았다. 우리는 한참을 서로 바라만 보았다. 먼저 아이가 입을 열었다. 내 할 애기를 벌써 알아차린 듯.     

“그분 이제 여기 없는 거 알아요. 저희 별에 계신걸요.”

“그런데 왜 왔어? 네 장미꽃 돌보지 않고….”

“누나를 찾으러.”

“누나도 있었어?”

“그분이 쓰지 않은 내용이 더 많아요.”

“힌트를 줘.”

 소년은 대답은 안 하고 애지중지 무슨 상자를 꺼냈다. 상자에는 <빛남>이라고 적혀 있었다. 누나에게 꼭 전달해야 한다며. 누나가 지구별로 소풍 갈 때 가져가지 못했다고.

음흉한 세력들의 예기치 않은 공격으로 그만 이 상자를 바꿔치기당했다고. 그들은 비열하게 누나에게 다른 상자 <억울함>을 안겨 주었단다.

 아이는 거의 울상이 되어 있었다.

“내가 찾아 줄게. 그녀의 모습을 알려 줘.”

 소년이 힌트를 주었다. 요약해 보면 다음과 같다.

    

성품: 지구에서 가장 정의롭고 명석하고 통찰력 있고 배려심 많다.

        따뜻하고 당당하되 겸손함을 잃지 않는다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사랑을 받고 있다.     

취미: 초록의 강 헤엄치는 것

       하얀 실내화에 고향별 풍경 그리는 것     

특기: 별점의 여왕

직업: 지구별에 없는 것을 지구별에 그려준다.     

기타 암호: 6년의 ECC, 6급 라이선스, 제1호  

    

“저는 시간이 얼마 없단 말에요. 어흑.”

“울지 마, 울지 마. 내가 어떻게 해서든 찾아 줄게.”     

막상 그를 달랬지만 이 넓고 넓은 지구에서 그녀를 어떻게 찾는단 말인가?

정의롭고 명석한 사람이 한 둘이어야지.   

  

“딸랑”

핸드폰에서 얼람이 울린다.

브런치 마을 김여사의 라이킷. 그녀의 발행 글  <6급 라이선스>

‘건장한 딸 1 이 전 우주의 별들을 거쳐 지구로 왔다.’     


아! 애야 애야.

어이~ 어린 왕자!

잠깐잠깐, 거기 멈춰!


----


이 글은 김춘희 브런치 작가님 5월 28일 글과 그림에서 영감을 받아 적은 것입니다.

작가의 이전글 블랙핑크와 생텍쥐페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