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소녀에게>
미희 양~
공부도 잘하고 노래도 잘한다며?
너 별명을 청개구리로 짓고 싶어
네 필통에선 종종 청개구리 나오고
작가님 꿈속에서 청개구리랑 노래했더래서
그때 부른 <초록빛 바다>
교실에서 하모니카랑 불렀던 <구슬비>
우리가 큰 박수 보낸 거 모르지?
너도 여기선 블랙핑크급 아이돌이야
너
작가님께 너무 야박하지 마.
(나비도 안 죽이고 열심히 노력하시는데)
계속 그러면
작가님 애독자들이 타임머신 타고 가서
너 혼내 줄 거야
신발주머니에서 두꺼비가 나올지 몰라
그런데 너 맘속으론 작가님 좋아하지?
청개구리처럼 반대로 말하는 거지?
순자 양~
작가님이랑 짝이라며?
하루하루 한순간을 잘 기억해 두어
특히 작가님 개구쟁이 일이랄지
기억에 남는 일이라면 뭐든지
수업시간에 공부 안 하고 뭐하는지 등등
나중에 미래에서 기자들이 몰려와
너를 찾을지 몰라
인터뷰 요청 쇄도
작가님 어린 시절 시시콜콜한 것 까지도
들려 달라고 조를지 몰라
영희 양~
우리는 오늘 소녀 장발장을 보았어
선생님과 작가님 선처에
보름달 같이 환해졌다고…
걱정 마
우리도 범인을 몰라
양철지붕아래
환갑 잔칫집에서 허드렛일 하고 돌아와
발개진 모습으로
쉴 틈도 없이
어린 두 동생 씻기고 있구나
우리의 어려웠던 시절
할머니 도우며
가난의 봇짐 대표로 지고 있는
비밀 천사가 아닐지
반딧불도 날개 퍼덕이며
후광을 만들고
우리 작가님께
맛난 시루떡 한 조각 건네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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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선 작가님의 브런치북 『까만 신작로』와 6월 14일 발행글 <범인은 없다>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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