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베이지 노래
<양자역학과 미시세계의 해석>을 읽고
네가 나를 떠나 버린 날
배 교수님 물리학 강의가 있었어
양자 역학과 미시세계 대한
친구들은 졸음 속으로 달음질치고
실연을 당한 나는 오히려
수업에 빠져들었지
빛은 파동이면서도 알갱이래
전파될 때는 파동으로
물질과 상호작용할 때는 입자로
상황에 따라 어느 한 가지를 취한대나 봐
엄연히 입자 족속이던
전자 중성자 양성자도 파동의 성질 갖겠다며
난리를 펴서
결국 파동 함수로 기술해 줬대
사랑도 미세히 보면 파동이며 알갱이렸다
청산유수로 흘러가던 것이
갑자기
통통 튕겨나가고 있으니
전자의 궤도나 에너지는 정수로 떨어지면서 불연속적이라
표준적 해석이 필요하게 되었대
코펜하겐 해석이라나
너의 일방적인 궤도 또한 불연속적이라
해석이 필요하네
너와 나 위원회를 만들어 표준적 해석을 해보자
원자 내부에는 물체의 여러 상태가 동시에 존재해서
서로 배타적인 두 명제를 보완적으로 합쳐야 하나 봐
대립적인 것은 보완적이래
보어의 상보성(complementarity)
이것이야말로
우리의 불협화음이 나아갈 바 아니겠어?
너의 떠남도 사랑의 어떤 상태가 아닐까?
전자의 위치와 속도를 구해 그 궤도를 그릴 수 없나 봐
하이젠베르크 왈 두 가지를 동시에 정확히 아는 것은 불가능하대
어느 한쪽을 알면 나머지는 알 수 없나 봐
전자의 궤도는 그저 확률적으로만 가늠할 수밖에
불확정성의 원리(uncertainty principle)
우리의 미래도 사실 그랬던 거지
그걸 겸허히 받아들이며
함께 가면 되지 않을까?
지구멸망 1분 전이라면
파인만은 ‘이 세상 모든 것은 원자로 이루어져 있다’라고 얘기할 거래
나는 당근 ‘이 세상 모든 것은 미세한 사랑 알갱이로 되어있다’고 말할 테야
마리 퀴리까지 앉아있는
1927년 제5차 솔베이 회의에서
아인슈타인과 보어는 논쟁을 그치지 않았대
신은 주사위 놀이 안 한다 vs 신의 일에 참견 마라
2023년 나는 솔베이지 노래를 부를 거야
네가 무슨 이유로 나를 떠났다 해도
우리의 오두막이 쓰러질 때까지
흰머리 노파가 될 때까지
나는 너를 기다릴 거야
----
배대웅 작가님 6월 18일 발행글 <자연은 확률의 지배를 받는다/양자역학과 미시세계의 해석>을 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