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나의 아이야
둘째가 고열로 앓았던 것이 불과 며칠 안된 것 같은데 이번에는 첫째가 당첨이다.
금요일 1시쯤 걸려온 전화. 평소와 다름없이 하교를 알리는 벨소리인 줄 알았는데 명량한 아이의 목소리 대신짧은 침묵에서 불길함이 느껴졌다.
“여보세요??”
“…엄마”
엄마만이 알 수 있는 말끝에 흐미한 울먹거림이 뭔가 일이 생겼구나 확신할 수 있었다.
"나 너무 어지러워서 못걷겠어" 하필 장을 보다가 전화를 받아서 팔에 걸려있는 장바구니가 달릴 때마다 덜그덕거려 거슬렸다. 발걸음을 옮길때 마다 유독 길게 느껴지는 청바지 밑단이, 갑자기 어지럽다고 하는 말이,
내일 있을 친구생일파티에 불참할 것 같은 불길함도
나를 거슬리게 했다.
학교근처에 갔을때 힘겹게 걸어오는 아이가 보였다. 강하게 내리쬐는 햇살이 머리를 누르고 있는것 처럼 아이는 고개를 들지 못하고 휘청거리고 있었다. 다이어리와 책2권이 들어있는 내 가방과 장바구니, 아이 책가방과 신발주머니를 어깨와 한팔에 간신히 걸치고 다른 한팔로는 온몸으로 기대오는 아이를 떠받치고 집으로 갔다.
하루가 지난 토요일. 거슬렸던 우려는 현실이 됐다.
나는 밤새 간병인이 되어 아침이 오는것을 보고 겨우 눈을 붙였고 아이는 친구생일파티에 가지못했다. 또 하루가 지난 일요일. 나는 역시 아이곁에서 밤을 지새웠다. 아이는 무섭게 열이 올랐고 쫄보엄마는 체온계를 내 손인 것 마냥 내려놓지 못했다. 해열제를 먹고도 열이 떨어지지 않는 아이의 몸을 물수건으로 닦아내며 내가 대신 아팠으면 하는 생각을 수 없이 했다.
초등학교2학년, 23kg가 채 안되어 마른 앙상한 아이의 몸이 참으로 애처롭다.
"엄마~ 나 빨리 나았으면 좋겠어“ 라고 말하는 아이가 안쓰러웠다. “걱정하지마. 엄마가 지켜줄께. 금방 나을거야" 안심하는 표정의 아이는 진심인 목소리로 엄마밖에 없다고 말해줬다. 열이 떨어지려는지 아직 솜털이있는 여린 등에 땀방울이 하나 둘 솟는다. 방금 머리를 감은 것 처럼 머리카락은 땀으로 젖고 수건을 깔아놓은베갯잇은 축축하다. 가뜩이나 마른 아이라 엄마입장에서는 흘리는 땀조차 아깝게 느껴진다.
아이가 아프면 평소에 가졌던, 공부를 안하고 놀기만 좋아한다는 등의 생각이 얼마나 감사한 투덜거림인지
깨닫게 된다.
아이가 아픈 시간은 한없이 겸손해지고 일상이 감사해지는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