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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 조건? 떡국과 키 크는 영양제
by
국모국경
Jan 13. 2025
딸은 자신과 절친이었던 여자 친구의 남자 친구와 사귀게 되었다.
그로 인해 딸은 절친과 사이가 냉랭해졌고 그 때문인지
다른 친구들과의 사이도 점점 냉랭해졌다.
아니 그렇다고 느꼈다. (느꼈다고 표현한 이유는 딸과 친구들의 진술이 달라서다.)
딸은 선생님을 찾아갔고 상담했다.
선생님은 학생의 고민을 들어주고 현실적 조언도 해 주었다. 그리고 절친이었다는 친구도 불러 사이좋게 지낼 수 있도록 지도했다. 그렇게 선생님은 나름의 노력을 했다.
하지만 나름의 노력이 부족했는지 딸은 부모님에게 자신의 학교폭력과 담임 선생님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고,
딸의 말은 점점 교사에 대한 불신의 싹이 되어 급기야에는 학부모의 교육활동 침해로 확대되었다.
선생님이 말했다.
저는 'ㅆㅂ'이라는 말 보다 '선생님이 선생님 답지 못하다.'는 말에 더 심한 모욕감을 느꼈습니다.
학부모에게 물었다.
"선생님의 어떤 면이 선생님답지 못 했습니까?"
학부모는 말보다 울음을 참으려는 입술의 실룩거림을 먼저 보였고 눈 빛까지 울먹이고 나서야
말을 시작했다.
"하나밖에 없는 우리 딸이, 집단 학교폭력을 당했어요.
친구 하나 없이 혼자 밥을
먹었다구요.
상상을 해 보세요."... 울먹이며 시작한 가슴 미어지는 이야기는 길었고 선생님 답지 못함의 결론은 "선생님은 우리 아이의 내면까지 살펴봐 주지 않았습니다."였다.
감정이
메말라졌을까???
부모의 가슴 아픈 사연을 무덤덤히 들었다.
그리고 두 번째 질문을 했다.
"학교폭력 신고는 하셨습니까?"
"우리 딸은 착하고 여린 딸입니다. 딸이 신고하기를 원치않아
하지 않았습니다."
담임 선생님이 내면까지 보살펴 친구들과 잘 지내게 도와줘야 할 여린 딸은 이제 고등학생이 된다.
그리고 3년 뒤면 숫자로는 성인, 어른이 될 것이다.
1. 새해 첫날 떡국을 끓였다.
'떡국을 먹어야 한 살 더 먹는다'는~ '나이를 먹어야 어른이 된다'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친정 엄마처럼 내뱉으며
한 살 더 먹기 위한 의식인 양, 떡국이 싫다는
아들들에게 강제로 먹였다.
2. 얼마 전엔 친구들과 신년 술자리가 있었다.
입 안으로 술이 들어가면, 각자 삶의 이야기가 입 밖으로 술술 되돌아 나온다.
한 친구가 딸이 키가 작아서 600만 원짜리 약을 먹인다고, 학원비에 약 값에 등골이 휘어진다. 하소연을 했다.
듣고 있던 다른 친구가 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애들 키 크는 주사가 2천만 원씩 한다고~ 어디선가 주워들은 이야기로 600만 원 친구를 위로했다.
떡국을 먹어서 나이를 먹고, 영양제 먹어서 키가 자라면, 어른이 된다???
물론 학교폭력이 일어났을 때 부모와 교사는 적극 살펴봐야 한다.
살펴봐서 경미한 학교폭력이라면 함께 문제를 고민해 주고 극복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어야 할 것이고
,
사안이 심각하다면 신속히 학교에 신고하고 가해자로부터 분리시켜 아이를 폭력으로부터 보호해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 개입해야 할 선인지 아닌지 먼저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안전한 혼자'라는 말이 있다.
사소한 문제에도 부모나 법이 먼저 개입해 아이를 온전히 보호하면
당장은 '안전'할 순 있어도 청소년기 배워야 할 갈등 해결 능력을 키우지 못하고 성장하여 결국 사회 구성원으로 '함께' 살아가지 못하고 '혼자'가 된다는 무서운 말이다.
'어른'의 본 뜻은 단순히 '나이를 먹은 사람'이 아니다.
잠깐 글을 삼천포로 새어, 조선 황진이의 시조에서 '어른'의 어원을 찾아보면
동짓날 기나긴 밤 한 허리 베어내어 춘풍 이불 밑에 서리서리 넣었다가 얼운님 오신 날 밤 굽이굽이 펴리라.
"얼운님 오신 날 밤"이란 문구가 나온다.
'어른'은 '얼운' 그러니까 '얼우다'에서 나온 말이다.
'얼우다'라는 말은 남자와 여자가 몸을 합한다는 뜻으로
결국 어른이란 몸과 마음이 성숙해서 사랑할 자유를 가지는 동시에 그에 따르는 의무와 책임을 다하는 사람으로 자기 일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을 뜻한다.
사전적 정의 또한 '다 자라서 자기 일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이라 서술되어 있다.
그러니 어른으로의 성장은
떡국으로 먹은 나이가 아니라, 주사나 영양제로 키운 키가 아니라
상처와 아물기를 반복하며 배운 책임 있는 태도에서 길러짐을...
먼저 어른이 된 우리들이 본이 되어 보여주고 가르쳐주는 게, 어른의 책무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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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경찰
국가대표급 엄마! 국가대표급 경찰!을 꿈꾸며 스스로에게 '국모국경'이라 이름 지었습니다. 나의 꿈에, 나의 별칭에, 남이야 의심하건 비웃건, 그것은 오로지 내 것이니. 또 한 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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