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한4온 - 하루가 더 온화했다.

by 국모국경



경찰이 마주하는 현장은 어렵다.

더욱이 현장 경찰은 의사결정에 합리적 판단만을 해야 하는 사람들이다.

그렇지 않으면 '다친다' (문제가 되었을 때 징계와 형사처벌을 받는다는 말이다.)


나는 책상에 가만히 앉아 서류로 사건을 본다.

그것도 이미 종료된 사안을 가지고 다음날 보는 것이다.

이 일의 명분은 현장에서의 조치가 부족함은 없었는지 시민(피해자)을 위해 한 번 더 꼼꼼히 챙겨보는 것이다. 하지만 현장의 시선으로 봤을 땐 잘못한 건 없는지 샅샅이 뒤져 지적질하는 것이다.

그러면 나는 생각한다.

세상 어려운 일을 두고, 세상 쉬운 일을 내가 하고 있구나......




출동 경찰관의 판단에 의해, 위 가정의 평화를 위해~~~~<중략>

오늘 112 신고사건처리철에서 본 문구다.

법을 집행함에 있어 재량권이 있는 현장 경찰관에게 무슨 대수로운 문구인가 싶겠지만

이건 용기 있는 조치다.

'다치지'않기 위해서는 법대로 매뉴얼대로 하면 그만인 것이다.

가정의 평화까지 고려하는 것은 선의겠지만 동시에 오지랖이다.

왜 오지랖이냐고? 무엇이 가정의 평화인가? 그걸 아는가?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가 되는 것을.

가정의 문제라 일반 사건보다 더 세심히 이것저것 살피고 재량권을 행사하여 현장에서 종결처리한 사건이 좋게 끝나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하고 뒤탈이라도 나면 가정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일순 '가정의 일로~ 취부 하여'로 변질되고 이는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은 업무처리 즉 미흡한 현장 조치가 되어버린다.

그러니 출동 경찰관의 재량권은 권한이 아니라 그저 '책임'이고 '용기'인 것이다.



반려견과 함께 가야 해요~~~~~<중략>

지난달 데이트 폭력 피해자의 이주 조건이었다.

안전을 위해 거주 이전이 절실한 상황이지만 개와 함께 갈 수 없다면 이사할 수 없다 하였다.

개와 동거 가능한 피해자보호시설이 현재로서는 없다. (서울에는 있다고는 들었다.)

이런 경우까지 경찰이 적극 개입해서 피해자의 마음을 헤아리고 보호해야 하나? 싶어. 그냥 매뉴얼대로 피해자 안전조치에 대한 법적 고지만 하고 알아서 판단하시게 그냥 놔두라고~ 현장 경찰에게 말하고 싶어진다.


하지만 현장경찰은 도움 줄 여럿 기관들을 모아 회의를 하고 이곳저곳을 찾아다니더니 개와 함께 살 수 있는 곳을 마련하였다. 우울증을 앓고 있는 48세인 그녀에게 개는 가족이자 정서적 동반자였다. 그렇게 경찰은 그녀의 특수한 속사정까지 살펴보며 집도 구하고 위험으로부터 그녀도 구했다.

여기서 또 피해자를 도와주었는데 무엇이 문제냐 궁금해하겠지만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는 예산과 인프라가 넉넉하다면 몰라도 한정된 자원에서 모든 피해자를 보호해 줄 순 없다. 예를 들면 민간경호 피해자 지원의 경우 한 사람당 1주 700만 원에서 최대 2주 1400만 원이라는 막대한 비용이 든다.

게다가 기초 수급을 받으면서도 수시로 다이어트 주사를 맞는 여유(?)를 부린 그녀를 도움이 절실한 피해자로 판단하고 결정하는 일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현장 경찰관의 판단이 옳았다. 비록 지금 병원에서 치료받곤 있지만 생명엔 지장이 없다.




현장은 자연과 닮아있다.

그래서인지 슈퍼컴퓨터가 자연이 하는 일을 온전히 막아내지 못하듯, 법과 매뉴얼이 현장에서 마주하는 일을 온전히 방어하지는 못한다. 이때 불완전한 인간이 판단하고 조치할 수밖엔 없다.

그러나 불완전한 인간의 개입이다 보니 결과 또한 불완전할 수밖에 없어 언제나 옳고 좋은 결과만을 가져오진 않는다. 잘한 일에는 마땅한 것으로 취급하여 아무 말 없다가도 옳지 못한 판단과 좋지 못한 결과에는 즉각적인 반응이 나온다. 객관적 책임과 동시에 온갖 비난이 쏟아진다.

하지만 비난이 경찰 일의 주 결말이라면 어찌 경찰이 지탱하며 버텼겠는가?

비난보다는 응원이 더 많았다.

분명! 국민들로부터 더 많은 응원을 받았기에 지탱하여 온 것이다.



새벽까지 내리던 눈이 그치고 내 창이 허락해 준 햇살이 들어온다.

3일의 추위가 지나갔나 보다. 앞으로 4일은 따뜻할 걸 보장받으니 마음도 누구러진다.

삼한사온!

자연에도 경찰 현장에도 삼한사온이 있다.

이 겨울, 추위보다 따뜻함이 더 많았고 비난보다 응원이 더 많았다.

하루 더 온화했다는 그 단단한 신뢰가... 경찰인 나의 삶을 푸근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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