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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국모국경 Dec 11. 2022

체질

비난에 대하여 허약한 체질을 가졌었다.

조그마한 비난에도 쉽게 상처받았고, 깊게 아파했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가면서 체질도 변해갔다.

지금은 비난보다 누군가의 작은 호의에도 깜짝 놀라는, 감사에 허약한 체질이 되었다



일주일에 꼭 한 번은 때 밀러 목욕탕엘 간다.

몸의 때를 벗겨내는 일이 마음의 때를 벗는 의식처럼 새벽시간대를 이용한다.

같은 요일 같은 시간대를 이용하다 보니, 나와 같은 시간대에 목욕을 즐기는 언니들과도

자연스레 인연을 맺게 되었다.

전라의 모습으로 만난, 겉치장 없는 인연은 쉬이 친해지게 되고 이름도 물어보고 연락처도 주고받는다.

하지만 주고받은 연락처는 별 쓸모도 없다.

어차피 돌아오는 한 주의 새벽이면 우린 전라의 모습으로 또다시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바카스를 나눈다.

그렇게 바카스로 시작된 정은 뭐라도 주고 싶어 하는 마음으로 동하게 되고 목욕탕에서 쓰는 각종 바디제품에서부터 떡, 과일, 빵, 영양제 등등 다채로운 음식물들까지 주고받는다.

이번에는 떡(절편)이다.

지난주 나눈 이런저런 이야기 속에 떡을 좋아한다는 말이 섞여있었나 보다. 그걸 놓치지 않고 부산 언니가 떡 나눔을 한다.

좋은 쌀을 방앗간에 가져다주었는데 떡을 얄팍하니 두어 시루에 나누어 찌지 않고 한 시루에 쪄서 요새 떡답지 않게 두껍게 되었다고~ 떡방앗간 사장님의 솜씨를 연거푸 타박도 한다.

먹다 아차 싶어 찍은... 떡 라테 ^^


감사함에 허약한 체질은 떡도, 떡에 달라붙어온 고마운 마음도, 한 번에 쪄진 떡이라 해서 한 번에 씹어 삼켜긴 아까워 최대한 맛나게 예쁘게 먹을 방법 생각해 소금 떡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말이 만드는 것이지 새하얀 절편에 들기름을 발라가면서 살짝 굽고,  색이 고운 핑크 솔트를 떡 위에 올려주는 게 전부다. 하지만 고운 마음을 감사하게 먹고 싶은 체질로의 변화에 스스로 대견해한다.





조직에도 체질이 있다. 

시대의 흐름 속에 우리 경찰도 체질개선에 한참이다.

△4차 산업혁명에 수반하는 새로운 위협의 등장 △사회·경제의 대전환 △자치경찰제 도입 등 미래 치안 환경 변화에 대응해 ‘미래·혁신·신뢰’ 등의 핵심가치를 포함한 <경찰 미래비전 2050>도 발표하였다.

그 속에는 지능형 로봇이 위험지역을 순찰하고, 실시간 정보를 전송하며, 범죄 위험지역에 순찰 드론을 우선 출동시켜 범죄를 차단한다. 물론 경찰 민원도 대화형 챗봇이 상담하고 처리한다.

그러나 이러한 미래를 대비하는 경찰의 모습은 로봇이 아니다. 도리어  경찰의 미래상으로 1) 국민에게 공감받는 2) 국민에게 따뜻하게 다가가는 3) 국민에게 신뢰받는 4) 국민과 함께 성장하는 5) 국민과 함께 준비하는 경찰을 내세웠다.


근 미래인 2035년을 배경으로 한 2004년 개봉된 영화 <아이, 로봇>에서 사이보그 형사는 말한다.

"알아요. 로봇은 합리적인 판단을 한 거죠, 로봇의 계산에 따르면 내가 살 확률은 45%였고, 새라는 11% 확률이었소. 그래도 애를 구했어야죠. 11% 확률이면 구하고도 남았다고요. 인간이라면 그렇게 했을 거요."


인간이라면...   

'인간이라면' 지녀야 할 체질, 그 어떤 시대, 어떤 순간이 와도 '인간적 체질'만큼은 잃고 싶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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