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국모국경 Mar 12. 2023

이기주의자가 갖는 어려움

주말을 내내 보고서로 낑낑거렸다


일주일 동안 던져놓은 빨래는 여전히 세탁기 속에 있고, 밥은 김밥을 한꺼번에 왕창 말아 주말 이틀을 해결했다. 토요일은 그냥 먹고 일요일인 오늘은 냉장고에서 꺼내어 프라이팬 그나마 먹을만하게 구워 아들에게 주었다. 그런데 아들이 저녁은 나가서 친구들이랑 먹겠단다.

아들의 가출을 막기 위해서라도 당분간 김밥은 말면 안 될 것 같다.



이 모든 게 보고서 때문이다

처음에는 내 생각이 무슨 천재적인 생각인 양 도취되어 20페이지나 되는 보고서를 신나게 작성했다.  

타기관을 설득시켜야 하는 보고서였다

나는 13**센터 설립이 반드시 필요하다 생각했고 타 기관은 아직은 13**을 설립하기엔 수요도 없고 예산도 없다 했다.

설치의 필요성에 대해 수요나 예산만이 아닌 다른 측면도 봐야 한다는 걸 나름의 분석으로 찾아내었고 스스로 칭찬하고 감탄하며 보고서를 만들었다.


그리고 친한 친구에게 먼저 보여주었다.

반응이 시큰둥이라 이번엔 이 보고서를 이해할 것 같은 공무원에게 다시 보여줬다.

공무원 또한 시큰둥이다.


보고서는 말 그대로 보고받는 상대를 위해 작성하는 문서이다

시보경찰 때부터 선배에게 가르침 받고 또 후배에게 대물림하듯 가르쳐주는 말이

'보고서는 보고받는 이의 입장에서 써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말을 명심하고 있고 또 그렇게 쓴다고 쓴 보고서가

정작 타인에게 수긍의 고개를 끄덕이게 하지 못했을 때... 느껴지는 좌절감

내가 4차원적인 인간은 아닌가 의심하게 된다


그런데 아니다.

4차원 세상에 살아서가 아니라 나만의 세상에 살아서 이기적인 보고서가 작성된 것이다.

이기적인 보고서란

내 생각에 매몰되어 그 생각에 합리성을 부여해 버리는, 보편타당성이 결여된 보고서다.


결국 난 주말 내내 아무것도 한 것이 없게 되어버렸다.

아 이 허무함~~~~

보고서를 잘 쓰려면 타인에 대한 공감, 타인에 대한 이해도부터 높이는 게 순서인 것 같다.


이 세상은 이기주의자로 살길엔~ 너무 불편하다는 걸 다시금 깨닫게 해 준 봄날의 주말!



함께 잘 살기 위해 필요한 13**센터 설립에 관한 보고서! 또다시 나의 생각에 매몰된 이기주의적 관점의 보고서가 아닌 상대를 이해하는 마음 가짐으로 내일 다시 써야겠다. ㅜㅜ


작가의 이전글 여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