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노는 리듬>
- 회전 초밥
일주일에 서너 번 강의를 다니다 보니, 점심을 바깥에서 해결하는 날이 잦아졌다. 평생을 구내식당에서 동료들과 함께 밥을 먹다가 퇴직 후 홀로 앉아 끼니를 때우려니 어쩐지 쓸쓸하고 어색했다. 칼국숫집에 혼자 들어가 자리를 차지하기가 미안하여 두리번거리다가, 맛집은 발길조차 쉬이 옮기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혼밥도 낯설지 않은 푸드코트 안 도시락 초밥집을 알게 되었다. 청결하고 아늑하며, 번거롭지 않은 곳이었다. 항상 같은 요일 같은 시간에 찾아가 혼자 초밥을 먹다 보니, 인심 좋은 사장이 괜스레 말을 붙이며 살갑게 다가왔지만, 그마저 마음은 조금 불편하였다.
그러다 마침내 회전 초밥집을 만났다. 이곳이야말로 내겐 안성맞춤이었다. 언제든 혼자 들어가도 어색하지 않고, 먹고 싶은 초밥을 골라 원하는 만큼 집어 들면 그뿐이다. 곁눈질할 필요도 없고, 괜한 체면치레도 없다. 입안에 초밥을 넣고 눈을 감은 채 천천히 씹으며 바다 내음을 느끼는 그 순간, 비로소 홀로 밥 먹는 즐거움이 내 것이 되었다. 이젠 오전 강의를 마치면 나만의 리듬으로 혼밥을 즐길 줄 알게 되었다.
- 인왕산 둘레길
놀이에도 저마다의 리듬이 있었다.
젊은 날엔 오직 정상을 밟는 짜릿한 순간만이 전부였다. 숨이 가빠지고 다리가 떨려와도, 온몸의 기운을 다해 오르는 그 몰입과 긴장은 정상을 밟는 그 순간의 짜릿한 쾌감이 최고였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자, 정상에 오르는 쾌감보다 둘레길을 걷는 꾸준함과 긴 호흡의 즐거움이 더 크다는 것을 알았다. 인왕산 무악재 하늘다리에서 바라보는 곡성과 봉수대의 봉긋한 자태, 소나무 숲사이로 흐르는 맑은 계곡물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배였다.
그때서야 깨달았다. 산행에도 리듬이 있다는 것을. 이제는 젊을 때처럼 무턱대고 오르지 않는다. 혈당과 갈증을 살피며 미리 준비물을 챙기고, 맨입으로는 산에 오르지 않는다. 누구나 주머니에 작은 보조제를 넣고 오르듯, 나 또한 내 나름의 리듬을 지닌다.
정상만을 향해 곧장 치닫기보다는 팔부 능선쯤에서 천천히 머문다. 거긴 지도 위에선 가파른 지점이나, 실제 오르내림의 거리는 한순간이다. 굳이 서두르지 않고 여섯·일곱 부 능선에서 오래 머물며 오르내리는 그 느긋한 산행이 내게는 더 큰 기쁨이다. 정상에 당도하는 순간을 일부러 늦추며 길게 이어가는 산행, 그것이야말로 새로운 세계였다. 정상에 오르지 않아도 이미 충분히 즐겁다는 사실을, 어느 가을날 알게 되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