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 신리성지 야외 미사

by 소설가 서기주

<당진 신리성지 야외 미사>

아침 햇살이 거실 바닥으로 깊게 스민다. 고양이 코코의 털이 눈부시게 희다. 해수욕장에서 일광욕을 즐기는 아름다운 여인들이 몸매를 뽐내듯, 둥글둥글 몸을 굴리는 코코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TV에서는 아침 프로그램이 켜져 있다. 들어도 그만, 못 들어도 그만인 일상적인 방송을 흘려들으며 카페라테 한 잔을 홀짝이는 한가로운 시간이다.

월요일이면 아이들은 출근하고, 남편은 서재에서 혼자 꼼지락거린다. 어제는 성당에서 야외 미사를 다녀왔다. 여행하기 좋은 가을, 관광버스를 타고 당진 신리성지에서 야외 미사에 참례했다. 우리 본당 전 구역이 10대의 관광버스로 나누어 타고 아침 7시에 출발해 저녁 6시에 돌아오는, 가을 여행을 겸한 성지 순례였다.

그동안 우리 성당은 야외 미사를 하지 못했다. 이전 본당신부님과 일부 신도들 사이에 심한 갈등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신부님은 훌륭한 분이었다. 주변에 알리지 않고 몇몇 뜻있는 이들과 봉사활동을 꾸준히 이어오셨다. 사람들이 꺼리는 전염병으로 낙인찍힌 이들을 돌보는 한센인 병원에서 시설물 보수와 청소 같은 잡일을 도맡고, 자신의 월급 대부분을 지원하시기도 했다. 무엇보다 강론이 구체적이었다.

“이웃 사랑은 인사와 미소입니다.” 신부님 말씀은 실용적이었고, 일상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정직하게 알려주셨다. 우리는 그 말씀에 공감했고 존경심을 보냈다. 그런데 부임 초기, 성당에서 관행적으로 해오던 전례 의식이나 평신도 조직 운영 방식을 개선하려 하면서 마찰이 생겼다. 특히 성가대 운영을 바꾸려다 고령 신도들과 충돌이 있었고, 신부님도 그 반대에 부딪혀 몹시 힘들어하셨다. 그러던 중 새로 부임한 신부님은 겸손하고 현명하셨다. 썰렁해졌던 분위기를 부드럽게 다독여, 이런 행사를 다시 열 수 있게 되었다.

세상은 함께 흘러가야 한다. 수성동 계곡에서 시작된 도랑물이 청계천과 한강을 거쳐 바다로 흘러가듯, 우리도 다 함께 흘러간다. 너도나도 같이 간다. 먼저 앞서가는 물줄기는 길을 내고, 뒤따르는 물줄기는 밀어주며 빙글빙글 먼 길을 돌아 결국 바다로 흘러든다. 시작은 깊은 산골의 자그마한 도랑, 금세 끊길 듯 이어지는 한 줄기였지만, 끝내 거대한 바다를 이루듯 우리도 너나없이 함께 흘러간다.

야외 미사에서 남은 개떡을 잘라 남편과 나누어 먹었다. 버스 이동 중에 간식으로 받았던 떡인데, 오늘 먹어보니 더 맛있다. 개떡에서 당진 신리성지의 향기가 스민다. 벌써 추억이 되었다. 행사를 준비한 이들의 노고가 이렇게 맛으로, 기억으로 드러난다. 사는 게 별거 아니다. 이런 추억 하나하나가 모여 우리의 인생이 되고, 그 속에서 살다가 자연으로 돌아갈 뿐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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