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안산테니스클럽 추계대회

by 소설가 서기주

테니스클럽 회장은 정부 공공기관의 주요 임원으로 재직하다 정년퇴직했다. 평생을 거미집 이론(Cobweb Theorem)에 기대어 살아왔다. 이는 경제학에서 가격 변동에 대해 수요와 공급이 시간차를 두고 반응하는 과정을 설명하는 이론이다. 회장은 10월의 마지막 날인 오늘, 가을 테니스대회를 열었다. 현직에 있는 사람들은 경주에서 시작된 국제행사로 분주했지만, 대부분이 퇴직자이거나 개인 사업자인 회원들은 한가롭게 경기에 참여했다. 안산 자락의 테니스 코트는 아카시아 잎이 무성했다. 아직 단풍은 들지 않았지만 산자락이라 일교차가 크고 해가 빨리 졌다.

테니스는 혼자 하는 운동이 아니다. 안산 자락길을 걷는 등산과 달리, 클럽에 가입해 복식경기를 하며 어울린다. 하지만 누구나 쉽게 함께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실력이 어느 정도 맞아야 하고, 꾸준히 나올 성실함과 사회성도 필요해 은근히 까다로운 종목이다.

“운동하기 좋은 계절입니다. 점심 드시고 바로 나오세요.”

회장은 늘 일찍 나오라고 안내한다. 보통 네 명이 모여야 복식경기를 시작할 수 있는데, 인원이 모자라면 경기가 늦어지고, 한꺼번에 너무 많이 나오면 코트가 혼잡하다. 생활 패턴이 제각각인 만큼 서로를 위한 배려가 필요하다. 이런 관계를 매끄럽게 운영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회장은 직장에 있을 때부터 테니스를 즐겼다. 평소 솔선수범하던 습관대로 코트를 손보고, 회원들을 독려해 함께 치고, 뒤풀이까지 챙기는 성격이다. 그래서 안산클럽에서도 누구보다 먼저 나와 경기를 준비하고, 마지막까지 남아 마무리 정리까지 맡는다.

‘아, 참 예의가 없군.’

클럽하우스 탁자 위에 어질러진 바나나 껍질과 쭈그러진 종이컵을 보며 회장은 중얼거렸다. 쓰는 사람과 치우는 사람이 따로 있을 리 없다. 솔선수범이 때로는 초라해 보일 때도 있지만, 누군가는 회원들을 위해 연락하고 시작과 끝을 챙겨야 한다. 이번 가을 대회 또한 신경이 많이 쓰였다. 평생 업무에 거미집 이론을 적용하던 습관대로 지난 모임을 돌아보며 경기 시간과 회식 문제를 점검했고, 이번에는 참여 인원을 정확히 파악해 필요한 만큼만 준비했다.

다행히 오늘 추계대회는 기분이 좋았다. 국가적 행사에 참여하느라 오지 못한 교수님 한 분을 제외하고는 모두 참석했다.

“회장님과 총무님, 정말 훌륭해요.”

“그래요. 다들 마음속에 고마움이 있어요.”

회원들은 경기를 지켜보며 이렇게 말했다. 올해는 코트 운영 방식이 바뀌면서 평소 잘 나오지 못하던 회원들도 시간을 쪼개 늦게라도 합류했고, 심지어 행사가 끝난 뒤에도 얼굴을 비치며 인사를 건넸다.

회장은 안도했다. 직장에서 함께하던 모임은 시간이 갈수록 흐지부지해지기 쉽다. 정답던 이들도 퇴직 후에는 조금씩 멀어진다. 그러나 동네에서 이해관계 없이 호흡을 맞추며 땀 흘리는 동호인들의 활짝 웃는 얼굴을 보고 있자니, 그저 좋기만 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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