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독중은 광화문 광장에 서 있었다.
붉은 조명이 성벽을 타고 번졌다. 사람들의 숨이 밤공기 속에서 희게 부풀었다. 형광 조끼들이 금속 펜스 곁에 곧게 늘어섰다. 휴대전화 화면들이 흔들렸다. 빛은 별처럼 떨렸고, 음악의 저음이 발바닥을 타고 올라와 가슴을 둔하게 울렸다.
"흐르게 하라. 멈추게 하지 말라."
책임자의 목소리는 짧았다. 사람은 멈추는 곳에서 쓰러진다. 흐름이 끊기면 위험이 고인다. 신호봉이 붉게 흔들렸다. 군중이 앞으로 밀려왔다. 환호가 높아질수록 펜스는 더 차갑게 빛났다. 무대 위에서는 빛이 터졌고, 길 위에서는 질서가 선이 되어 사람들의 발을 붙들었다.
강독중은 군중을 바라보다가 딸을 떠올렸다. 어린 딸이 목에 매달리던 날들이 잠깐 스쳤다. 몇 해 전의 참사가 머릿속을 지나갔다. 웃음 속에서도 어깨가 닿을 때마다 마음이 조여 왔다. 군중은 물러서지 않았다. 사람들의 발끝이 서로를 밀어 붙였다. 경비 인력들의 눈은 흐름을 놓치지 않았다. 손끝이 굳어 있었다.
광장 한가운데, 이순신 장군이 칼을 들고 서 있었다.
강독중은 그 칼을 오래 바라보았다.
반드시 죽고자 하면 살고, 반드시 살고자 하면 죽는다.
그 말은 명령이었다. 군중은 거대한 짐승처럼 웅크리고 있었다. 붉은 조명이 그 짐승의 등에 번졌다. 경비 인력들은 짐승의 가장자리를 두른 울타리처럼 서 있었다. 음악은 짐승의 심장처럼 뛰었다. 사람들의 가슴이 같은 박동으로 흔들렸다.
강독중은 신호봉을 들어 올렸다. 빛이 흔들릴 때마다 흐름이 조금씩 움직였다. 그는 사람 속에 서 있었지만, 이미 사람 하나가 아니었다. 그는 흐름 속의 한 점이었다.
그 밤의 광장은 하나의 몸이었다.
빛과 소리와 질서가 그 몸을 붙들고 있었다.
밤이 깊어졌다. 음악은 멎지 않았다.
남은 것은 환호가 아니었다.
사람들이 무너지지 않고, 끝내 서로를 버티고 있었다는 사실.
그것이 그 밤의 전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