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의 순위는 없다

병실은 외롭다

by 에쓰제이

수술실이 춥다는 건 이미 두 번의 수술실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수술실에 들어가는 순간 수술실이 생각보다 너무 추워 몸이 떨렸다.

돌이켜보면 수술실이 추웠던 이유는 수술실의 차가움보다 수술하기 전 긴장감 때문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너무 추워요.”

수술하기 전 수술을 준비하는 간호사에게 말했다.

“춥죠? 곧 마취할 거라서 괜찮을 거예요.”

나는 마취가 무섭다.

살면서 마취에 대한 두려움이 없었는데 제왕절개로 수술을 하며 하반신 마취가 풀리지 않아서 극한의 공포를 느꼈기에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마음의 준비를 했다.


“산소호흡기 할게요. “

산소호흡기를 하면 곧 마취제도 내 몸으로 들어온다는 의미이다.

두 번의 수술에서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던 죽음을 생각했다.

‘수술하다 죽을 수도 있다.’

고작 갑상선 암 수술로 죽는 사람은 없다고 착한 암인데 왜 걱정하냐고 핀잔주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막상 자신에게 닥친다면 죽음을 생각할 것이다.

착한 암은 세상에 없다.


띠.. 띠.. 띠..

기계음이 계속 들렸다.

입원하고 이 기계음 소리가 유난히 거슬렸다.

“환자분. 마취제 들어갑니다.”

티브이나 영화에서는 숫자를 세다 의식을 잃던데 나는 숫자를 셀 틈도 없이 의식을 잃었다.


“환자분. 눈떠보세요.”

겨우 눈을 뜨니 회복실에서 간호사가 날 깨우고 있었다.

“수술은 잘 끝났고요. 여기는 회복실이에요. 지금 넣는 건 마약성 마취제입니다.”

아픈 와중에 마약성이라는 말을 듣고 평생 말할 거리가 생겼다고 생각하고 있는 내가 참….. 한심했다.

뭐.. 아픈데 웃음거리라도 만들어놔야지 안 그럼 아픔에 잠식되어 버릴 뿐이다.

마약성 마취제가 들어갔지만 수술의 고통은 줄어들지 않았다.

‘존나… 씨…아파…’

평소에 욕을 쓰지 않지만, 극심한 고통에 머릿속에선 모든 아픔을 욕으로 표현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아팠던 건 이렇게 힘든데 외로이 수술실에서 버텨야 한다는 것이었다.

보호자가 없는 회복실에서 속으로 쌍욕을 하며 고통을 버티는 순간이 내 인생에서 가장 외로운 시간이었다.


인터넷에서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고통의 순위를 본 적 있다.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고통 3위는 출산의 고통이다.

난 출산의 고통을 수술이지만 충분히 느껴보았기에 이번 수술을 잘 버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시건방졌던 생각이었다.

수술 후, 회복실에서 겪었던 고통은 겪어 본 사람은 고통의 순위 저딴 건 틀렸다는 것을 알 것이다.

고통을 겪는 사람은 자신이 겪는 고통을 최고의 고통이라 생각할 것인데.. 뭐.. 나도 그랬다.


‘씨.. 너무 아프잖아!!!!! 씨!!!!!! 젠장!!!! 아파!!!!!!’

많이 순화해서 썼지만 솔직히 쌍욕만 생각났다.

무엇보다 수술 후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목소리가 나오지 않으니 인어공주 아리엘이 왕자를 위해 목소리를 마녀 어슐러에게 준 부분을 떠올렸다.

그리고 생각했다.

아리엘은 미친년이다.


“딸. 수고했어.”

회복실에서 병실로 올라오니 엄마가 있었다.

엄마에게 아프다고 칭얼거리고 싶었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고 아파서 그냥 누워있었다.

엄마가 간호병실에 있을 수 있는 시간은 20분이었는데 그 시간 동안 엄마는 무슨 생각을 했을지 궁금했다.

엄마는 괜찮냐, 필요한 거 없냐, 아프면 간호사 불러줄까를 반복하다 20분이 지났다는 간호사 말에 인사를 하고 병실을 나갔다.

엄마가 가고 눈물이 나왔다.

아이가 있는 엄마이면서 아직도 엄마에게 칭얼거리고 싶은 걸 보니 난 철들려면 멀었다고 생각했다.


새벽동안 잠을 자지 못했다.

아파서 잠이 들어도 금방 깼고 혼자 있는 병실에서 멍하니 누워있을 수밖에 없었다.

계속된 고통에 몸이 적응을 한 건지 둘째 날부터는 이 고통은 껌이겠거니 하며 버텼다.

수술 자국이 터질 수 있었기에 몸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었음에도 혼자 모든 것을 했다.

쓸데없이 바쁜 간호사 선생님들을 부르기 싫었다.

이 정도는 다들 버틸 텐데 유난 떠는 건 아닌가 자체검열을 한 것도 있다.

내 고질병인 자체검열. 지긋지긋하다.

호출벨을 너무 누르지 않는 내가 걱정된 간호사 선생님들은 조금이라도 힘들면 무조건 누르라고 말을 하고 나갔다.

“조금이라도 아프면 벨 눌러요. 알겠죠?”

외로운 병실에서 그래도 버틸 수 있었던 건 병원의 천사 간호사 선생님들 덕분이었다.


멍하니 누워만 있으니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책을 읽을 수 있는 상황, 티브이나 유튜브를 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기에 내가 할 수 있는 건 공상뿐이었다.

MBTI에서 극 N이 나온 나는 공상을 하는 게 병실에서 큰 이득이라는 걸 깨달았다.

공상 만세! N 만세!

공상을 하다 자책도 했고 후회도 했다.

그리고 퇴원하고 회복하면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무조건 다 해보겠다고 결심했다.

취미, 특기도 제대로 모르는 인간으로 죽는 건 죽도록 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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