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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르클레어 Sep 26. 2024

우울증 환자에서 암환자가 되었습니다.

다이나믹 라이프

불행은 한꺼번에 몰려왔다.

겨우 한 퀘스트를 깨서 행복해하면 더 힘든 퀘스트가 있었다.


위에 혹이 발견되어 수술했던 경험이 있기에 나는 건강검진을 매해 받는다.

건강검진은 매번 떨린다.

하지만 작년 건강검진에서 큰 문제가 없었고 이번에도 없을 것 같았다.

이번 건강검진에서 목에 혹이 있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듣긴 했지만 큰 걱정은 하지 않았다.


이주 뒤, 건강검진 결과를 듣기 위해 다시 병원으로 갔다.

초초하게 내 차례를 기다리다 진료실로 들어갔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자~건강검진 결과를 볼까요.”

건강검진 결과는 참담 그 자체였다.

작년 건강검진에서 분명 문제가 없었는데 이번에는 문제가 넘치다 못해 흘렀다.

‘뭐야? 건강검진 병원이 달라서 이런 거야??’

특히 갑상선에 발견된 혹이 제일 큰 문제였다.

의사는 모양이 의심된다며 소견서를 써줄 테니 큰 병원에 가보라고 했다.

가벼운 마음으로 갔는데 무거운 결과가 돌아왔다.


“대학병원이요? 혹시 암일 수도 있나요?”

청천벽력은 그 순간 제일 잘 어울리는 말이었다.

애써 눈물을 참고 있는 나를 보던 의사는 혹일 수 있으며 자신도 혹이 있지만 사는데 문제없다며 위로했다.

“걱정 말아요. 나도 머리에 혹이 있고 혹 달고 살고 있어요. 그래도 잘 살아요. 혹일 수 있으니 걱정 말고요. 우리가 잘못 볼 때도 있어요.”

그리고 소견서를 써주었다.

소견서를 받고 병원에서 나왔다.

누군가 나를 때린 것도 아닌데 뒤통수를 망치로 쎄게 맞은 것처럼 얼얼했다.

암일 수 있다는 결과를 받았으니 눈물이 나와야 하는데 감성보다 이성이 앞섰다.

이런 순간에도 이성이 앞서는 걸 보면 mbti는 정확하다.

 

“병원부터 알아보자.”

네이버에 가까운 대학병원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병원을 알아보는데 눈물이 나오려고 했다.

하지만 지금 울면 암이라고 인정하는 것 같았기에 참았다.

눈물을 꾹 참고 검색한 대학병원에 전화를 걸었다.

검색한 모든 대학병원의 예약은 기본 이주일은 꽉 차있었다.

좌절은 금물이라지만 좌절이 절로 되는 상황이었다.

‘암일 수도 있다는 것도 서러운데 예약도 이렇게 힘들다니!’

짜증이 났지만 포기 할 수도 없다.

정신을 부여잡고 다른 병원에 전화를 걸었다.


하늘이 날 불쌍하게 여겼는지 다음 주 예약시간을 잡을 수 있었다.

“내분비내과 예약은 2주 뒤에 가능해요. 어? 방금 다음 주에 한자리 비었는데 시간 괜찮으세요?”

“네! 돼요! 무조건 잡아주세요.”

전화를 끊고 최대한 긍정적 회로를 돌리며 집으로 돌아왔다.

‘좋은 쪽으로 생각하자. 혹일 수 있다잖아.’


“흠~ 사진 먼저 볼게요.”

대학병원 내분비과 교수가 소견서와 미리 낸 엑스레이 사진을 유심히 보았다.

“암 맞네요. 혹이라면 타원형 원이지만 이렇게 지저분하고 동그란 원이면 암이에요. 세침검사 해야 할 것 같아요. 예약 잡을게요. “

“네? 암이요? 제가요? 세침검사요? “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했는데 내 징크스는 정확했다.

좋은 쪽으로 생각하면 나쁜 결과를 받는 징크스.


아무 일도 없을 거라고 큰소리치며 혼자 왔는데 괜히 혼자 왔다.

암이라는 결과를 받고 펑펑 울거라 생각했는데 눈물이 나지 않았다.

꿈이라고 생각했다.

‘이건 꿈 아닐까?’

믿을 수 없었다.

가족력도 없고 평소에 갑상선 문제가 있던 것도 아니었다. 난 언제나 건강했고 운동도 꾸준히 했다.

그런데 그런 내가 갑상선 암이라니.

의사의 이야기를 마저 듣고 덤덤한 모습으로 진료실을 나왔다.

그리고 간호사와 세침검사 예약을 잡았다.

암이라는 결과 때문인지 다행히 세침검사 예약은 빨리 잡혔다.


예약을 끝내고 나오면서 병원을 둘러보았다.

대학병원은 컸고 아픈 사람은 많았다.

“아픈 사람이 많은 큰 건물에 앞으로 자주 와야 되겠구나.”

아프니깐 청춘이 아니고 아프니깐 병원에 왔고 암이라는 결과를 받았으며 수술을 받아야 했다.

“정말 최악의 상황이면 방사선이라는 것도 할 수도 있겠지.”


병원에 들어갈 땐 건강에 문제가 있는 사람이었는데 병원에서 나올 땐 암환자가 되어있었다.

현실을 인정하자 덤덤했던 감정이 한꺼번에 터졌다.

한참을 울다가 남편과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나 갑상선 암 이래. 어떻게.”

‘이런 결과였으면 보호자인 남편과 함께 왔어야 했어. 괜히 센 척했어.’


버스 타고 돌아오는 길의 세상은 모두 회색이었다.

나는 암환자다.

“인생 드럽게 다이나믹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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