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옳다, 옳다, 옳다, 어? 틀렸다고?
사람들은 우스갯소리로 이런 말들을 한다. "책 한 권만 읽은 놈이 세상에서 제일 무섭다.", "무식한 놈이 신념을 가지면 무섭다." 당신은 이 말을 듣고 웃었나? 이런 사람이 무서운 이유를 정리해서 말하라면 말할 순 없지만 우리는 느낌으로 알기에 웃을 수 있다. (웃지 못했다면 더 많은 책을 읽길 바란다.)
'보고 싶은 것만 본다', '듣고 싶은 것만 들린다', '아는 것만 보인다'라는 격언도 있다. 이쯤에서 생각해 보자. 우리의 신념과 가치관을 포함한 모든 생각들은 옳은 것일까? 오늘은 이러한 현상을 다루는 확인편향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1. 확인편향
확인 편향은 내가 믿고 있는 것만 옳다고 생각하는 경향이다. 워딩 자체로만 보면, 다소 어리석어 보이면서 나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늘, 언제나 확인 편향에 갇혀 산다. 그 이유를 간단히 말하면, 모든 생각을 의심하면서 반증해보는 사는 것은 너무도 피곤하기 일이기 때문이다(뒤에서 다룰 예정). 피터 C. 웨이슨은 확인편향을 처음으로 실험을 통해 증명해 냈다.
확인 편향은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아주 자연스럽게 발생한다. 생각(가설)이 떠오르면 그 생각을 확인시켜 줄 증거들만 수집한다. 가설이 옳다는 데이터들만 확인하고는 결론을 내린다. 내 가설이 옳다고. 하지만 데이터를 확인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내가 세운 가설이 틀리지 않았는지 반대 측에서 반증을 시도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요점은 간단하다. 주어진 데이터에 적용할 수 있는 가설이 무수히 많을 경우, 가장 먼저 떠오르는 첫 번째 가설 하나만을 고집한다면 결코 정답을 찾아낼 수 없다는 것이다.
2. 확인 편향의 사례
에비앙
2004년 영국에 유포되었던 에비앙 생수 광고에는 '에비앙을 하루에 1리터씩 추가로 마신 사람 중 79%는 피부가 매끈해져 더 젊어 보이는 효과를 경험했다고 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당신은 이 광고를 보고 에비앙을 구입할 것인가?
해당 카피라이트는 아주 설득력 있는 주장 같지만, 특정 주장을 지지하는 증거만 제시함으로써 의도적으로 소비자들을 오도하는 사례이다. (실제로 광고 마케팅에서 주로 활용되는 방식)
조금만 생각해 보면 어떤 물이라도 그저 1리터씩 추가로 마시기만 한다면 피부가 더욱 좋아질 수밖에 없음을 알게 될 것이다. 에비앙 광고를 접한 뒤 다른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은 소비자들은 확인 편향의 희생자가 되는 것이다.
나쁜 '피'
가설을 확인만 하려는(반증하려 하지 않고) 편향은 개인에게서만이 아니라 공동체에서 집단적으로 발생하기도 한다. 이러한 사례로 자주 인용되는 것이 방혈이라는 관행이다. 고대부터 19세기 후반에 이르도록 서양의 의사들은 환자의 '나쁜' 피를 뽑아내면 병이 낫는다고 믿었다. 너무나 터무니없지만, 피를 뽑아 호전된 사람은 방혈 때문에 나았으리라 판단하고 호전되지 못한 사람은 다른 요인 때문이라 생각했다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이 오산이라는 것을 안다. 과거의 치유자들은 방혈 요법을 받지 않을 때 어떤 일이 생기는지 확인하려 하지 않았다. 그저 방혈이 효과적이라는 가설을 지지하는 증거만 보고 싶어 했던 것이다.
3. 확인 편향이 해로운 이유
개인적 차원의 피해
확인 편향에 빠지면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부정확한 눈으로 바라보게 된다. 사람들 대부분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인생이라는 여정에서 어디만큼 와 있는지 알고 싶어 한다. 하지만 확인 편향에 빠지면 지나치게 자만하거나 반대로 자신을 지나치게 나약한 존재로 바라보기 십상이다.
스스로 우울하다고 믿기 시작하면 미래를 굉장히 비판적으로 예측하게 되는 나머지 재미있을 만한 활동을 모두 피하며 우울한 사람처럼 행동한다. 자신의 역량을 평가할 때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역량을 의심하기 시작하면, 더 좋은 위치로 갈 수 있는 기회가 오더라도 위험 감수를 하지 않으려 들 것이다.
반대 상황도 다르지 않다. 자기 능력을 과대평가하면, 실패 경험을 죄다 무시한 채 성공했던 경험만 선택적으로 기억하게 되고 그러면 결국 자신을 돌아보고 더 멀리 나아갈 기회가 없어지고 만다. 이러한 악순환 때문에 이 책의 저자는 확인 편향이 최악의 인지 편향이라고 말한다.
사회적 차원의 피해
인종, 나이, 성적 취향, 사회경제적 배경에 근거한 고정관념이 사회에 악영향을 미치는 모습은 주변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소수 집단에 속한 사람들에게 어떤 분야에 참가할 기회조차 주지 않는다면, 당연히 그 부문에서 성공하는 소수 집단의 사람은 없을 수밖에 없다. 이로써 발생하는 문제는 사회의 명성에 타격을 입히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폭넓은 인재 풀을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었을 가능성도 놓치게 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