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계획, 내러티브하게

결정권자 또한 사람이다.

by Yeonkor



일단 무조건 많이


우리는 종종 '불안'을 '두께'로 해소하려 합니다.


사업 계획서를 쓸 때 머릿속의 모든 지식을 쏟아붓고, 수백 장의 슬라이드를 만들며 "이 정도면 완벽해"라고 스스로를 다독이죠. 하지만 냉정한 순간이 필요합니다. 많은 정보 뭉치가 정말 우리의 비즈니스를 성공으로 이끌어줄까요? 아니면, 이는 단지 '예측했다'는 자기 위안에 끝날까요?


현대 비즈니스 환경은 그 어느 때보다 복잡하고, 상호 연결되어 있으며, 변동성이 높습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많은 기획자와 경영진은 여전히 과거의 유물인 '완벽한 계획서'에 집착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사업 계획서를 작성할 때 우리는 종종 머릿속에 떠오르는 모든 지식과 정보를 방대하게 나열하여 불확실성을 통제하려 시도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의 실패를 수 많이 본 이유는, 본질이 없다였습니다.




정작 읽는 사람은 힘들다.


많은 기획자가 책상 앞에 앉아 고독한 싸움을 이어갑니다. 저도 학생들에겐 데스크 리서치를 가르칠 때가 가장 어렵습니다. 사람은 추상적인 지식 노동을 홀로 맞다뜨릴 때, 편향에 빠지기 쉽고, 방향성을 자주 엇나가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머릿속에 가득한 아이디어를 끄집어내어 하얀 화면을 채우다 보면, 어느새 우리는 중요한 사실 하나를 잊곤 합니다. "이 계획서는 나 혼자 읽으려고 쓰는 것이 아닌데..*라는 팩트입니다.


나르시시즘에 빠진 계획서는 외롭습니다


사업은 결코 혼자 하는 예술 활동이 아닙니다. 수많은 이해관계자(Stakeholder)가 얽혀 있고, 그들의 동의와 협력이 있어야 비로소 엔진이 돌아갑니다. 그래서 경험많은 사람들은 업무(Task) 뿐이 아닌, 주어진 환경자체를 고려하며 태스크를 수행합니다. "어디까지가 내가 할 수 있는일이지?" , "어디까지가 의미있는 일일까?"를 현실적으로 다자관계로 이해합니다. 그리고 가장 어려운 부분은 시니어들도 종종 자신의 아이디어에 도취되어 독자 즉, '계획서를 읽는 사람'을 망각합니다.


내가 아는 지식을 쏟아붓는다고 해서 상대가 이해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것은 지식의 자아도취인가요? 아니면 자기만족인가요? 그냥 던지기식인가요?


진정한 계획서는 단순한 정보의 나열이 아니라, '독자의 눈높이에 맞춰 설계된 전략적 이야기(Narrative)'여야 합니다. 우리가 쉽게 빠지는 편향은 회사의 일과 같이 어렵고 무거운 일은 글의 표현또한 무겁고 양도 많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기업도 사람도 각자의 시선과 자아가 있습니다. 그들의 시선에서 이 계획이 어떤 가치를 주는지 설명하지 못한다면, 그 글은 그저 '잘 쓴 일기'에 불과할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가장 중시되는 보편성은 '단순 명료하며 쓸모있는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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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읽어보실래요?


현대 비즈니스는 정보 부족이 아니라 정보 과부하(Information Overload에 중독되어 있습니다. 빅테크가 촉발한 정보 산업의 중요성은 많은 기업들로부터 파편화되고 불분명한 정보들을 무작정 수집하게끔 오해하도록 행동하게 만들었습니다.


가트너(Gartner)의 조사에 따르면, 디지털 노동자는 절반 가까이가 너무 많은 정보 속에서 정작 필요한 '맥락'을 찾지 못해 고통받고 있습니다. 여러분도 그러시나요? 2025년을 살고 있는 우리는 대화형 인공지능(LLM)의 사용때 그러한 현상을 가깝게 느낍니다. 잘못된 프롬프트의 난사와 수 많은 응답은 '나란 사람이 원하는 방향'자체를 왜곡시키고 흐리게 만듭니다. 애초에 답도 읽지않는게 부지기수입니다. 이러한 문제점은 개인뿐이 아닌 기업에서도 큰 문제를 야기하게 만들었습니다. 너무 많은 데이터와 옵션이 주어졌을 때, 최적의 해를 찾으려는 강박으로 인해 의사결정이 지연되거나 아예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현상입니다. 제가 최근에 심하게 걸려버린 병입니다.


경영학에서는 '분석 마비(Analysis Paralysis)'라고 부릅니다. 완벽한 확신이 들 때까지 의사결정을 미루는 사이, 기업이 지불해야 하는 비용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맥킨지의 연구에 따르면 포춘 500대 기업이 의사결정 지연으로 낭비하는 비용은 연간 약 3,500억 원에 달합니다. 또한 시간 지연은 연간 약 530,000일에 달한다고 합니다. 따라서 필요한 데이터만 선정하고 그것을 이용해 판단하고 의사결정하는 것이 AI 시대의 우리가 연습하며 받아들여야하는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무조건 많이 담으려는 시도는 게으름의 다른 이름일지도 모릅니다. 진짜 기획자는 정보의 수집가가 아니라, 정보를 편집하고 결단하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데이터 주도(Data-Driven)와 데이터 함정


많은 기업들이 '데이터 주도 의사결정'을 표방하며 더 많은 데이터를 수집하려 합니다. 그러나 Forrester의 연구에 따르면, 데이터의 양이 늘어난다고 해서 의사결정의 질이 비례하여 높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MIT Sloan Management Review의 연구는 직관과 데이터가 상호 배타적인 것이 아니라 보완적 관계임을 강조합니다. 진정한 데이터 주도 기획은 데이터를 맹목적으로 따르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직관으로 수립한 가설을 데이터를 통해 검증하고, 데이터가 설명하지 못하는 맥락을 직관으로 채우는 과정입니다.


개인과 기업은 데이터를 정제하고,판단하여 의사결정 후 실행하는 것에 대한 준비가 되어있어야 합니다.

팔란티어와 세일즈포스 같은 에이전트들이 파괴적인 혁신을 대중화시키는 것과 그 흐름이 일치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계획에서 논리있는 이야기를 채웠다면, 내러티브한 이야기를 만들어야합니다. 사람은 뻐꾸기같은 반복적인 소리보다는 '독자의 흥미를 집중시키고, 기승전결'이 완벽한 스토리텔링을 선호합니다.

우리는 내러티브한 자세에 피칭에 집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불렛 포인트의 종말, '내러티브'의 시작


아마존의 6-Pager(6페이지 메모) 기법을 들어보셨나요?


제프 베조스(Jeff Bezos)는 2004년부터 사내 고위 임원 회의에서 파워포인트(PPT) 사용을 전면 금지했습니다. 그는 "파워포인트의 불렛 포인트(개조식 나열)는 아이디어 간의 논리적 연결을 끊고, 깊이 있는 사고를 방해한다"고 비판했습니다. 사실 너무나도 당연한 일상과 같은 발표가 저 지구 반대편에서는 극도록 혐오하는 화법이었던 것입니다. IT 산업과 같은 정보 산업에서는 일부 화자가 대다수의 독자와 눈높이와 표현 방식이 다릅니다. 개발자들의 디자인 패턴이라는 표현이 같은 기업내의 디자이너와도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이죠. 즉 사일로 문제에 빠져버린 것입니다.


당연하게도 기술 중심적 사고에 빠진 많은 IT 기획자들이 간과하는 부분입니다. 아무리 훌륭한 기술적 아이디어라도, 이해관계자(Stakeholder)를 설득하지 못하면 사장됩니다. 이렇기에 내러티브가 필요합니다.


PMI(Project Management Institute)의 연구에 따르면, 이해관계자 관리 미흡은 프로젝트 실패의 주요 원인 중 하나입니다. 프로젝트 성공을 위해서는 초기 단계부터 이해관계자의 기대치를 파악하고, 계획을 접하는 사람의 관점에서 가치를 증명해야 합니다.



계획서는 기획자의 지식을 자랑하는 공간이 아니라, 독자(의사결정자, 투자자, 팀원)의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음을 증명하는 설득의 공간입니다.




6-Pager의 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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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의 6-Pager는 [ 1. 서론(Introduction) ] , [ 2. 배경(Context) ] , [3. 가설(Hypothesis) ] , [ 4. 데이터 및 분석(Data & Analysis) ] , 그리고 [ 5. 결론(Conclusion) ] 으로 이어지는 완벽한 서사 구조를 갖춥니다. 구성이 명확하게 템플릿화가 되어있다면, 전사적으로 어떤 계획 공유도 독자들은 내용에 대한 흡수 능력이 더 좋을 수 밖에 없습니다. 어떠한 내용도 6페이지 안에 위와 같은 구조로 들어올 것이니깐요.

흥미로운 점은 단순하게 6 페이지로 만들어진 계획서들은 별도의 발표가 필요 없고 안내도 필요 없습니다. 그저 회의의 시작과 동시에 약 30분간 침묵 속에서 참석자 전원이 6-Pager를 정독합니다. 발표자의 프레젠테이션 스킬에 현혹되지 않고, 오직 '글의 논리'와 '아이디어의 본질'에만 집중한 참여자의 역량만으로 흡수시킵니다.


왜 이렇게 하는 것일까요? 계획은 만약 실행이 된다면 제품과 사업으로 귀결됩니다. 첫 단계에서 프로젝트 발의자의 의도를 내부 팀원이 이해하지 못한다면, 결국 최종사용자(End-user) 를 이해시키는 것은 더욱 어렵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오류 투성이 계획을 초기에 필터링하여 리스크를 낮출 수 있습니다.


또한 모든 참석자가 거의 동일한 수준의 공감대를 갖고 시작합니다. 주어진 정보도, 글에 대한 이해도도 말이죠.

서로가 어떠한 말을 하더라도 이해 수준이 같으므로 고차원적인 논의가 가능합니다.


6페이지의 글을 논리적으로 완성하는 것은 PPT 몇십 장을 만드는 것보다 훨씬 어렵습니다. 요약이란 발표자가 파편화된 정보를 스스로 정리하고 우선순위를 부여하는 고급 기술이기 때문입니다. 6 페이징 작업이 조직내에서 반복적으로 훈련된다면 기획자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스스로 검증하고, 논리적 허점을 발견하게 됩니다. 단순히 리스크를 낮출 뿐만 아니라 개인의 역량 성장을 조직 문화가 제공한다면 이보다 멋진 회사가 어디있을까요? 저는 6-Pager에 크게 공감하는 편입니다.





Source: Fact of the Day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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