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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트립 Apr 21. 2022

내 차로 가는 거제도 섬속섬 여행지, 세 곳

섬이 섬을 부른다

퇴직 후 '한달살기 전국일주' 중입니다. 한달살이와 여행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거제도가 우리나라에서 제주도 다음으로 큰 섬이란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우리나라 전역에서 블랙홀처럼 사람들을 빨아들이는 마력의 섬 제주도의 독보적 지위와 대조되게 거제도는 관광지로 별로 주목받지 못했다. 그저 남해의 여수나 통영의 어드메쯤 있는 지역으로, 그나마 조금이라도 한국지리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부산 아래 있는 '좀 큰 섬'쯤으로 여겨졌다.


거제는 섬이되 섬이 아니다. 하루가 다르게 새로 들어서는 교량과 도로 덕분에 부산에서 가덕도를 지나 해저터널과 거가대교를 통과하면 1시간이 안 걸려 거제도에 닿는다.


섬이 섬을 부른다


거제도의 대표 관광지는 어딜까? 단일 명소로는 옛부터 해식동굴과 기암절벽의 경승지 해금강이 제일 유명하다. 아니 요새는 그 지위를 바람의 언덕에 내어준 듯하다. 까무잡잡하고 동글동글한 자갈로 된 몽돌해변들도 거제의 보석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꼽는 거제 최고의 경치는 여차홍포전망대에서 보는 대소병대도의 바다 비경이다.


여차홍포전망대에서 본 대소병대도


거제 제1경이라 할 여차홍포의 전망 못지않은 '닮은꼴 바다 비경'을 거제의 다른 곳에서도 볼 수 있다는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알알이 박힌 섬들과 어우러진 몽환적인 바다를 보여주는 뷰 포인트가 여차홍포 외에 또 있다는데 찾아 나설만하지 않은가. 그곳은 다름 아닌 거제의 또 다른 섬들이다. 거제에 오니 섬이 섬을 부른다. 섬 속의 섬, 칠천도, 가조도, 산달도로 가보자. 여차홍포 비경과 비교해보러.


원 지도 출처 : 거제愛빠지다(가이드북 p101, 거제시)


3색3섬 여행


섬으로 가려면 배를 타야 한다고? "NO. NO." 거제의 부속섬 중 가장 큰 세 개의 섬인 이들 섬은 거제에서 내 차로 달려갈 수 있다. 연륙교 덕분이다. '섬속섬 여행'에서 '멋들어진 연륙교 사진'은 덤이다. 똑같은 섬은 없다. 개성도 제각각인 세 개의 섬을 찾아, 3색3섬 출발~


칠천도에 가는 순간, 삼단섬여행이 시작된다

[칠천도 여행 코스]
거제칠천도 연륙교 - 씨릉섬/옥계해수욕장 - 칠천량해전공원/전시관 - 황덕교/황덕도 - 수야방교/수야방도 - 물안해수욕장


하청면 실전항에서 칠천연륙교를 건너면 칠천도를 만나게 된다. 거제의 부속 섬 중 가장 큰 섬이다. 연륙교를 지나 시계 방향으로 일주를 시작했다. 얼마 못가 차를 세운다. 유채밭과 바다를 놓칠 수 없지. 유채와 뭐든 안 어울릴까만은 유채와 바다는 환상 짝꿍이다.


칠천연륙교를 건너자마자 만나는 칠천도의 시그널 경치


칠천도에서 꼭 가봐야 할 곳은 칠천량해전공원이다. 임진왜란 7년의 해전사 중 유일하게 우리 수군이 패배한 전투인 칠천량해전을 기억하기 위한 공원이다. 전망대에 오르기 전에 '진짜로' 숨어있는 해변 하나를 찾아보자. 한없이 잔잔하고 얕은 물과 곱디 고운 모래로 된 옥계해수욕장이 살짝 몸을 돌려 앉아 있다.


씨릉섬을 잇는 다리가 공사 마무리를 앞두고 있었다. 계단길을 5분도 채 오르지 않아 살랑거리는 연둣빛 어린 댓잎 위에 앉은 바다와 씨릉섬을 만나게 된다. 씨릉섬까지 다리가 개통되면 거제도에서 칠천도, 칠천도에서 다시 씨릉섬까지 3개의 섬을 연달아 가는 삼단섬 여행이 가능해진다.


칠천량해전공원 오르는 길. 폭신폭신한 댓잎 위에 앉은 바다와 씨릉섬


내가 뽑은 거제 3대 예쁜 해변 중 하나인 옥계해수욕장(나머지 2개는 앞 글에서...)


칠천량해전공원 전망대에서 보는 바다 절경


황덕교(왼)를 건너 황덕도로, 수야방교(오)를 건너 수야방도로 갈 수 있다.


칠천도의 3개의 연륙도(원 지도 출처 : 거제愛빠지다(거제시))


칠천도의 삼단섬 여행은 씨릉섬뿐만이 아니다. 황덕도항에서 연륙교를 건너면 칠천도에 딸린 섬 황덕도까지 갈 수 있고 노란색의 아치 수야방교를 걸어 수야방도의 흙을 밟아볼 수 있다.


언덕과 바다를 오르내리는 다이나믹한 섬 드라이브가 궁금하다면, 가조도


[가조도 여행코스]
가조연륙교 - 수협효시공원 - 노을이 물드는 언덕 - 계도어촌체험마을


거제도 본섬에서 바다와 보색 대비 화려한 가조연륙교를 만나면 저절로 카메라 셔터를 누르게 된다. 다리건너자마자 만나는 수협효시공원이 가조도 최고의 전망대다. 시래산과 지도(섬 이름)를 배경 삼아 바다 위에 떠 있는 노루섬과 멍에섬의 바다 경치는 여차홍포 바다 전망에 견줄만하다. 여기에서 가조연륙교의 전신샷도 찍을 수 있을 뿐 아니라 가조도에 대한 속성 사전학습도 가능하다. 바다를 보면 커피가 당기는 사람을 위해 카페도 입점해 있다.


가조연륙교


수협효시공원에서 본 노루섬과 멍에섬


가조도는 거제도의 북쪽에 있고 거제 중심이나 부산에서의 접근성이 좋다. 그래서인지 고급스런 펜션들이 더러더러 있었다. 그냥 바다가 아니라 특별히 심심한 바다를 즐기고 싶은 사람들이 찾을만한 곳이다. 다만 유난히 굴곡  지형 때문에 울퉁불퉁 솟은 산지를 오르락내리락하는 사이 어느새 수직 아래 해안에 닿게 되니 운전자는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다이나믹하고 스릴 넘치는 섬 드라이브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세 개의 봉우리, 세 개의 달, 세 개의 마을을 가진 섬, 산달도


[산달도 여행코스]
산달연륙교 - 산전마을 -실리마을 - 산후마을 -산달연륙교(7km. 도보 2시간30분 소요)
* 등산길 : 산전마을 -> 산후마을(4km, 2시간30분 소요)


산달도 다리는 비교적 최근인 2018년에 만들어져 나름 조형미가 있다. 개의 봉우리 사이로 개의 달이 뜬다하여 삼달도라 불리다가 산달도로 바뀌었다고 한다. 산달도에는 세 개의 마을이 있다. 산달연륙교를 건너 반시계 방향으로 돌면 산전마을, 실리마을, 산후마을을 차례로 만난다.


산달도 해안일주도로


산달도는 자동차로 섬 해안을 따라 한 바퀴 돌기 딱 좋은 섬이다. 물론 걸으면 더 좋다. 산달도의 산전마을에는 굴 작업장과 위판 공장들이 많다. 아니나 다를까 굴 양식을 위한 지주대는 산달도 바다의 설치 미술 작품이다. 바닷가에 쌓아 놓은 굴 껍데기 담 또한 산달도에서만 볼 수 있는 진풍경이다.


굴 양식을 위한 지주. 마치 바다 위 설치미술작품인 듯.


산달도의 굴 양식장


산달도에서 흔하게 만나는 굴 껍데기 더미



 

거제도는 그 자체가 섬이고 행정시이다. 거제도 안에 딸린 섬이 큰 것만 헤아려 9개가 있다.

시계 방향으로, 칠천도, 저도, 이수도, 지심도, 내도, 외도, 산달도, 화도, 가조도


이 중 외도는 일찌감치 유명세를 탔고 내도와 동백섬 지심도도 변치 않는 인기를 누려왔다. 대통령 별장이던 저도는 최근 개방되어 주말이면 사람들을 실어 나르느라 유람선이 바쁘다. 요즘 뜨는 '1박3식'의 섬 이수도도 있다. 이들 섬에 가봤다면 거제 여행 초보 딱지는 뗐다.


'섬은 배 타고 가야 제 맛'이라는 도식만 버리면 내 차로 편하게 갈 수 있는 섬이 한두 개가 아니니 어디부터 갈까 행복한 결정장애에 빠진다. 바다 위에 떠 있는 섬 비경을 맘껏 담아 올 수 있고 '한적한 섬 바다'를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는 세 개의 섬, 칠천도, 가조도, 산달도. 이 정도는 돌아다녀야 거제도 중급 여행자 축에 끼어주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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