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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트립 Apr 29. 2022

한달살기 손님맞이는 '맞춤형 거제 여행'으로

거제 2박3일 여행 가이드

퇴직 후 '한달살기 전국일주' 중입니다. 한달살이와 여행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한달살기 전국일주 여행의 두 번째  마지막 주로 접어들고 있다. 부산의 친구 거제에 2박 3일 일정으로 내려왔다. 드디어 한달살기 중 첫 손님맞이다. 자고로 사람 사는 집에 손님이 있어야지. 한 달짜리 집이지만 그래도 한 달간은 내 집이다. 누가 온다니 신이 나서 부산하게 대청소했다. 욕실 딸린 방을 하나 비우고 타월이며 치약 등 욕실 어메너티를 살폈다. 마치 호텔이 VIP 투숙을 대비하듯 하룻밤 잠자리에 부족함이 없는지 챙겼다.


한달살이 '원룸'에 웬 손님이냐고요? 그럴리가요. ㅎㅎ 3월 한달살기 부산 집은 작은 전실 딸린 방 하나짜리 진짜 원룸이었지만 4월의 거제는 주거 수준상승됐다는 사실. 방 3개 욕실 2개주방거실까지 갖춘 레지던스호텔을 구했기 때문이다. 그냥 아파트. 웬만한 가전과 주방용품, 욕실 소모품, 타월에 생수까지 비된 아파트와 호텔의 조합 '아파텔'이라고나 할까. 말 그대로 몸만 달랑 들어와서 지내면 되는 환상의 조건다.


부산 원룸에서 갑자기 업그레이드된 거제 한달 숙소


거제 숙소는 관광객을 위한 숙소라기보다 사업차 출장 등으로 거제에 단기 머물 사람들을 위한 숙소인 것 같았다. 거제에는 이런 레지던스형 호텔이 옥포항 주변에 서너 개는 있었다. 수요가 제법 있나 보다. 우리 같은 한달살기 여행자용 숙소로도 최적이다. 또 이런 숙소 중 몇 개의 객실은 하룻밤 숙박으로 운영하기도 해서 '야**'나 '부***' 같은 숙소 예약 플랫폼에 상품으로 나오기도 한다. 주말 가족단위 여행객들이 '바다 보이는 펜션'만 고집하지 않는다면 실용성과 가성비로는 이만한 숙소가 없다.


'거제 한달살러'인 내가 친구에게 선물할 거제 2박 3일 거제 여행 상품을 구성해보았다.   


[거제도 2박3일 여행]

1일차 : 중식(해물탕) - 학동흑진주해변 - 해변산책로 걷기 - 석식(멍게비빔밥) - 숙소(***호텔)
2일차 : 조식 - 거제파노라마케이블카(학동) - 노자산 정상 - 40분 도보 하산 - 케이블카주차장 - 함목몽돌해변 - 중식(매생이굴국밥) - 다대다포항 해양산책로 걷기, 갯펄체험 - 다대항 카페, 신기해로에서 휴식 - 근포동굴 - 석식(가정식) - 우리 숙소
3일차 : 조식(가정식) - 옥포에서 덕포까지 해변산책로 걷기


'원님 덕에 나발 분다' 했던가 친구와 학동흑진주해변 앞 호텔에 가서 첫 날을 같이 지내고 주변을 관광했다. 원래 살던 본집 놔두고 거제 한달살기용 숙소 놔두고 또 호텔이라니. 오로지 호텔이 목적이니 이런 걸 두고 호캉스라고 한다지.


호텔 방은 예약 사이트에서 본 사진보다 좁아 실망했지만 조식이 보상해주었다. 이틀째는 거제에 생긴 지 한 달밖에 안된 신상 케이블카를 타러 갔다. 케이블카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편도 입장권 12,000원짜리를 끊었다. 왕복권도 15,000원밖에 안 한다고 편도권을 끊는 우리에게 친절 반 의구심 반의 시선을 보내는 매표소 직원을 물리치고 편도 케이블카에 탑승했다. 우린 다 계획이 있다고요~


케이블카를 타고 노자산 정상으로 가뿐하게 간다.


케이블카 전망대는 역시 거제 앞바다를 파노라마로 보여줬다. 거제도 남서쪽을 향하는 전망이라 통영 앞바다의 장사도와 매물도, 거제의 산달도가 다 보였다. 노자산 정상 전망대에서 모험심 강한 아줌마 둘이 누가 뭐라든 걸어서 하산한다. 그 많은 케이블카 승객 중 걸어서 내려가는 이는 우리 두 사람뿐이었다. 산속으로 들어서니 호젓함과 고립감이 동시에 느껴졌다. 잘 찾아 내려갈 수 있을까?


자연의 색은 경계가 없다. 어디가 바다이며 어디가 하늘인가.


학동고개 쪽으로 방향을 잡아 네비를 가이드 삼아 좁은 산길을 40분쯤 걸으니 주차장에 도착했다. 남파랑길 23코스의 일부이기도 했다. 연두 봄 숲의 싱그러움은 걷는 자의 것이었다. 햇빛 받기 전략으로 하늘 향해 모자이크로 팔벌린 작은 잎들과 막 돋아난 새 잎의 반짝이는 윤기는 4월 숲의 특허다. 돈 주고 일부러라도 사야 할 숲캉스를 마다하고 케이블카 타고 단숨에 내려가버리다니...


노자산 정상에서 학동고개로 하산하는 길(남파랑길 23코스의 일부)


내가 사랑해마지않는, 거제에 숨겨둔 천국, 함목몽돌해변도 손님에겐 특별 공개다. 파도가 몽돌해변을 쓸고 갈 때 몽돌이 들려주는 소리에 잠시 멍 때리며 행복해했다. 불멍에 이어 물멍도 유행이라는데 이건 돌멍인가. 다대항은 썰물이 되자 내디딘 발 밑이 새카맣게 다슬기 천국으로 변해 버렸다. 개체수의 향연이 놀라웠다. 이 땅 위엔 다슬기도 나도 같이 살아가는구나. 어둑해질 무렵 들렀던 근포땅굴에선 그 시간에도 인생샷을 위해 소위 '땅굴 웨이팅'을 마다하지 않고 순서를 기다리는 커플들이 많았다.


함목몽돌해변


다대항의 밀물과 썰물


다대다포항의 해상산책로(왼) & 썰물 때의 다대항 갯펄(오)


일제 때 포진지 용도로 파다가 방치된 근포마을 땅굴


근포땅굴은 바다 품은 땅굴이라 특별 대접을 받는다.


제주 광치기해변이 연상되는 근포땅굴 앞 해변. 초록색의 정체는 이끼가 아니라 파래임. 여기서도 인생샷 건질 수 있어요~


친구는 마치 거제시민으로부터 1인 맞춤형 여행으로 접대받는 것 같다고 즐거워했다. 한편 내 입장에선 '놀러 온 지인에게 현지인처럼 여행 가이드하기'가 나의 한달살기 목록 중 하나였으니 로망의 실현이다. 한달살기 손님맞이는 '나의 여행하기와 살아보기'를 다른 사람과 공유하는 기회였다. 동시에 '살기'의 익숙함에 빠져 '여행'의 신선도가 떨어지기 직전인 '한달살기 여행자'에게 특별한 이벤트가 되어 주었다. 다음 달 이벤트가 벌써부터 기대된다. 다음 여행지, 다음 집엔 누가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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