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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트립 May 04. 2022

음식도 앵콜이 되나요?

거제 해물 요리 3선

퇴직 후 '한달살기 전국일주' 중입니다. 한달살이와 여행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당신은 고기파인가 해물파인가? "고기를 먹을까? 해물을 먹을까?" 질문에서 단 0.001초의 망설임도 없 '해물'을 답하면 우리 해물파에 끼워드리겠다. 거제에서는 삼시세끼 바다를 먹는다. 거제에 오니 하루 세 번 바다를 먹어도 다음날 안 먹어본 해물 요리를 또 만나니 나 같은 해물파에게 거제는 천국이다. 맛있는 거제 해물 요리의 세계로 들어가 보자. 미리 이실직고하면, '대놓고 거제 식당 추천하는' 글이다.



전해멍 물회가 뭐예요? "바다친구"


며칠 전 옥포의 숙소 근처에서 현지인 바글거리는 식당 하나를 우연히 발견했고 나도 그곳에서 물회를 먹었다. 이 집의 물회 메뉴는 다섯 가지, 광어물회, 갑오징어물회, 해물물회(전복, 해삼, 멍게), 황제물회(전복, 해삼, 멍게, 광어), 자리돔물회. 갑오징어물회는 봄에 갑오징어가 잡힐 때만 가능한 제철 물회요, 자리돔은 아직 철이 일러 좀 더 가다려야 한다고 했다.


나의 선택은 한 번도 먹어본 적 없는 난생처음 메뉴 갑오징어물회였다. 내가 먹어본 물회 중 단연 최고였다. 요새 표현으로 '인생물회'라고 하는 거지. 도톰한 갑오징어 살이 꼬득하게 씹히는 식감과 새콤매콤달콤의 3조합 육수가 어우러져 먹는 내내 행복했다. 그 자리에서 열렬히 앵콜하고 싶은 맛이었다. 국어사전에서 찾아보았다. '앵콜 :  앙코르(encore)의 비표준어. 출연자의 솜씨를 찬양하여 박수 따위로 재연을 청하는 일'

 

해물물회(전복+해삼+멍게)(왼) & 육수 붓기 전의 갑오징어물회(오)


행여나 주방에서 나의 앵콜에 응해 요리를 재연 다시 내온다 해도 난 이미 배가 포화라 먹을 수 없는 상태니 앵콜 접수는 재방문 때나 가능하다. 그래서 다음날 저녁에 또 갔다. 앵콜 받으러. 돈 내고 앵콜 신청이다. 앵콜곡은 이미 들은 연주곡과 달라야지. 이번엔 해물물회를 시켰다. 시원한 육수에 바다 절친 셋, 전복, 멍게, 해삼고루 말아 후루룩 코 박고 먹으니 입 안이 바다로 넘실댄다. 전복과 해삼이 꼬들꼬들 씹히는 맛을 책임지고 향은 멍게 담당이다. 메뉴 이름을 '삼선(三鮮)물회'로 하면 어떨까? 아니 전복+해삼+멍게 물회니 '전해멍 물회'는 어떨까? 눈치 없는 손님만 물어보겠지. "전해멍이 뭐예요?"


※ 바다친구 : 옥포에 위치, 해물물회와 갑오징어물회 15,000원



유한리필되는 식당, "게장"


이곳 거제에 오니 신기하게도 음식이 진짜 앵콜되는 식당도 있었다. 유한리필되는 게장집이다. 1인분 14,000원에 간장게장이든 양념게장이든 2번까지 리필되는 식당이다. 난 이 집을 1인분 8천원 할 때부터 다닌 것 같다. 거제에 몇 년에 한 번씩 올 때마다 식사는 이 게장집이 책임져줬다. 이런 충성 단골이 나만 있었던 게 아닌가 보다. 이젠 거제의 명물식당이 되었다.


간장게장과 양념게장이 기본으로 나오고 여기에 게장을 두 번 더 추가해 먹을 수 있다.


식당에 들어서자마자 손님 수대로 주문 넣는 곳. 주는 대로 먹고 뭐든 무한 리필이 됐는데 이젠 유한리필로 바뀌었다. 그아쉽지 않다. 남편과 나는 두 번 리필은 커녕 한 번 리필만으로도 실컷 먹기 때문이다. 외동포들이 가장 많이 택배 해 먹는 음식이 간장게장이란 말을 들은 적이 있다. 해외에서도 그토록 먹고 싶어 하는 그 간장게장을 질리도록 먹고 싶다면 갓성비 게장식당이 있는 장승포로 가야지.


※ 싱싱게장 : 장승포와 지세포에 위치, 2회까지 리필, 1인 14,000원



외포항에서 받은 '무제한 리필 멸치밥상', "국자횟집"


우리나라 3대 멸치항 외포항에서 멸치 코스 요리 현수막홀린 듯 따라갔다가 멸치요리를 먹었다. 멸치가 요리라고? 그것도 코스요리? 국물용과 조림용 건멸치만 본 내가 멸치회에 멸치찌개. 멸치튀김 멸치전까지 생멸치요리 한 상을 받았으니 마치 내가 TV 6시 내고향 외포항 특산물 코너에 출연이라도 했나 싶었다. 멸치다시와 멸치젓갈 멸치조림처럼 우리 식탁에 늘 존재하되 존재감 없던 멸치가 어느새 주인공으로 둔갑했단 말인가. 4가지 옷으로 바꿔 입고 멸치 4총사-멸치찌개, 멸치회, 멸치튀김, 멸치전-로.


멸치무침회와 멸치튀김
멸치찌개(왼) & 멸치전(오)


생면부지의 멸치요리에 적응이 안 되는데 거기에 '무제한 앵콜'이 된단다. 1인분 18,000원에. 멸치무침회 한 접시에 단품으로 4만원하고 멸치찌개쌈밥 둘이 3만원은 줘야 먹고 멸치튀김도 2만원짜리는 될 것 같은데... 단배추 넣고 자박하게 조리고 들깻가루 살짝 얹어 끓여낸 멸치찌개 맛도 일품이었다.  상 받은 것만 해도 너무 푸짐해 리필은 커녕 나온 음식도 다 못 먹었다. 그나마 반찬으로 나온 미역과 방풍 나물이라도 리필해 먹었으니 본전 생각이 덜 난다. 멸치회 리필하는 옆 테이블 손님들, 해!


※ 국자횟집 : 외포항에 위치, 무제한 멸치코스 1인 18,000원




은퇴 부부가 한달살기 여행 중이라니 주위에서 다들 부럽다고 했다. 물론 낯선 도시를 탐색하는 즐거움은 무엇과도 비교되지 않을 만큼 크다. 둘이 여행을 떠나면 여행 특성상 24시간을 붙어 다니게 되고 한달살이 여행이라면 '24시간×한달'을 붙어 다니게 된다. 여행도 마냥 좋을 순 없어 사소한 걸로 티격태격 신경전을 치르기 일쑤다. 중년부부 한달살기는 한달전쟁(?)이다. 


여행 중 부부싸움을 멈추게 하는 최고의 중재자는 '어쩌다 얻어걸린 맛있는 한 끼'다. 이 말에 동의한다면 여행지 가성비 맛집 몇 개는 킵해두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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