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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트립 Jul 20. 2022

새 한 마리 날려 보내러, 한반도 횡단

내친 김에 인천 앞바다 / 고성

퇴직 후 '한달살기 전국일주' 중입니다. 한달살이와 여행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국내 한달살기 여행자는 여행 기간 내내 오롯이 여행만 하고 살 수 있을까? 외국여행이라면 여행 기간 동안 각종 가족 관계와 얽힌 일로부터 물리적으로 자유롭겠지만 국내여행에선 그럴 수 없다. 일의 경중에 따라 여행을 잠시 보류하거나 일을 처리하는 것 자체를 여행의 일부로 받아들이거나 해야 한다.


고성에서 지낸 지 열흘째이다. 독일로 출국하는 둘째 아이를 배웅하러 인천공항에 가기로 했다. 지도를 안 봐도 두 곳의 위치는 바로 머릿속에 찍힌다. 고성은 한반도 동쪽 끝. 인천공항은 서 끝. 고성에서 인천공항 가는  '한반도 허리를 횡단하는 길'이다. 가장 빠른 방법은 거진항에서 동서울까지 버스간 후 다시 인천공항까지 전철을 이용하는 거다. 적어도 5시간은 걸리는 거리다.


한반도 횡단(사진 원본 출처 : 네이버 지도)


요일 른 아침공항으로 오는 둘째 아이 얼굴이라도 보려면 금요일  공항 근처에서 하밤 묵어야 한다. 하루 전(前) 날 고성에서 인천공항으로 이동하면 된다. 그러나 내가 선택한 방법은 3박 4일짜리 여정이다. 고성을 출발해 강릉 1박, 서울 1박, 인천공항 1박을 거쳐 3박 4일 만에 공항에 가기로 했다. 우리 부부가 가진 게 시간밖에 없는 은퇴자이기도 했고 어차피 한달살기 여행자 신세니 고성에서 인천공항 가는 길에 강릉 서울 여행도 겸할 작정이었다.  


'한반도 횡단 프로젝트'의 행보는 고성의 거진항에서 강릉 가는 버스 타기였다. 2시간이 조금 덜 걸렸다. 종일 억수같이 오는 비에 강릉여행도 씻겨가버렸다. 추적거리는 비를 뚫고 안목해변에 가서 커피 한잔 마시고 감자옹심이를 먹고 숙소로 돌아온 게 전부였다. 여행 날씨는 하늘이 내려줘야 하는 법이다. 서울에서는 큰 아이를 만나 시코 음식점에 가서 타코를 곁들여 멕시코산 맥주를 마시니 놀러 온 기분이 좀 났다.


인천공항 부근의 호텔 숙박은 처음이었다. 공항에서 숙소까지 2km가 안되길래 걸어가 보기로 했다. 인천공항공항만 덜렁 있는 영종도 안의 또 하나의 섬인  알았더니 호텔이나 합동청사, 인천공항공사 등 업무 빌딩이 작은 타운을 형성해 있었다. 가상 미래도시에 온 것 같았다. 하학적 구조은색 찬란한 공항 부속건물과 하나 안 보이는 거리 그런 느낌을 자아냈다.


인천공항 뒤쪽 합동청사역 주변


금요일 퇴근 후 합류한 큰 아이와 우리 부부, 배웅객 셋만 숙소에서 잤다. 정작 비행기 타는 당사자인 둘째 아이는 동생의 배웅을 받아 밤샘 리무진으로 공항에 왔다. 셋째가 대구에서 인천공항으로 실어 보낸 둘째를, 첫째와 우리 부부가 공항에서 받아 비행기에 태워 보내게 된다. 7시도 안 되어 공항에 도착한 둘째는 짐 부치기와 발권 끝낸 후 우리와 아침을 먹고 출국장으로 들어갔다. 이제 아이도 아이의 미래의 시간도 비행기에 실려 날아간다.


고성에서 출발한 지 3박 4일 만에 미션 클리어! 그래도 동해에서 출발해 서해 코앞까지 왔는데 그냥 돌아가려니 서운하다. 용유역에 가서 인천 앞바다에 발이라도 담그고 갈까 하는 참에 무의도행 마을버스가 공항 1 터미널의 우리 앞에 섰다. 일단 올라탔다. 얼떨결에 타고 보니 버스는 실미도 앞, 하나개해수욕장 등 무의도를 다 돌아 소무의도 입구 광명항까지 간다. 잠시 고민 끝에 '소무의도 한 바퀴 돌기'로 즉흥 계획을 잡았다. 소무의도는 도보로 갈 수 있는 서해의 가장 끝섬이라고 한다. '동해 거진 바다에서 서해 끝섬 소무의도까지' 제대로 한반도 횡단이다.


소무의도에서 바라본 무의도 해변


소무의도 해변은 인상적이었다. 군더더기 없는 해안선, 깔끔한 단색 바다색, 선 굵고 투박한 해안 바위가 동해의 특징이라면 서해는 품 넓은 갯벌과 그라데이션 물색에 작은 섬까지 얹어 다채로운 바다 경치제공한다. 그래, 이 풍경이 서해의 맛이지. 특히 바위 파편이 넓게 펼쳐진 몽여해변은 용암을 바다에 뿌려놓은 제주 해변을 연상시키기도 했다. 바위 암반과 각진 몽돌, 굴 껍데기가 풍화된 흰모래와 갯벌이 공존하는 4단 해변은 처음이다. 


소무의도의 몽여해변


사람을 기다리는 몽여해변


인천공항에서 버스로 30여 분 왔을 뿐인데 이토록 개성 있는 해변이 있다니. 인천공항이 세계적 환승공항이라고 자랑하는데 인천공항 실내만 투자할 게 아니라 환승객들이 영종도 앞바다에 들렀다가 가게 하면 어떨까? 아부다비공항에서 두바이를 다녀오도록 버스 편을 제공하는 것처럼 '환승 투어'용 버스만 잘 편성해놓으면 대여섯 시간 동안 해변이나 작은 섬을 돌아보고 다시 비행기 타게 말이다. 그렇다면 나 같아도 나리타공항 대신에 베이징공항 대신에 인천공항에서 환승하고 싶어질 거다. 나리타와 베이징엔 바다가 없으니 딱이지 않은가. '긴 비행 지루하시죠? 환승 중 바다 보고 가실래요?'



소무의도 해변에서 보니 바다 위로 이착륙하는 비행기가 수시로 보였다. 지금쯤이면 둘째 아이를 태운 비행기도 날아올랐겠지. 자녀양육의 목적은 자녀 독립이라는데 이제 아이도 정서적, 경제적 독립행 비행기를 탔다. 한국만큼 치안과 편의가 보장된 도시가 세계 어디에도 없을 텐데... 프랑크푸르트에서 일하게 된 건 해외취업을 준비해온 아이에겐 최적의 선택이었겠지만 새 둥지 역할을 해 온 부모로선 기대와 염려가 동급으로 몰려온다. 그래도 이젠 혼자 날아야 할 때다. "그래, 푸른 창공으로 날아올라봐. 드넓은 하늘로 네 꿈과 함께!"  




※ 인천공항에서 무의도, 소무의도 가는 법

- 교통편 : 인천공항1터미널(3층) 무의1번(마을버스) - [20분] - 무의도 - 소무의도
- 무의도 곳곳에 정차하므로 실미도나 하나개해수욕장에 하차할 수도 있음.
- 소무의도를 가려면 종점 광명항에서 하차(버스 배차 시간 확인할 것)
- 소무의도 도보 일주 : 2.5km 1시간 소요. 몽여해변, 명사의해변(해녀섬 조망) 등 관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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