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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트립 Dec 20. 2022

목포에선 맛 여행이지

한달살기 여행지 목포로 친구가 놀러 오기로 했다. 2박3일 일정이다. 목포 시내 여행 3일은 길지도 짧지도 않다. 일회성 여행으로 괜은 일정이다. 그동안 내가 한 달간 여행하고 식당 탐방하며 지냈던 목포의 압축판을 친구에게 소개하게 되어 들뜨고 설렌다.


호스트로서 여행 코스 짜는 건 일도 아니었다. 목포의 원도심과 유달산 및 근대거리는 이제 눈감고도 지도가 그려진. 

1일차: 목포근대역사관(1)(옛 목포일본영사관) 외 근대 거리와 근대 건축물, 옛 송도신사 터
2일차: 유달산케이블카와 고하도 해상길 산책, 유달산 트래킹과 유달산 낙조
3일차:서산동 보리마당, 시화골목 3개(첫째, 둘째, 셋째 골목)와 연희네슈퍼


문제는 식당이었다. 목포는 먹을 게 많아도 너~무 많은 동네다. 목포에서 지내며 그동안 외식한 걸 헤아려보니 30 회는 족히 된다. 이 서른 군데의 식당 중 단 다섯 곳을 뽑아내야 한다. 서울에서 한 걸음으로 목포까지 달려올 나의 절친에게 무엇을 먹여 보내야 잘 먹었다고 할까?


목포에서 추어탕과 동태탕, 제육볶음도 맛있게 먹었지만 전국 어디 가도 만나는 메뉴이므로 일치감치 후보에서 제외되었다. 그래도 다른 지역과 색다르게 나왔던 뼈해장국과 육회비빔밥은 일단 고려 대상에 넣어본다.


목포에서 먹은 뼈해장국은 배추 우거지가 듬뿍 든 칼칼한 감자탕류도 아니고 선지 해장국이나 육개장 스타일, 혹은 고추기름 동동 띄운 진한 쇠고깃국 방식도 아니었다. 넓은 대접에 살점 붙은 돼지뼈를 가득 담고 뼈 우린 맑은 국물을 붓고 생대파를 잔뜩 띄워 낸다. 목포역 부근을 수도 없이 지나다니며 관찰한 결과 뼈해장국을 내는 두 식당 앞의 대기 줄은 우열이 가려지지 않을 만큼 어느 날은 해남해장국이 어느 날은 은지네해장국이 더 길곤 했다.


해남해장국의 맑은 뼈국의 뼈해장국


육회비빔밥 또한 추천할만한 메뉴다. 목포의 육회비빔밥은 참기름과 다진 마늘을 넣어 양념한 채 썬 육회에 배채를 곁들여 야채와 비벼먹는, 내가 알고 있던 육회비빔밥과 달랐다. 목포에서 육회는 양념하지 않은 채 잘게 토막쳐내고 생고기 본연의 맛과 식감으로 먹는다. 최상의 신선한 생고기가 아니면 흉내 내지 못하는 요리다. 어떤 곳은 갓 지은 1인분의 고슬고슬한 돌솥밥으로 대접받는 기분이 들게 하는가 하면 어떤 곳은 푸짐한 반찬을 한 상 깔아 일품요리가 아닌 다품요리 육회비빔밥으로 둔갑되기도 했다.   

 

돌솥밥으로 재무장한 육회비빔밥(육비)(왼)  푸짐한 찬으로 화려한 육회비빔밥(등대식육식당)(오)


그러나 어디 내놔도 빠지지 않을 이들 뼈해장국과 육회비빔밥 또한 최종 선정에 끼지 못했다. 이유는 단 하나. 목포에선 육식이 아무리 훌륭해도 바다식을 이기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메뉴와 맛은 물론이고 관광 동선과도 무리 없는 식당 다섯 곳이 최종 라인업 되었다. 해산물 주력 등판이다.


1일차: 목포근대역사관(1)(옛 목포일본영사관) 외 근대 거리와 근대 건축물, 옛 송도신사 터 / 중식~목포 아낙네(민어무침회), 석식~선창횟집(준치무침회)
2일차: 유달산케이블카와 고하도 해상길 산책, 유달산 트래킹과 유달산 낙조 / 중식~영심이백반, 석식~대명춘 중깐
3일차: 서산동 보리마당, 시화골목 3개(첫째, 둘째, 셋째 골목)와 연희네슈퍼 / 중식 선경준치회식당(병어무침회)
기타 : 코롬방제과점, 구도카페


먼저 민어의 거리에서 민어무침회를 내는 음식점을 한 곳을 골랐다. 마침 민어의 거리는 근대 문화재 골목과 붙어 있어 동선면에서도 나무랄 데가 없다. 목포에 왔으니 가성비 넘사벽의 남도 백반도 한 번은 먹어줘야지. 영심이백반이 선정되었다. 북항 회타운 근처에 있어 원도심에서 북항까지 가서 케이블카 타기 직전에 점심으로 먹기에 안성맞춤이다.


민어무침회 백반(왼, 목포아낙네)  백반(오, 영심이백반)


'썩어도 준치'라는데 준치회도 필수다. 가보진 않았지만 근대거리에서 만난 현지인이 추천해준 식당 선창횟집을 주저없이 골랐다. 병어회도 빠지면 서운하다. 보리마당과 시화골목을 거쳐 연희네 슈퍼에서 걸어갈만한 거리에 식사 때마다 늘 긴 줄이 서 있던 식당으로 정했다.



준치무침회(왼, 선창횟집)  병어무침회(오, 선경준치횟집)


목포의 별미 중식 중깐도 꼭 맛보여주고 싶었다. 중국집마다 중깐이란 메뉴를 대문짝만하게 적어놓아 궁금증을 자아내는 요리였다. '중화요리 간짜장'을 줄여 부른 '중간'이 경음화해서 '중깐'이 되었다고 한다.


중깐은 이미 세 곳에서 먹어봤으니 정하기만 하면 된다. 중화루가 원조라고 하는데 하필 미리 삶아놓은 면을 내와서 면이 서로 달라붙어 비벼지지 않는 에 점수가 깎였다. 태동식당은 중깐을 시키면 짬뽕과 탕수육을 덤으로 주는 상상 초월의 서비스로 언제나 문전성시다. 내게는 대명춘의 중깐이 가장 괜찮았다. 중깐은 간짜장과 비슷한데 일반 간짜장보다 더 가는 면발을 쓰고 야채와 고기도 더 잘게 썰어 볶는 점이 차이점이다. 중깐은 면으로 짜장 양념을 싸서 먹는 게 관건이다. 이름도 먹는 법도 재밌는 중깐 먹으러 대명춘으로 가야겠다.


대명루의 중깐


목포 원도심을 돌아다니다 보면 사전 정보가 전혀 없더라도 무조건 마주치게 되는, 이름도 이국적인 빵집 코롬방제과점이 있다. 으리으리한 기업형 빌딩에 달린 '1949년부터'란 간판을 보는 순간 무조건 들어가게 된다. 크림 바게트와 새우 바게트가 대표 메뉴다. 카페는 숙소에서 가까자주 갔던 구도카페로 가야겠다. 내가 애용하던 고재(古材) 테이블에 앉으면 옛 일본 사찰 정혜정광원이 한 눈에 들어온다.


3일간 식사할 곳을 막상 골라놓고 보니 목포여행에서 5식은 너무 아쉽다. 낙지초무침도 생낙지비빔밥도 낙지코스요리도 있는데  '라스트 파이브'에 오르지 못했다. 이 뿐인가. 꽃게살을 따로 발라 양념해나오는 꽃게살비빔밥도 간재미무침회도 의문의 탈락이다. 내가 구성한 목포 맛 여행 3일, 성공해야할텐데...


라스트 5에 들지 못한 탈락된 메뉴들. 낙지초무침과 생낙지비빔밥(위, 무안 풍미식당횟집)  꽃게살비빔밥과 간재미무침회(아래 장터본점, 진도 신호등식당)


목포는 맛의 도시를 슬로건으로 걸고 있다. 그동안 여행했던 다른 도시에서 나의 맛집 승률은 60%였다. 음식점을 미리 검색하든 현장에서 감으로 고르든 내가 선택한 식당이 실패하지 않을 가능성이 열에 여섯인데 반해 목포에서는 30곳 중에 실망한 곳은 딱  군데밖에 없으니 승률 90%였다.


맛집 성공률이 졸지에 30%뛰어오른 건 결코 그 사이에 나의 맛집 발굴 능력이 발달한 때문이 아니다. 절대 맛집이 목포에 그만큼 많다는 반증이다. 길거리 어느 식당엘 가도 한 젓갈 김치가 최소 두 종류는 나올만큼 반찬 인심이 좋다. 무슨 음식을 시켜도 기본 이상의 맛을 내니, 인증한다, 맛의 도시 목포를! 그러니 목포에선 맛 여행이지.




퇴직 후 '한달살기 전국일주' 중입니다. 한달살이와 여행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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