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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여행, 팁, 팁, 팁

by 위트립

미국에 오니 식당 가기 겁이 났다. 음식을 먹고 나면 매번 음식값보다 훌쩍 넘는 금액이 결제됐다. 음식값에 택스가 붙고 여기에 다시 팁이 더해졌다. 식당 갈 때마다 고민이다. 팁은 도대체 얼마를 줘야 할까.


듣자 하니 미국에서는 택시와 호텔에서는 물론, 우버 기사와 심지어 음식 배달 기사에게도 팁을 준다고 한다. 특히 식당에서의 팁은 종업원의 임금의 일부이기 문에 팁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한다.


도시마다 권장 팁 수준도 조금씩 달랐는데 물가 비싼 뉴욕 식당 최저 20%였다. 20%, 22%, 24%의 3단계로 제안되었다. 물론 3단계 외 다른 금액으로 줘도 되지만 난 선다형 선택지에서 고르는 게 익숙한 민족 출신이라 그냥 가장 낮은 걸 찍었다.


욕이 아닌 다른 도시나 관광지에서는 15~18%를 주고 다녔다. 식사 예산을 잡을 때는 택스에 팁까지 고려해 아예 음식값의 30%쯤을 더 감안하는 게 속편했다.


뉴욕 식당은 권장 팁 20%부터(왼) & 카페는 18%부터(오)


팁을 주는 방식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종이청구서에 팁을 적는 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컴퓨터 결제 화면에서 클릭하는 방식이다. 전자는 다음의 절차로 이루어진다.


1단계. 웨이터가 음식 값 청구서를 테이블로 가져온다.
2단계. 고객이 신용카드를 주면 웨이터가 카운터로 가서 카드를 읽은 후 카드를 돌려주면서 팁 청구서를 테이블에 놓고 간다.
3단계. 고객이 팁란에 금액과 합계를 적고 사인한 후 팁 청구서를 테이블에 놓고 나온다.


2단계의 카드는 최종 결제가 아니다. 최종 결제는 3단계 이후에 이뤄진다. 그렇다면 팁을 정확히 뗐는지는 어떻게 아느냐고? 그건 '고객과 업소 간의 신뢰'라고 한다.


고객이 음식 값 청구서에 카드를 끼워주면 종업원이 카드 정보를 읽은 후 팁 청구서 2장(고객용과 업소용)을 가져다 준다.


팁란에 팁과 합계를 적고 사인한 후 사인한 업소용 용지만 테이블에 두고 나온다.


팁을 주는 또 다른 방식은 카드 결제 화면에서 팁 화면이 뜰 때 금액을 누르는 방식이다. 이 때도 이 화면을 건너뛰고 고객이 원하는 정액을 입력할 수도 있다.


고객이 주문대에서 주문하고 직접 음료를 받아오는 카페의 결제 화면도 기본적으로 팁이 뜨도록 되어 있다.


팁을 안 줘도 되는 식당도 있다고 한다. 패스트푸드점이나 고객이 셀프로 서비스하는 카페 등이다. 그럼에도 카드 결제할 때 팁 화면이 자동으로 설정되어 있어 을 줄 의사가 없다면 'NO TIP' 이나 'SKIP' 버튼을 잘 찾아 눌러야 한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고 하지만 미국의 팁은 생돈이 추가로 빠지는 느낌이 들어 따르기 싫은 문화다. 업주가 부담해야 할 인건 비용의 일부를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것 같아 불편하다. 이럴 바에야 차라리 음식값에다가 부가세와 팁을 다 포함시키면 안 되나? 이런 마음으로 다녀서인지 팁 문화는 미국 여행 한 달이 넘어도 학습이 잘 되지 않았다.


남편과 딸과 함께 로스앤젤레스의 파머스 마켓(Farmers Market)의 푸드 코트에서 점심을 먹고 나오는 길이었다. 근처 그루브 몰(Grove Mall)의 가판점에서 딸아이가 모자를 하나 골랐다. 모자를 집어 들고 주위를 살피니 그제야 점원이 나타났다. 35달러라고 했다.


결제를 위해 점원의 손에 든 단말기에 카드를 넣고 승인이 진행되자마자 팁 화면이 떴다. 나도 모르게 3단계 팁 중 가장 낮은 팁 15%를 눌렀다. 아뿔싸, 팁을 누르다니! 물건을 고르는 걸 도와주거나 색상이나 사이즈를 찾아주는 등 점원이 어떤 서비스도 제공하지 않았는데 팁이 웬 말?


식당에서 밥 먹을 때마다 누르던 게 습관이 되어 반사적으로 팁을 누르고 말았다. 안 줘도 되는 팁을 줬다고 생각하니 손가락이 원망스러웠다. 렇다고 무르기에는 치사하다. 이건 강제 기부? '여행은 기부'라는데 미국 여행 한 달 넘게 하는 중이면 그 자체로 충분히 기부한 거 아닌가. 부자 나라, 콧대 높은 나라에 내가 뭘 더 기부해야 하나. ㅠㅠ


미국에서 이렇게 눈 뜨고 코 베였다. 팁을 싫어했더니 팁에게 당했다는 팁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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