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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트립 Jul 23. 2021

중국에는 짜장면이 있다? 없다?

베이징도 식후경, 추천 음식 세 가지

베이징도 식후경이다. 베이징 관광에 앞서 베이징에서 먹는 이야기부터 해보려고 한다. 중국은 사람에게 꼭 필요한 것 세가지를 '의식주'가 아닌 '식의주'로 꼽는 나라이다. '민이쓰웨이티엔(民以食为天)[mín yǐ shí wéi tiān]('백성은 식량을 하늘로 여긴다')'의 성어에서 보듯이 '먹는 걸 최우선으로 치는 나라' 중국을 여행하면서 먹는 이야기가 빠질 수 없다. 


먹는 이야기는 늘 맛있다. 중국에서 먹는 이야기는 너무 맛있어서 질릴 정도이고 너무 많아서 질릴 정도이다. 땅덩어리가 넓어 식재료도 다양하다. 너른 땅 구석구석까지 흩어져 사는 인구 수 만큼이나 조리법도 다양하다. 중국인들도 평생동안 다 가보지 못하고 다 먹어보지 못한다고 한다. 중국 대륙 전역으로부터 물산과 사람이 모여드는 곳, 수도 베이징에 가면 뭘 먹어야할까? 세가지만 소개해보려고 한다.  


나의 길지 않는 중국 요리 여행의 화두 중 하나는, "중국엔 짜장면이 있다? 없다?" 였다. 그 답은 "있다"이다. 어디에? 바로 베이징에 있다. 베이징 시내를 돌아다니다 보면 '라오베이징자지앙미엔(老北京炸醬面 [lǎobeǐjīng zhájiàngmiàn], 노북경 작장면)'이란 간판을 수도 없이 보게 된다. 짜장면의 중국 이름은 작장면(炸醬面,  炸(작)은 볶을 작, 醬(장)은 중국식 된장, 즉 춘장), 중국 발음으로 '자지앙미엔'이다. 춘장 볶은 것을 국수에 얹어 먹는 요리이다. *중국의 6대 국수 요리 중 하나라고 한다.


(*중국의 6대 국수 : 베이징의 자장미엔, 산시(山西)성의 다오샤오미엔(刀削面[dāoxiāomiàn], 도삭면), 쓰촨성의 단단미엔(担担面[dàndànmiàn], 담담면), 광동성의 이푸미엔(伊府面[yī fŭ miàn], 이부면), 간쑤성의 란조우 니우로우라미엔(牛肉拉面[niúròu lāmiàn], 우육라면), 후베이성의 러깐미엔(热干面[règānmiàn ], 열간면))


우리나라 짜장면과 다른 점이라면 차갑게 나오는 비빔면이라는 점이다. 춘장도 고기만 갈아넣어 볶아 나오고 색깔은 우리나라 짜장면의 짜장보다 더 연하고 덜 걸죽하다. 오이와 무채 등의 야채를 얹어 볶은 춘장과 함께 비벼 먹는 면요리가 바로 베이징 짜장면이다. 국물이 있는 탕면이 아니라 건면이고 국수와 소스 및 고명이 차갑게 나오다보니 내가 베이징에 갔던 그해 여름에 베이징 짜장면을 많이 먹게 되었다.


면과 야채, 춘장 소스를 셋다 따로 주는 곳도 있고 춘장만 따로 주는 곳, 셋다 한꺼번에 주는 곳도 있다. 우리나라 짜장면과 비교해서 먹는 재미가 있다.


베이징 거리에 '老北京炸醬面大王'(lǎobeǐjīng zhájiàngmiàn dàwáng, 라오베이징자지앙미엔따왕, 노북경자장면대왕)이란 붉은색 간판도 곳곳에 있었는데 베이징의 유명한 짜장면 체인점이라고 한다. 짜장면 맛집이라고 하니 다시 베이징에 가면 꼭 이 집에서 "짜장면 한그릇"해봐야겠다.


베이징 짜장면에 이어 두번째로 소개하고 싶은 음식은 바로 베이징 카오야(北京烤鸭[Běijīngkǎoyā], 북경 오리 구이)이다. 이미 잘 알려져 베이징 여행자라면 이것부터 먹고 여행을 시작하지 않을까 싶다. 어쩌면 '베이징 카오야 먹기'가 여행 일정에 포함되어 있을 수도 있다. 베이징 카오야 맛집으로 알려진 진취덕에 가서 오리구이를 먹고 나면 내가 먹은 오리가 개점 후 몇번째 오리였는지 증서를 준다고 한다. 


나도 진취덕에서 먹어보려고 갔더니 기다리는 대기자만 큰 홀 하나 가득이었다. 동네 카오야집으로 갔다. '카오야'만 주문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전병이랑 소스 셋트랑 다 따로 시켜야 한단다. 메인 메뉴를 시키면 사이드 반찬까지 '알아서 줄줄이 공짜로' 주는 나라는 이 지구상에 우리나라밖에 없나? 

                                                                                                                                                                                                                                                                                                                 

베이징 카오야 한상 그리고 한입 컷


로스팅한 오리 살코기를 껍질째 얇게 저며내고 남은 껍질이랑 약간의 살 붙은 뼈를 튀김옷을 입혀 튀겨 내었다. 생각지 못했던 튀김이 별미였다. 바싹하고 고소한 게 맥주를 부르는 맛이다. 얇은 밀전병에 소스를 찍은 고기와 오이채, 파채를 얹어 싸 먹는다. 


전혀 느끼하지 않았고 맛있었다. 특히 적당한 기름기의 바싹한 껍질의 식감이 압권이었다. 오리고기 속살은 촉촉했다. '겉바속초'를 얼마나 잘 구현해내느냐에 따라 오리구이 요리사의 실력이 가늠된다고 한다. 한국 입맛 아니랄까봐, 슬라이스한 오리고기를 싸먹는 밀전병 대신 상추와 깻잎이 생각났다. 


마지막으로 여름에 베이징에 간다면 꼭 먹어보라고 강추하는 음식이 하나 더 있으니 바로 계절메뉴 조선냉면(朝鮮冷麵[Cháoxiǎn lěngmiàn])이다. 한여름 이화원(颐和园 [Yíhéyuán])에 갔다가 더위에 한발짝도 걷지 못할 지경으로 초죽음이 되었다. 관광을 포기하고 냉방되는 식당을 찾아 간 곳은 '중국의 실리콘 벨리'라는 중관촌 식당가였다. 


이곳의 칠팔냉면이란 식당에서 냉면을 먹었다. 비주얼도 화려하게 화채 수준의 냉면 한 사발이 나왔다. 국물이 끝내줬다. 매콤, 달콤, 시원. 냉면의 3박자를 다 갖췄다. 주방 매니저쯤 되어보이는 분이 우리 테이블까지 와서 자기는 연길 사람인데 연길쪽 냉면이라면서 맛 자랑을 늘어놓았다. 


베이징에서 먹는 연길 냉면. 서울에서 먹는 평양 냉면쯤이라고나 할까? 중국 전역의 요리가 다 모이는 곳 답다.


중관촌의 칠팔냉면 맛을 못 잊어 다음날도 그다음날도 조선냉면을 찾아 다니며 먹었다. 어떤 곳은 신김치 고명까지 얹어 김치마리 냉면으로 나왔다. 냉면의 면말은 우리나라 밀면과 비슷하고 맛 또한 비슷하다. 한가지 흠을 찾자면, 차가운 음식을 아주 차갑게 먹지 않는 중국인들의 식문화 때문인지 그렇게 차갑지 않다는 점이다.


베이징에서 한여름 더위와 피로에 지쳐 입맛 없을 때, 뜨겁고 느끼하기까지한 중국 국수 요리는 더더욱 사절하고 싶을 때, 대안은 바로 쫄깃하고 시원한 조선냉면이다. 장담컨대, '신김치 쏭쏭 고명'까지 따라오는 고국의 맛이 여행자를 계속 여행하게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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