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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트립 Jul 30. 2021

자금성 관람법, 숲을 볼까? 나무를 볼까?

베이징 관광 1번지 관람법

"지난 과거에 초대받지 않은 입장의 대가는 즉각적인 처형이었다. 오늘날에는 60위엔(60元=한화 10,700원, 2021년 환율 기준)만 내면 들어갈 수 있다.(*론리 플래닛에서 발췌)", *자금성(紫禁城[Zǐjìnchéng], 쯔진청)으로 갔다. 500년동안 일반 사람들의 출입이 금지되었던, 명과 청 왕조의 황제들의 집이었던 곳이다.


언제나 느끼지만 내가 후대에 태어난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일반인 주제에 처형당하지 않고 자금성 구경을 다 다니니 말이다. 그깟 사람 많고 더운 것이 문제냐. 여긴 어디? 중국. 사람 많은 건 각오해야지. 지금 계절? 여름. 인파에 파묻히거나 말거나 덥거나 습하거나 간에 오늘은 무조건 자금성으로 간다.


*(주): 현지에서는 꾸꿍(故宫[gùgōng], 고궁))으로 더 많이 불리는 곳. 옥황상제의 아들인 황제가 북극성 근처의 자미성(혹은 자미원 - 북극성 주위 작은 곰자리, 케페우스자리 별이 모여있는 곳)에서 내려와 지상의 궁궐에 살게 되었다 하여 '자'(紫), 일반 사람들의 출입이 금지되었다는 의미의 '금(禁)'이 덧붙여 '자금성(紫禁城, 영문명은 The Forbidden City)'이 되었다고 한다(출처 : 중국이 내게 말을 걸다(이욱연)). 나는 자금성이 자줏빛 황금빛 건물 색 때문에 붙여진 이름인 줄만 알았다.


자금성으로 들어가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2013년 기준. 요즘은 천안문 광장도 따로 입장료를 징수하는 듯)

1단계 : 천안문 광장으로 간다.
2단계 : 마오쩌둥 사진을 찾는다.
3단계 : 마오쩌둥 사진 밑의 문으로 들어간다.


2013년 여름의 천안문 광장 ⓒ위트립


천안문 광장에 이르러 그 상징성을 재빨리 복습해본다. 마오쩌둥이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선언을 한 곳, 1966년 문화 대혁명 시절 홍위병이 운집했던 곳, 중국 현대사의 아픈 손가락인 1989년 6월 천안문 사태의 현장. 이 광장에서 마오 사진을 찾는 건 식은 죽 먹기이다. 그다음은 '중화인민공화국 만세'와 '세계 인민대 단결 만세' 사이의 마오 사진 밑을 통과해야 한다. 이 문은 과거 신하가 황제를 배알 하러 가는 방향이라고 한다. 문 바로 위에 마오 사진이 있어 마치 마오와 황제가 동일시되는 듯한 착각마저 주었다. 황제가 다 뭐야? 중국을 여행하다 보면 마오는 황제 이상의 대접을 받고 있음을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자금성의 태화전 ⓒ위트립

 

이렇게 해서 자금성에 들어서면 나 같은 작은 땅덩어리 출신 여행자는 두 번 놀라게 된다. 상상을 초월한 크기의 '대륙 스케일'과 극강의 황금색을 마구마구 뿜어대는 '대륙 스타일'에 말이다. 우리나라의 단아하게 아름다운 무채색 궁궐과는 비교불가였다. 이곳이 100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천안문 광장에 접한 10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자금성의 안뜰이라니. 자금성의 주인공 건물은 단연 태화전이었다. 각종 의식과 행사에 사용된 건물로서 황제가 앉아 집무를 보던 의자인 용의(龙椅 lóngyǐ, 롱이)가 관전 포인트이다.


자금성 관광 ⓒ위트립


눈부신 황금 기와, 돌기둥, 돌계단 사이를 4시간가량 돌아다녔다. 고궁 박물관이란 이름답게 외곽 건물엔 흥미로운 물품들을 전시해 놓았다. 자금성의 북쪽편의 황금 지붕 너머 만춘정과 베이하이 공원(북해 공원)의 하얀 백탑을 찾아보는 재미도 있었다.


자금성 안에서 바라본 징산 공원의 만춘정(왼쪽)과 베이하이 공원의 백탑(오른쪽) ⓒ위트립


자금성에 들어가 하나하나를 봤으니 이제 전체를 볼 차례이다. 나무를 먼저 보고 숲을 보러 가니 귀납적 관람 법인가? 낱낱을 종합해서 한 눈으로 보면 어떤 느낌일지 자금성을 내려다볼 수 있는 곳, 자금성 뒷산인 징산 공원(景山 公园[Jǐngshān gōngyuán], 경산 공원)으로 갔다. 자금성의 주위의 해자를 만들면서 파낸 흙으로 쌓아 인공산 징산 공원이 생겼다고 한다. 인공호수, 인공산... 중국에선 중국 사람이 못 만드는 걸 대는 게 더 빠르지 않을까?


 

징산 공원의 만춘정에서 ⓒ위트립


징산 공원의 전망대 만춘정에 올라 서니 탄성이 절로 나왔다. 엷은 막이 한 겹 낀 듯한 황사 하늘 아래 자금성의 아름다운 황금빛 지붕들이 펼쳐져 있었다. 주변의 초록빛과 보색 대비된 황금빛 지붕은 더 찬란해 보였다. 게다가 이곳은 사람도 적고, 그늘도 있고, 바람마저 불지 않은가? 정자에 걸터앉아 하염없이 감상했다. 사람도 피하고 햇빛도 피하고 시원한 바람에 다리도 쉰다. 눈 한가득 자금성 전망을 통째로 담으니 일석 5조쯤 된다.


징산공원의 만춘정에서 본 자금성 ⓒ위트립


베이징 여행에서 자금성을 다녀가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입장료 내고 들어가 자금성 여기저기만 구경했다면 나무만 보고 숲은 못 본 꼴이다. 징산 공원에 올라 자금성 전체를 한 시야에 담아 보기를, 황금빛 찬란한 지붕들의 숲을 절대 놓치지 말기를 강추한다.


합창하는 사람들의 악보 ⓒ위트립


만춘정에서 자금성 조망을 마치고 내려오는데 징산 공원 숲 속에서 노랫소리가 울려 퍼졌다. 간단한 악기와 지휘에 맞춰 중년 남녀들이 모여 서서 함께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합창 동호회쯤으로 보였다. 보간대의 악보를 살짝 곁눈질했더니 '오선지에 콩나물 머리가 그려진 서양 악보'가 아니었다. 신기했다. 징산 공원 여행은 자금성 전망에 또 하나의 덤을 얹었으니 이쯤 되면 일석 6조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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