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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트립 Aug 06. 2021

샹그릴라를 찾아, 1박 2일 버스 타고 야딩으로

어쩌다 캉딩1박 2일(1)

여행에도 난이도가 있을까? 만약 등산에 난이도가 있다면 평지 걷기, 동네 뒷산 가기, 해발 1000m 이상의 산 오르기, 히말라야 트래킹 순으로 난이도가 높아지지 않을까?


그러고 보면 난 여행에는 난이도가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는 것처럼 마구잡이로 여행을 다녔다. 소위 필(feel)이 한번 꽂히면 무조건 갔다. 중국 쓰촨의 야딩(亚丁)이 그랬다. 설산과 호수, 고산 초원이 어우러진 야딩 사진 한 장에 넋이 나가 쓰촨으로 달려갔다. 등산으로 치면 집 앞 산책로 한두 번 걷다가 바로 히말라야 등정에 도전한 셈이다. 상하이 5일, 황산 4일을 다녀온 게 전부인 내가 한겨울에 중국 쓰촨 성의 야딩을 가겠다고 길을 나섰으니 말이다.  

   

쓰촨과 윈난의 주요 여행지 개념도(greenblog.co.kr에서 지도를 제공받아 수정함)


2013년 1월 남편과 함께 쓰촨과 윈난을 한 달간 다니는 일정으로 여행을 떠났다. 여행 3일째, 청두(成都 성도)에서 야딩으로 가기 위해 1박 2일 버스를 탔다. 버스에서 밤새 자면서 이틀에 걸쳐 타고 가는 야간 버스가 아니다. 청두에서 우리가 끊은 버스표는 청두에서 따오청(稻城 도성)까지 가는 일종의 2일짜리 버스 이용권이었다. 청두에서 오전 10시에 출발해 8시간을 달려 캉딩(康定[Kāngdìng], 쓰촨성 간쯔 티베트 자치주의 중심 도시)에 도착한 후 각자 잠자리를 구해 숙박하고 다음날 다시 같은 승객들이 같은 버스로 또 12시간을 타고 가서 최종 목적지 따오청에 도착하는 버스였다. 그러고도 야딩까지 가려면 따오청에서 다시 3시간 반을 더 가야 했다.     


이렇게 험준한 길을 마다하지 않고 달려가게 만든 야딩은 어떤 곳일까? 야딩은 중국 쓰촨성(四川省) 르와(日瓦)에 있는 자연보호구로서 해발 6,000m의 3개의 설산과 3개의 호수를 품은 곳이다(설산-북쪽:셴나이르(仙乃日), 남쪽:양마이융(央迈勇), 동쪽:샤루뚸지(夏诺多吉), 호수-진주해, 우유해, 오색해).       


1928년 히말라야 자락 한 곳의 경이로운 풍경이 식물학자 조셉 록(Joseph Rock)의 사진에 의해 내셔널 지오그래픽에 소개되었다. 이곳을 모티브로 하여 1933년 영국의 제임스 힐튼(James Hilton)이 그의 소설 <잃어버린 지평선(Lost Horizon)>에서 비행기가 불시착한 장소로 등장시킨다. 이곳은 히말라야 어딘가의 만년설산 아래의, 세월이 느리게 흐르고 일상의 근심과 고통에서 해방된 평화의 땅 ‘샹그릴라’로 묘사된다. 이후 서구인들에게 티베트어 ‘샹그릴라(티베트 불교에 전승되는 신비한 곳 샴발라(Shambhala, 香巴拉)에서 왔다고 함.)’는 가상의 ‘이샹향’을 지칭하는 보통명사가 된다.


1990년대 이후 수많은 탐험가들이 샹그릴라의 실체를 찾아다녔고 중국과 인도, 부탄 등 히말라야 접경국들 사이에서 샹그릴라를 자처하는 곳들이 나타났다. 2001년 중국 정부가 발 빠르게 2001년 윈난성의 디칭티베트족자치주의 중뎬(中甸)을 샹그릴라(香格里拉[Xiānggélǐlā] 향격리납)로 개명해버렸다. 그러나 여행자들 사이에 진짜 샹그릴라로 주장되는 강력한 후보지가 또 있었으니 그곳이 바로 쓰촨의 야딩이다.


야딩 사진을 보자마자 '중뎬은 관광수입에 눈이 멀어 급조된 짝퉁 샹그릴라일지도 모른다'는 근거 없는 예감이 들었다. 내 맘 속의 샹그릴라는 야딩으로 기울었다. 샹그릴라(중뎬(中甸))와 야딩을 둘 다 가보고 내 눈으로 직접 비교해보고 싶었다. 그렇게 해서 나온 나의 야심 찬 여행 계획은 다음과 같았다.   


 청두-(캉딩)-(따오청)-야딩-(씨앙청)-샹그릴라-호도협-리장-따리-(추숑)-웬모-청두.  ( ) 안은 경유지


따오청행 차는 낡은 중형버스였다. 차에 오르니 이제껏 보던 중국 사람들과  분위기가 다른, 시커먼 얼굴과 짧은 머리의 사람들이 타고 있었다. 야딩이 동티베트의 자치 지역이니 차 안의 그들은 이틀 동안 같이 버스를 타고 갈 티베트인들이었고 그동안 봤던 대도시의 한족 중국인들과 다른 것은 당연했다. 버스의 기사도 둘이었다. 교대로 운전대를 잡았다. 청두에서 캉딩 가는 길은 정말 험했다. 누가 죽음의 길이라고 했던가. 길이 험한 건 그렇다 치고 운전도 어찌나 험하게 하는지 깎아지른 절벽의 비탈에 난 좁은 길에 과속과 클렉션 소리, 아찔한 추월까지, 죽음의 운전이었다.  

   

청두에서 캉딩 가는 길. 험하기로 악명이 높다. ⓒ위트립


청두-캉딩 가는 도중 고개길에  눈이 얼었다. 경찰들이 도중에 차를 세워 체인을 감도록 통제하고 있었다. ⓒ위트립


세시간 마다 세우는 휴게소에서 점심도 먹고 화장실도 다녀온다. 이곳은 여자 화장실. 문은 없지만 이만하면 깨끗한 편. ⓒ위트립


청두에서 아침에 출발한 버스는 장장 8시간 만인 저녁 6시에 우리를 캉딩에 내려주었다. 숙소 덩빠 유스호스텔(登巴青年客栈)은 터미널에서 가까웠다. 예약이 펑크나 있었다. 실랑이 끝에 리셉션의 컴퓨터를 빌려 내가 받은 예약 확정 메일을 보여주니 그제야 방을 내어 주었다.      


어둑해진 캉딩 거리의 난방도 안 되는 식당에서 밥을 먹고 숙소로 돌아오니 오후부터 아프던 머리가 더 심하게 아파왔다. 머리가 깨질 것 같았다. 캉딩의 해발고도가 2500m가 넘는다고 하니 '아, 이게 바로 말로만 듣던 고산증이구나' 싶었다. 두통약 타이레놀을 한 알 먹어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신기한 것은 '평소 버스만 타면 멀미하는 남편은 멀쩡하고 멀미라곤 모르는 내가 고산증을 겪는다'는 사실이었다. 고산증은 정말 예측이 안 되는 ‘복불복 증세’였다.     

 

숙소의 방은 너무 추웠다. 아픈 머리를 온기라곤 없는 침대에 눕혀 잠을 청했다.  ‘이 한겨울 중국 오지에서 이 무슨 고생이람?’ 서글픈 생각을 하다가 온수 페트병 한 개를 껴안고 잠이 들었다.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니 어젯밤 침대 협탁에 흘린 물이 얼어붙어 있었다. 건물 실내인 방 안의 온도가 영하였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고 그 냉동고에서도 잠을 잤다는 사실이 반전이었다. 한편 그렇게 깨질 듯 아프던 머리가 아침이 되거짓말처럼 말짱해진 건 더 큰 반전이었다.


이제 캉딩이니, 야딩 가는 길 1/3쯤 왔다. 새벽 6시에 다시 출발하는 어제의 그 버스를 타기 위해 어둠을 뚫고 캉딩 거리를 나섰다. 또 어떤 반전이 기다리고 있을까?




P.S. 여행 당시에는 몰랐지만 이 글을 쓰면서 *자료를 찾아보니 중국에는 ‘샹그릴라’라는 지명이 두 군데이다. 2002년 7월 야딩의 충고사의 노스님이 조셉 록의 친필 사인이 담긴 1928년판 내셔널 지오그래픽 지를 공개하면서 샹그릴라 찾기 경쟁은 끝이 났다. 조셉 록의 사진 속의 그곳이 야딩이었던 것이다. 최근 야딩의 매표소가 있는 르와는 샹그릴라로 이름을 바꿨다고 한다. 윈난성의 중덴은 샹그릴라시(香格里拉市), 쓰촨성의 르와는 샹그릴라진으로 개명한 셈이다.(진은 우리나라 면이나 동에 해당하는 행정구역) *참고:인조이 중국(고승희, 넥서스BOOKS)


%% 야딩 사진을 볼 수 있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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