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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가서 한 달을 살아보았다

멕시코 과나후아토에서 한달살기 후기

by 위트립

멕시코시티에서 만난 한국 여행자는 우리 부부가 과나후아토(Guanajuato)에서 한 달을 지냈다고 하니 자신은 4일을 머물렀는데 이틀을 지내고 나니 더 이상 갈 곳이 없었다고 했다.


과나후아토는 멕시코시티에 가기 전후에 여행자들이 들르는 도시로 보통 사흘 정도 머물다가 가는 곳이다. 도시가 작고 특별한 볼거리는 없다. 언덕 위에 붙은 원색의 집들이 만들어내는 알록달록한 산동네 풍경을 보기 위해 다들 이 골짜기까지 몰려온다.


과나후아토에서 차로 한 시간여 거리에 고급스럽고 예쁘기로 소문난 도시 '산미겔 데 아옌데(San Miguel de Allende)'가 있다. 은퇴한 미국인들이 살고 싶어 하는 도시로 실제로 백인들이 많이 살고 있고 집도 골목도 가게도 과나후아토와는 비교가 안될 만큼 깨끗하고 세련되었다. 과나후아토로 온 여행자들은 이곳을 필수로 들른다. 그러고 나서 이구동성으로 이야기한다. "산미겔 데 아옌데는 예뻐. 그러나 난 과나후아토가 훨씬 좋아."


한국 여행자들은 삼일이면 다 본다는 과나후아토에서 나는 무얼 하며 한 달이나 지냈을까?




스페인어 배우기 & 길거리 스페인어 수집하기


평일 오전 3시간씩 총 4주간 어학원에서 스페인어를 배웠다. 간판이며 안내문을 해독하면서 다니는 게 습관이 되었다. 길거리 스페인어는 많이 수집했지만 여전히 해석 안 되는 것도 많다.


'사람 구함. 웨이터, 주방 보조' 난 왜 구인 정보만 눈에 들어오냐?


관광 명소들이 모여 있는 히스토리코 센트로(Historico Centro) 돌아다니기


스페인 식민지 시절 은광이 발견되면서 도시로 형성된 과나후아토는 화려했던 옛 시절을 유추하게 하는 극장, 대학교, 곡물창고, 시장 등 랜드마크급 건축물이 제법 있다. 운 좋게도 이 모든 명소들은 걸어서 갈 수 있다.


알론디가 옛 곡물창고 앞에서


언덕 골목길 걷기 & 전망대 돌아다니기, 지상과 지하 미로(迷路) 넘나들기


과나후아토 도심에서 언덕으로 난 골목길은 어느 곳에서 오르든 다 전망이 나온다. 과나후아토대학 뒤편을 오르면 가장 핫한 전망대, 삐삘라를 정면으로 볼 수 있다. 좁은 언덕길을 올라 산동네 중턱에서 만나게 되는 산복도로를 따라 도심을 내려다보며 걷는 길은 그 자체가 선(線)으로 된 전망대다.


옛 수로를 복개해 만든 지하 도로망은 다른 도시에서는 유례없는 과나후아토만의 차별점이다. 로컬 버스를 타면 지하와 지상을 넘나드는 신묘한 체험을 하게 된다.


옛 수로가 오늘날 도로망으로 변신. 버스 정류장에서 시내 버스(사진 속의 차)를 기다리는 사람들.


주말마다 로컬 버스 타고 근교 마을 다녀오기


여행에도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주중에는 시내와 동네 다니기, 주말에는 로컬 버스 타고 '마르필', 옛 광산 마을 '발렌시아나', 산악 마을 '산타 로사'에 가서 기분 전환을 했고 이웃 도시 산미겔 데 아옌데도 다녀왔다.


폐 광산 시설과 광산 박물관이 남아있는 발렌시아나


시내 워킹 투어 & 공연 참가


과나후아토는 클래식 공연이나 마임, 발레 등 각종 공연이 많이 열린다. 현지인과 함께 워킹 투어도 했고 카예호네아다(골목길 음악 공연) 공연은 물론 피아노 연주회와 발레 공연도 봤다. 유서 깊은 건축물 안에서 이뤄지는 공연인만큼 '공간의 효능감을 누려보는' 좋은 방법이었다.


타코집 투어하기


타코집마다 타코를 내지만 똑같은 타코는 없다. 같은 방식, 같은 재료의 타코도 가게마다 맛과 차림새가 달라 비교해 먹는 재미가 있다. 타코만 전문으로 파는 타케리아(Taqueria)만 7군데는 다닌 것 같다. 그중 곱창 타코(Tacos de Tripa)를 내는 곳은 단골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찜해둔 타코집을 다 못 가보고 온 게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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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코는 못 참지!




과나후아토의 한 달은 빨리 지나갔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 딱 한 가지만 꼽으라면, 현지인 동네 광장인 엠바하도라스(Embajadoras) 앞에서 아이스크림 먹으며 사람 구경하며 보낸 시간들이다. 1인 영세 노점, 등하굣길 아이들 데리고 오가는 부모들, 퇴근길 사람들... 언제나 오가는 사람이 바글바글하고 활기찬 거리였다. 해가 어둑해지면 식료품점에 들러 과일이나 빵을 사 들고 숙소로 돌아가는 게 일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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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바하도라스 광장에서 아이스크림 먹으며 사람 구경하기.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숙소 앞 골목길 어귀에서 노점상 하시는 아주머니들과는 안부도 묻고 과일도 나눠 먹는 사이가 되었다. 집에서 늘 혼자 소일하시는 숙소 주인 할머니와 천인형도 같이 만들었다. 늘 재밌는 일만 있었던 건 아니고, 물갈이 탓인지 배탈이 나서 며칠간 집에서 근신한 적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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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 할머니가 만드신 천인형들(왼) & 할머니의 지도 아래 내가 만든 열쇠고리(오)


과나후아토에서는 가까운 길을 멀리 돌아다니게 된다. 안 가본 골목길을 자꾸 걷고 싶은 욕심에 곧장 갈 수 있는 평지길을 두고 언덕을 올라 골목길 사이사이를 지나 다시 경사진 길을 내려가는 방법으로 다녔다. 여행은 비효율적인 행동을 반복하게 하는 힘이 있다.


느긋하게 지내면서 '과나후아토의 공기, 골목길, 언덕 전망 그리고 사람 사는 냄새'를 즐길 준비가 되었다면 누구라도 과나후아토로 오셔도 좋겠다.




※ 멕시코 과나후아토 한달살기 참고

과나후아토 한달살기 경비(2인 기준, 31박32일, 2023.6.13-7.15)
숙박비 125만(과달라하라 3박 15만+과나후아토 28박 110만)
식비 80만
교통비 7만(과달라하라-과나후아토 이동 경비 포함)
입장료 14만(공연 티켓 포함)
스페인어 학원비 51만(1명, 일 3시간, 4주)
기타 20만(유심 및 데이터, 이어폰,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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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 297만


한 달 숙소 구하기

에어비앤비로 4주(28박) 숙박을 예약했다. 28박 이상이면 장기 숙박 할인이 적용된다.

침실 1개, 주방 겸 거실 1개로 된 별채 독채를 110만 원에 결제함. 호스트의 집과 붙어있으면서 독립적인 구조. 숙소 상태도 좋고 현지인 동네이면서 센트로와 가까워 편리하게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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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나후아토 여행 정보

1) 도보 20분 안에 다 모여있는 히스토리코 센트로(Historico Centro) 관광 명소

세르반테스 극장(Teatro Cervantes) / 아옌데 광장 /돈키호테 박물관(Museo de Don Quijote)

/ 후아레스 극장(Teatro Juarez) / 우니온 정원(Union Jardin)

/ 과나후아토 성모 대성당(Basilica Colegiata de Nuestra Senora de Gunajuato) / 과나후아토대학교

/ 키스 골목(Callejon de Beso) / 라 파스 광장(Plaza de la Paz)

/ 디에고 리베라 생가 박물관(Museo Casa Diego Rivera)

/ 곡물창고 지역 박물관 (Museo Regional de Guanajuato Alhondiga de Granaditas)

/ 이달고 시장(Mercado Hidalgo) / 삐삘라 전망대(Monumento Al Pipila)

/ 과나후아토 미라박물관(Museo de las Momias de Guanajuato)

/ 공원묘지 판테온 무니시펄 산타 파울라(Panteon Minicipal Santa Paula)

2) 과나후아토, 어디를 더 가 볼까?

- 잘 알려지지 않은 스폿 두 군데 : 옛 철도역(Estacio Ferrocarril) / 수도교(Acueducto de Pastita)

- 산책이나 하이킹이 그립다면 : 라 프레사(La Fresa) / 라 부파(La Bufa)

3) 과나후아토, 로컬 버스 여행

- 옛 광부마을, 마르필(Marfil) : 시내에서 7페소(편도)

- 옛 광산마을, 발렌시아나(Valenciana) : 이달고시장 근처에서 7페소(편도)

- 겹겹이 산으로 둘러싸인 산골, 산타 로사(Santa Rosa) : Dos Rios에서 24페소(편도)

4)시외버스 타고 이웃 도시로, 산 미겔 데 아옌데(San Miguel de Allen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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