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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트립 May 01. 2024

사실은 가장 궁금한 이야기, 돈은 얼마나 들었어요?

3. 세계일주 경비, 알려드려요

세계 여행 후 받은 질문 1호가 '어디가 가장 좋았어요?' 라면, 두 번째 질문은 '돈은 얼마나 들었어요?'였다. 대개 이 질문은 좀 친한 사이에 조심스럽게 물어왔다. 난 기꺼이 다 알려줄 용의가 있는데도 말이다. 브런치 독자들은 나의 절친과 같은 급(class)이니 여행 경비를 가감 없이 털어보고자 한다.


289일간의 여행 경로


< 여행 개요 >
1) 여행자 : 2명(50대+60대)
2) 여행 시기 : 2023년 3/16~12/29(9.5개월, 289일)
3) 여행 형태 : 자유배낭여행
4) 여행 지역 : 3개 대륙(유럽, 북미, 남미), 19개국, 67개 도시


여행 기간의 지출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위 지출 내역을 내가 기억하기 좋고 남한테 전달하기 편하게 재편성하면 다음과 같다.

* 유럽, 미국-한 달 평균 경비: 월 1,000만원(유럽은 하루당 30만원, 미국은 하루당 40만원)
* 중남미-한달 평균 경비: 월 500만원(중남미는 하루당 16만원)

통틀어, 해외여행 한 달 평균 현지 지출 : 월 700만원, 싹 다해서 월 730만원
=> 그러나 최종 월 700만
((이유) 3개월 이상 여행이라 국내 건강보험료가 정지되었고, 6개월 이상 해외 체류로 자동차 의무 보험 면제(자동차 번호판 반납) 받음. 매월 30만 정도의 이익이 발생.)

% 유럽 경비 일 30만원 내역 = 숙박 13만 + 식비 8만 + 교통, 관광, 기타 9만
% 미국 여행 42일 중 30일은 미서부 자동차 렌트 여행


집 짓기와 여행하기의 공통점은 '막상 하면 돈이 더 든다'는 점이다. 코로나로 인해 전 세계 항공과 생활 물가가 너나없이 올랐다는 사실을 간과했고 장기 여행 특성상 미리 세세히 계획하고 떠나는 게 아니다 보니 예상치 못한 지출은 어디든 발생했다.


그래도 이 정도면 선방했다는 생각이 든다. 여행에 든 일체 경비에 건강보험료와 차보험 면제를 반영하면 실 지출은 월 700만원이다. 숙박은 대부분 에어비앤비를 이용했고 식비는 하루 한 번 외식이 기준이다. 모든 경비에는 29회의 항공비(유럽 9회, 미국 4회, 중남미 16회)가 포함되어 있다.


여행 경비처럼 고무줄 같은 것이 또 있으랴. 어떤 여행을 지향하느냐에 따라 여행 경비가 천차만별이겠지만 우리의 경우 생활여행이 될 수밖에 없었고 평소 국내에서 지낼 때처럼 아낄 수 있는 것은 최대한 아끼려고 노력했다. 예를 들어, 택시나 우버를 거의 안 타고 대중교통을 이용했다. 이 규칙은 공항을 오가거나 숙소를 찾아갈 때도 가급적 지켰다. '몸테크'가 이런 건가 싶었지만 어차피 여행이 '자발적 불편' 아니던가.


여행은 자고로 기부다. 장기 여행, 세계 일주는 통 큰 기부다. 우리 둘 다 은퇴여행자, 소위 시니어 여행자이니 '우리에겐 아끼되 남들에겐 여유를 내며' 다니려고 노력했다. 여행지 시장이나 가게에서 물건값 깎는 건 거의 안 했고 팁도 기본은 챙겼다. 특히 택시나 우버 기사 팁은 무조건 줬다.


미 달러와 아르헨티나 페소


여행에서 돌아온 이후로 안 쓰던 가계부를 썼다. 여행 지출과 국내 지출을 비교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두 사람이 살아가는데 지출은 월 340만원이 나왔다(여행 가든 안 가든 발생하는 각종 세금과 보험료는 제외). 결국 여행 안 가면 월 340만원, 여행 가 월 700만원을 쓰는 셈이다. 결론적으로 우리에게 여행은 '두 달 생활비, 한 달에 몰아 쓰기'였다.


통장은 비었지만 후회는 없다. 어차피 쓰려고 모은 돈을 원래 목적에 맞게 잘 썼다. 은퇴 후 여행가고 2010년부터 12년간 월 20만원씩 모은 돈, 오랜 기간 장전한 총알을 제 때에 떨어 썼으니까. 여행이 곰삭아  영혼을 얼마나 풍부하게 만들지에 따라 이 여행이 얼마나 가성비 있는 여행이 될지 훗날 알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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