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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트립 Jul 30. 2021

브런치? 그게 뭔데? 브런치 입문기

은퇴 후 난생처음, 브런치 글쓰기(1)

브런치 합격 메일을 받았다. 정확히 작가 승인 메일이다. 지난 금요일 밤 10시쯤 신청했는데, 월요일 낮 1시도 안되어 메일이 왔으니 영업일 하루도 안되어 답변이 온 거다. "좋은 소식, 당일 배송~" 기분이 더 좋다.


브런치 작가 승인 메일(2021.6.14)


나의 블로그 이웃인 브런치 선배는 한 번만에 붙은 건 대단한 거라며 자기 일처럼 축하해준다. 그동안 브런치 지원 후기에서 재수생, 삼수생, n수생 글을 많이 봤다. 그중 가장 압권은 12번 떨어지고 13번째 작가 승인됐다는 글이었다.


올해 2월, 우연히 브런치를 처음 접하게 되었다. 생각의 단절 없이 줄줄 써 내려갈 수 있는 글쓰기 플랫폼, 아니 '글 공유 플랫폼'인 브런치가 내 취향에 맞았다. 그런데 브런치는 자기가 쓰고 싶다고 바로 개설해서 글 쓰고 발행하는 시스템이 아니란다. 글을 발행하기 전 먼저 브런치 작가 신청을 해서 '브런치 당국'으로부터 작가 승인을 받아야 하는 시스템이란다.


"아, 그렇구나. 그래서 상업성과 광고성 글을 배제하고 진정성 있는 글들을 필터링하는 거였구나." "전적으로 텍스트의 힘을 굳게 믿고 가는 시스템이 바로 브런치였구나."


난 여태 왜 몰랐을까? 그동안 사느라고 바빴고, 사실, 글쓰기와 글읽기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브런치 글들을 읽으니 나도 살짝, 아니 솔직히 말해 '몹시' 부러워졌다. 맛깔난 글을 쓰는 수도 없는 작가님들이. 부러우면 지는 거라는데 난 이미 졌네. 그렇다고 계속 패자로 있긴 싫었다. 아무것도 안 하면서 계속 부러워만 하고 있을 순 없다. 내 인생의 패자부활전을 나 스스로 만들어보기로 했다.


우선, 나도 브런치에 꾸준히 올리고 싶은 콘텐츠가 있기는 한 지 먼저 생각해보았다. 그러고 보니 나도 글감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 10년간의 중국 여행도 정리하고 싶고, 중국어와 중국문화, 중국 사람들에 대해서도 하고 싶은 말들도 많기는 하다.


브런치를 해보겠다고 작정하고 브런치 글을 꼼꼼히 다시 읽다 보니 '글쓰기 무림고수'들이 어찌나 많은 지 감탄하다 못해 기가 죽는다. 브런치는 '글쓰기가 취미'라는 괴물들과 '글쓰기가 업'이라는 딴 세상 사람들의 소굴이었다. 기껏 글 쓸 용기를 내었다가 어느새 자신감 급 상실되곤 했다.


한편으론, 좀 못쓰면 어떤가 싶기도 하다. 잘난 사람 잘난 대로, 못난 사람 못난대로 같이 어울려 사는 세상이지 않은가? 글도 잘 쓰든 못쓰든 "내가 쓰고 싶은 것 한번 써봐도 세상에 해될 것 없지 않나" 싶었다. 그래서 한번 도전해보기로 했다. '브런치 작가'신청서를 넣기로.




인터넷 서핑을 통해 작가 지원 절차를 알아보았다. 브런치에 지원하려면, 다음의 5단계를 거쳐 작가 신청을 해야 한다. 1)~3)은 필수, 나머진 옵션이다.


1) 작가 소개글 300자
2) 활동계획 300자
3) 글 샘플 지원 - 3편 정도
4) 기타 기고글이나 발간 책 주소 링크
5) SNS 계정 링크(블로그나, 인스타그램 등의 주소)


나도 작가 소개와 활동계획을 한번 적어보았다. 각각 300자 이내라는 글자 수 제한이 있다.


작가 소개(300자 이내) : 300자 안에 작가의 이력과 쓰고자 하는 글의 방향성 등을 녹여내야 한다. 쓰고자 하는 글의 주제가 2개 이상이어도 무방하다.


저는 ‘전생에 새장에 갇힌 새’였는지 지치지 않고 돌아다니기를 좋아하는 여행자입니다. 도시 여행보다 자연 여행을 좋아합니다. ‘전 세계 절경의 삼분의 일은 중국에 있다’는 말에 혹해 중국 곳곳을 10여 년간 자유여행으로 다녔습니다. 마흔다섯에 처음으로 중국에 다녀온 후 남은 평생을 중국을 다니리라 맘먹고 중국어를 익혔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자유여행지로 잘 가지 않는 중국에 대해, 여행지를 소개하고 자유여행 정보를 공유하려고 합니다. 여행 중에 만난 ‘중국 사람, 중국 문화와 중국어’에 관해 저의 언어로 풀어보려고 합니다.(294/300자)


활동계획(300자 이내) : 쓰고자 하는 글의 주제, 목차 등을 적는다. 작가 소개와 중복되므로 목자 중심으로 써도 될 듯.


제게 여행은 ‘진행 중인 연애’이고 그 첫사랑은 첫 해외여행지, 중국입니다. ‘자연 절경과 사람과 음식’에 빠져 다니다 보니 주변에서 ‘중국이 그렇게 좋아?’라고 묻더군요. 주제:중국이 그렇게 좋아?-중국 자유 여행학 개론. 목차:중국, 도대체 자유여행이 가능해?/중국이 자유 여행하기 좋은 이유 다섯 가지/트러블 차이나, 중국 여행 불평불만기/넓디넓은 중국, 어디를 갈까?/좋은 건 알겠는데, 거길 어떻게 가냐고? 중국 누비기 교통 팁/가성비 좋은 숙박지 발굴법/중국어 메뉴판과의 한판 싸움, 음식 주문/중국어, 그래도 조금은 할 줄 알아야 하지 않을까?(297/300자)


이렇게 작가 소개와 활동계획을 적고 작가 서랍 속에 저장해 둔 글 3개를 클릭해 신청했다.

글 3개는 아래와 같은 제목의 글을 첨부했다.

(1) 중국이 그렇게 좋아?

(2) 중국, 도대체 자유여행이 가능해?-중국이 자유 여행하기 좋은 이유 다섯 가지

(3) 트러블 차이나, 중국 여행 불평불만기




이상의 일련의 절차를 거쳐, 이제 나도 작가 승인받았다. 블로그 프로필에 꾹~꾹~ 눌러 적어 넣었다. "브런치 작가". 마치 화가가 작품에 낙관(落款) 찍듯이. 예전에  '파워 블로그' 메달이 걸린 블로그들이 부러웠다. 파워 블로그 제도가 없어진 요즈음, 블로그 프로필에 '브런치 작가' 타이틀 붙이는 게 무슨 유행인가 했는데 나도 그 브런치 작가가 된 것이다.


'브런치 작가 미션', 처음엔 성가셨고, 지원서 내고는 살짝 조마조마했고, 그래서인지 나중엔 성취감이 더 컸다. 큰 굴곡 없는 요즘 내 일상에 이벤트가 되어 주었다.




202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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