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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트립 Jul 31. 2021

내 글 조회수 9만? 그리고 아무일도 없었다

은퇴 후 난생처음, 브런치 글쓰기(3) 브런치 조회수의 신기루

지지난주 금요일 오후에 '중국 침대 기차는 아래층을 끊어라'라는 제목의 글을 브런치에 올린 후 차를 몰고 어딜 가는 중이었다. 브런치 알람이 울렸다. '조회수가 1000을 돌파했습니다.' 글 올린 지 37분 만에 온 쪽지였다. 


처음엔 이게 무슨 말인 지 몰랐다. '00님이 라이킷했습니다'는 받아봤어도 조회수 알람은 처음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브런치에 글 올리기 시작한 지 불과 두 주밖에 되지 않았고 그동안 올린 10여 개의 글에 한 편당 조회수 50회도 되지 않는 완전 신참, 구독자 몇 없는 무명작가(?)였다. 아니 그냥 '브린이'였다. (*6월 14일 브런치 작가 승인을 받고도 계속 글을 못올리고 있었음. 7월 2일부터 첫글을 올림.)


몇 분만에 2000, 3000, 천 단위로 오르던 조회수는 저녁 무렵 1만을 넘겼다. "아 이거 내 글이 어디 인터넷 포털에 오른 것 아냐?" 흥분된 호흡을 가다듬으며 집에 들어서자마자 이 사이트 저 사이트 찾아봤더니 포털의 여행 코너에 내 글이 떡하니 올라가 있었다. 


2021. 7. 16 다음 포털 화면 갈무리


포털의 글은 6시간 만에 내려졌지만 다른 어딘가에 글이 계속 올라가 있었는지 다음날과 그다음 날도 조회수가 계속 올라 급기야 9만을 넘겼다. '단 하나의 글에 조회수 9만이라니' 실로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과연 포털의 위력은 대단했다. 이런 일이 나한테 벌어지다니 믿어지지 않았다. 코로나라 해외여행도 가지 않는 이 시국에, 하물며 자유여행도 잘 가지 않는 나라 중국의, '침대 기차 이야기'가 포털에 올랐다는 이유 하나로 9만 명이 넘게 클릭한 것이었다.




% 중국의 침대 기차는 아래층을 끊어라(2021.7.16)



난생처음 겪어보는 이 엄청난 사건 덕에 난 금토일 3일 내내 구름 위에 둥둥 떠 있는 기분이었다. 주말이 지나고 상승 조회수가 멈추자 현실로 돌아와서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나의 한달도 안된 브런치 역사에 사건이 하나 더 터졌으니 '나의 알바 체험기'가 브런치 홈 화면에 실린 것이었다. 브런치 메인 화면에서 인기글로 삼사 일간 올랐다 내렸다를 반복하더니 며칠 만에 조회수가 3000을 훌쩍 넘겼고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오르는 중이다.



% 은퇴 후 첫 알바 체험기(2021.7.22)


가족 톡방에 자랑을 했더니 딸아이가 물었다. "조회수가 많으면 뭐가 좋아? 돈이 생겨?" "아니 그냥 기분이 좋아." 진짜 기분이 괜찮았다. 솔직히 '인정받는 느낌' 혹은 '성취감' 같은 것도 살짝 들었다. 남편은 상금 없는 상장을 하나 받은 거라고 했다. 난 상금 없는 상장보다는 상금 없는 로또란 생각이 들었다. 조회수 9만은 독자의 공감을 사서 독자들이 일일이 읽어서 올린 조회수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포탈의 알고리즘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광고 효과가 컸고 운이 따라줬다고 본다. 


말은 이렇게 하지만 한동안 브런치 앱에서 눈을 못 떼고 나도 모르게 조회수 통계를 누르는 브런치 폐인으로 지냈다. 기분 좋은 경험이었다. 브런치가 이렇게 해서 사람을 낚는구나. 아무튼 나의 개인사에 있어 퇴직 후 최대의 사건이었다.   


글을 읽어달라고 올리면서도 막상 많이 읽으니 겁도 났다. 내가 쓴 글에 대해 진지해졌다. 아니 소심해졌다. 주말 내내 그동안 썼던 글들을 조물락거리며 아주 조금씩 수정질을 했다. 다시 보니 과격한 표현도 있고 오해의 소지도 있다. 말이든 글이든 한번 뱉으면 주워 담을 수 없기는 매한가지이지만 글은 더더욱 그렇다. 기록이 좋기도 하지만 겁나기도 하다. 


7월 조회수 그래프


조회수 9만? 그 이후 내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구독자가 눈에 띄게 는 것도 아니고 댓글이 많이 달린 것도 아니다. 잠시 공중에 붕 떴다가 털썩 내 자리로 내려앉았다. 이제 조회수의 신기루는 사라졌다. 


대신 글쓰기 동력이 생겼다. 처음에 누가 등 떠밀어 시작한 건 아니었지만 이제는 누군가에게 등 떠밀리는 기분이다. 누가 밀어줄 때 그 힘으로 계속 나가보려고 한다. 제자리 멀리 뛰기보다 도움닫기 멀리뛰기가 더 멀리 뛸 수 있는 것처럼. 


또 글쓰기가 무거워졌다. 글쓰기에 더 진심을 부려야겠다. 글이 진심이 되려면 삶이 진심이 되어야 한다. 글은 삶을 넘지 못한다. 




202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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