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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트립 Aug 30. 2021

크기도 공력도 천하독존, 러산따포

장담컨대, 중국은 전 세계에서 최고가 되기 가장 쉬운 나라이다. 국내 최고가 곧 세계 최고인 것이 어디 한두 가지일까?


세계에서 제일 긴 케이블카(장가계 천문산), 세계 최고 높이의 야외 엘리베이터(장가계), 세계에서 가장 긴 고속철(베이징-광저우, 2,298km)... 이런 예는 요즘 것들이니 논외로 치더라도 세계 최대의 궁궐 자금성, 세계 최장의 성벽 만리장성만 떠올려도 세계 최대의 석불이 중국에 있다는 건 이제 더 이상 새롭지도 않다.

     

덕분에 중국 여행자는 가는 곳마다 세계 최대 시리즈를 만나게 된다. 위안머우(元谋 원모)에서 청두(成都 성도)로 가는 길에 러산(乐山 낙산)에 들러 세계 최대의 석불, 러산따포(乐山大佛 낙산대불)를 보고 가기로 했다. '산이 부처이고, 부처가 곧 산이다'는 러산따포를 한 문장으로 표현한 말이다. 석불의 손가락 1개가 3m이고, 한쪽 귀에만 성인 3명이 앉을 수 있고 발등에만 100명이 설 수 있다니 그 크기가 짐작이 될까?  

  

러산(乐山)의 위치


토림(土林)을 보고 위안머우터미널로 돌아오니 점심때였다. 청두행 기차는 위안머우역에서 밤 10시 출발. 기차역까지 이동하는 시간을 빼고도 장장 8시간을 더 기다려야 했다. 호텔 직원 말로는 기차역 부근은 터미널 부근보다 더 놀거리가 없다고 했다. 터미널 주변에서 8시간을 뭘 하며 때우나?

     

위안머우는 작은 현급 도시라 정말 할 게 없었다. 남편과 내가 8시간을 보낸 방법은 다음과 같다.

'위안머우터미널 근처 시장 구경(위안마농무시장)-PC방 이용-커피숖 가기-식당에서 저녁 사 먹기'

     

위안머우 시장과 거리에서 자주 본 말린 육류와 소시지 ⓒ위트립


그래도 그동안 여행 중에 피시방에 가서 시간 때울 일은 없었다. 졸지에 중국 생활문화 체험까지 하네. PC방은 터미널이나 기차역 주변에 반드시 하나쯤 있다. 요금은 1시간에 3위안(한화 540원)이란다. 두 사람이 1시간씩 하겠다고 하고 10위안을 냈는데, 거스름돈을 주지 않았다. 나중에 보니 보증금(야진) 포함이었고 나올 때 최종 요금을 정산하는 식이었다. 대형 모니터에 속도도 빠르고 담배 냄새만 빼면 시설도 쾌적했다. 여기에서 2시간을 죽였다.

      

위안머우 터미널 근처의 PC방에서 시간 죽이기 ⓒ위트립


위안머우역에서 밤 10시 넘어 침대 기차를 타고 아침에 어메이역에 내리니 호객꾼들이 달려들었다. “어메이산! 러산!”을 외치며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아가씨 호객꾼에게 낚여 빠오처를 탔다. 어메이역에서 50분쯤 가는 러산따포까지 1인당 15元. 합리적인 가격 같았다.

      

우리를 세워 준 곳은 러산따포(乐山大佛 낙산대불) 입구가 아닌 동방불도(东方佛都) 입구였다. 입구 앞 식당에서 배낭을 맡기고 러산따포 화살표를 따라 계속 갔다. 드디어, 대불의 머리 부분이 보이기 시작했다. 


대불을 감상하려면 대불의 머리 위에서 출발해 대불의 오른쪽으로 좁은 계단길을 따라 끝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대불의 왼쪽으로 올라와야 했다. 겨우 한 사람만 디딜 수 있는 좁은 잔도(棧道)에 사람이 많을 때는 한 발자국 한 발자국 사람에 떠밀려 가야 하고 정체도 장난이 아니라고 하는데 우리가 갔을 때는 겨울 비수기라 구경할만했다. 만약 성수기에 간다면 배로 구경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되리라. 입장료도 따로 안 내고 인파에 시달리지 않아도 되니.


러산따포. 불상의 머리와 사람의 크기를 비교해보시라. ⓒ위트립

     

러산따포 관람을 위해 내려가는 잔도는 일방통행 길이다. ⓒ위트립


풍화와 세파에 시달렸지만 그 위엄과 공력은 오늘도 변함없이 뱃사공을 지켜준다. ⓒ위트립


석불이 조성된 능운산은 장강의 지류인 민강, 다두강, 칭이강의 세 강이 만나는 곳이다. ⓒ위트립


러산따포는 8세기에 만들어진 71m 높이의 석불로 어메이산(峨眉山 아미산)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다. 2001년에 탈레반에 의해 파괴된 아프가니스탄의 바미얀 석불(55m) 보다 더 크다고 한다. 러산따포는 능운산 절벽을 90년간 깎아 만들었다. 절벽 아래가 세 강이 합쳐지는 곳이라 배가 전복이 잦았던 당나라 때 능운사의 해통 스님이 물살을 잠재우기 위해 석불을 만들기 시작했고 석불 완성 후에 물살이 잠잠해져서 더 이상 사고가 나지 않았다고 한다.


천하독존, 낙산대불(러산따포) ⓒ위트립


물살을 잠재운 건 부처님 공력일까? 석불을 만들 때 떨어져 나가 강에 쌓인 돌이 물 흐름을 약하게 만든 때문일까? 여행자 중생은 후자도 부처님 공력의 연장으로 보련다. 과연 크기도 공력(力)도 '천하독존, 러산따포(天下独尊, 乐山大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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