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by 위트립 Sep 16. 2021

중국 식당에서 놀란 점 네 가지

여행 가서 하는 행위는 크게 두가지이다. 보는 것과 먹는 것. 해외 여행에서 새로운 곳을 보러 다니는 사이 사이 무언가를 먹는 행위가 하루 세차례는 일어난다. 여행을 다녀오고 나면 사진 폴더엔 관광 사진 만큼이나 음식 사진이 빼곡하다. 이러니 어찌 먹는 것이 보는 것에 밀릴 수 있을까? 나는 낯선 에서 낯선 음식을 먹는 것 자체가 여행의 일부가 아닌 여행의 거대한 한 축이라 생각한다.


다들 중국여행에서 먹는 게 적응안된다고 한다. 너무 느끼하단다. 나는 그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담백한 조리법인 삶고, 찌고, 데치기를 많이 쓰는 우리나라에 비해 중국 요리에 볶는 요리가 많은 건 인정한다. 그러나 불길 치솟는 웍 하나로 순식간에 볶아내는 요리들은 첨가된 마늘과 고추, 파 등의 향신야채로 인해 느끼할래야 느끼할 수가 없다. 적어도 *내 기준에는 그렇다.(*중국 안에서도 '맵부심'이 하늘을 찌르는 쓰촨, 후난, 귀저우, 윈난을 주로 다닌 탓일수도 있음.)


그러나 중국에서 매끼니 내 입에 맞는 음식 찾아먹기는 중국여행경력 10년에 가까운 게도 늘 '미션' 이다. 땅넓이만큼이나 식재료다양하고 인구수만큼이나 조리법 넘 때문이다. '내 돈내고 밥 사먹기'가 이토록 어려운 중국 식당 체험기를 소개해보려고 한다.


먼저 중국 식당에 가면 몇가지 점에서 놀라게 된다.


첫째, 인구대국답게 중국 식당엔 종업원이 많다.

중국 청두의 식당에 갔을 때다. 동생 가족같이 밥을 먹게 되어 좀처럼 가지 않는 고급 식당으로 갔다. 좀 이른 저녁에 갔더니 식당 앞의 한무리의 사람들이 도열해 서있었다. 업무 시작전 조회 같은 걸 하는 분위기다. 이 엄청난 수의 종업원이 한 식당의 직원이라니. 인구가 많으니 일자리를 쪼개고 또 쪼개나? 우리나라는 넓은 홀의 식당도 주방 담당과 서빙 담당 단둘이 운영하는 곳이 많은데 중국은 코딱지만한 동네 식당도 종업원이 수두룩했다.

 

청두의 어느 식당 앞에서 ⓒ위트립


둘째, 음식값외에 그릇값도 받아요~

약간 고급 식당을 가면 원형 식탁에 빈그릇이 세팅되어 있는 경우가 있다. 물론 그릇값도 받는다. 개인 그릇이 비닐에 꽁꽁 싸여 있고 손님이 직접 뜯어서 사용한다. 설겆이를 외주 맡기기 때문이다. 식사가 끝난 그릇을 다 모아 설겆이 업체에 넘기면 비닐포장 상태로 다시 납품받는다. 도대체 설겆이도 안하는데 그많은 종업원들은 다 무슨 일을 하지?


포장되어 세팅된 개인용 식기(좌), 깨진 그릇들(우) ⓒ위트립


셋째, 깨진 그릇도 사용한다.

우리나라는, 식당은 물론 가정에서도 깨진 그릇은 사용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선 옛부터 복이 나간다고 금기시하는 데 반해 매사에 그렇게 '복(福)'을 따지는(?) 중국에서 깨진 그릇과 복은 아무 관계가 없나 보다. 깨진 그릇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음식을 담아 내오는 현지 식당이 많았다.


넷째, 중국 식당에서 외국인을 제대로 놀라게 하는 건, 바로, 메뉴판이다.

중국 식당에서 외국인을 놀라게 하다 못해 질리게 하는, 아니 맨붕에 빠지게 하는 건, 바로 엄청난 수의 메뉴를, 그것도 한자로 깨알같이 적어놓은 메뉴판이다. 테이블에 앉으면 종업원이 대개 '학교 때 벌로 쓴 빡지' 같은 걸 소위 '메뉴판'이라고 펼쳐놓는다. 중국에서 음식 사진 따윈 애초에 기대하면 안된다.  


쑹판의 작은 식당의 메뉴판. 메뉴를 헤아려봤다. 고기요리 24개, 채소요리 12개, 국물요리 10개 ⓒ위트립


위 메뉴판의 음식을 조리하는 주방, 저 많은 메뉴 중에서 겨우 고른 반찬은 가지볶음 하나. ⓒ위트립


메뉴판을 보는 순간 긴장을 놓으면 안된다. 나도 모르게 욕이 튀어나올지도 모르니까. '그래서? 나 보고 어쩌라고?' 옆에 대기한 종업원을 올려다보며 속말을 한다. 손님이 외국인인 지 알 길 없는, 영문모르는 종업원은 순한 소눈망울로 멀뚱멀뚱 볼 뿐이다. '아아, 타국에서 불쌍한 내 처지여!' 배는 고픈데, 주머니에 돈도 그득한데... '나? 이 식당에서 제일 비싼 걸로 얼마든지 다 골라먹을 수 있는 사람이거든? 근데, 이 많은 메뉴중에 뭘 시키냐 말이야.' 몰라서 못시키고, 못시켜서 굶을 판이다. 까막눈의 설움에 주린 배가 더 고파진다.


나는 해외여행에 앞서 내가 가는 나라의 음식과 조리법, 식재료에 해당하는 글자는 익히거나 적어 가는 편이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노르웨이, 멕시코, 쿠바... 길지 않는 나의 배낭여행사(行史)에서 이 방법은 대체로 유효했다. 단언컨대, 지구상에 이 방법이 전혀 통하지 않는 나라가 중국이다. 존재하는 식재료와 조리법 수만큼이나 하나의 식당에서 취급하는 요리의 수가 천문학적이기 때문이다. 


겨우 한자 몇개 익혀갔다 하더라도 무슨 그림도 아닌 글자 퍼즐은 맟추기도 어렵거니와 어디 한두개라야 말이지. 메뉴명에 소우(牛)자 들어간 걸 보고 쇠고기 요리인 줄 알고 시켰더니 황소개구리 요리가 나왔다는 건 절대 꾸며낸 이야기가 아니다. 쿤밍에서 테이블 몇개 안되는 란조우라미엔집에 들어갔더니 면 요리만 47가지였다. 후덜덜~


면요리 47개, 일품밥요리 19개, 국물요리 3개, 고기반찬 13개, 야채반찬 10개가 적힌 쿤밍의 란조우라미엔식당 ⓒ위트립


그렇다고 마냥 배곯고 있을 수는 없는 법, 이렇게 난해한 중국 식당에서 밥 먹기, 어떻게 해결할까?

빽빽한 메뉴판의 압박 속에서 숱한 시행착오 끝에 터득한 내 나름의 식사 주문 요령을 소개하자면,

첫째, 손님이 북적대는 식당을 고른다. 


둘째, 이미 식사 중인 다른 테이블의 메뉴를 컨닝한다.

깨알같은 메뉴판은 머리만 아프다. 옆 주변 테이블 음식 중 먹을 만한 것을 빨리 정하고,  종업원에게 손가락으로 가르킨다. 요즘은 폰이 있으니 식사 중인 손님에게 양해받아 음식 사진을 찍고 그걸 종업원에게 보여줘도 된다. 운좋게 메뉴판에서 아는 음식 재료명과 조리명을 몇개 건졌다면 시도해봐도 좋다. 여유가 있다면 '스마트폰의 번역앱'이라는 신문물을 이용해도 된다.

 

셋째, 요리의 수는, 사람 한사람당 요리 1개를 기준 삼고 1~2개를 더하면 된다.

2명이면 요리3~4개, 3명이면 요리 4~5개 정도가 적합하다. 나는 혼자 다닐 때는 1~2개, 둘이 다닐때는 3개(야채요리+고기요리+탕) 정도를 시키곤 했다.


2인분 식사의 예시 ⓒ위트립


꼭 밥과 반찬을 갖춰 먹는 걸 고집하지만 않으면 중국처럼 행복한 선택지가 많은 곳도 없다. 값싸고 맛있는, 속까지 든든한 국수와 만두가 수천가지 수만가지나 있기 때문이다. 


한번은 저녁 먹으러간 식당에서 우리 부부는 반찬 2개와 탕1개를 시켰다. 곧 밥과 반찬 2개만 주길래 뜨거운 국물과 같이 먹고 싶어 탕이 나오길 기다렸다. 아무리 기다려도 탕이 나오지 않았다. 기다리다 못해 물어보니 그제야 탕을 내왔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중국 사람들은 식사 가장 마지막에 탕을 먹기 때문에 종업원은 우리가 다른 음식을 다 먹기를 기다린 것이었다. 우리는 탕 나오기 기다리며 식사 시작도 안하고, 종업원은 우리가 다 먹기 기다리느라 탕을 주지도 않고.ㅎㅎ 그 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문화 차이!




매거진의 이전글 자연과 인간의 합작품, 웬양의 다락논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

브런치 로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