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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머티 Sep 03. 2023

디즈니 CEO의, 한 편의 영화같은 자서전

디즈니 만이 하는 것-밥 아이거



치열함이 아닌, 뜨거움이 느껴지는 책


간혹 너무 좋은 책을 읽으면, 책 리뷰를 어떻게 해야할 지 막막해진다. 인상깊었던 문구들을 나열해가며 책에 대해 써내려가는 보통의 독후감과는 다르게, 좋은 책은 책이 아니라 나에 대해 생각하게 하고, 나를 뒤돌아보게 한다. 이 책은 그런 부류의 책이었다.


어떤 책이에요?라고 묻는다면 "리더십에 대한 교훈을 곁들인 자서전이에요"라고 대답을 우선 하고선(책에서 저자도 그렇게 정의했지만) 마음 속으로는 설명하지 못한 뜨거운 이 느낌은 무엇인가? 고민하게 될 것 같다.

 

그렇다. 뜨거운 책이었다. 뜨겁다는 것은 치열하거나, 질긴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척박한 배경에서 끝내는 굴지의 대기업을 세운 우리네 기업가들이라던지, 명문 대학을 중퇴하고 집요하게 어떠한 가치를 추구했던 실리콘밸리 신화의 주인공들과는 결이 다른 이야기였다.

Bob Iger @Vogue


고결함의 아름다운 가치


ABC 방송국의 하급 직원으로 입사해서, 특별히 배정받은 직무도 없이 현장에서 필요로 되는 모든 일을 도맡아 하던 시절부터 (밥 아이거는,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이런 일들을 잡무로 평가 하지 않고, 훗날의 새로운 분야에서 펼쳐지는 경험에 큰 도움이 되었다고 말하는 점은, 독후감을 쓰는 지금 새삼 인상깊다.)


디즈니가 픽사와 마블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수십억 달러가 걸려있던 순간들의 이야기들을, 그 순간 순간의 느낌과 자신의 생각들을 일관되게 덤덤하게 들려준다.


고상하고 원대하기는 커녕, 보통 사람이 할 수 있는 생각의 범위내에서 사고했고, 신념에 맞게 솔직하고 '고결'하게 행동했다. 고결함은 밥 아이거가 책을 통틀어서 계속해서 강조하는 가치 중 하나이다.


진정한 고결함, 즉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옳고 그름에 대한 명확한 인식을 토대로 움직이는 것은 리더십의 비밀병기다. 자신의 직감을 믿고 사람들을 존중하면 회사는 당신이 믿는 가치를 대변하게 될 것이다. - 책 내용 中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아니고, 매 순간 조금씩 더 나은 결과를 위해 노력했던 것, 그리고 알고 있는 범위 내에서 성실하게, 옳고 그름에 대한 자신의 신념을 저버리지 않고 한 걸음 한 걸음씩 나아갔던 이야기들을 진솔하게 들려주는데, 다음 이야기가 너무 궁금해서 나도 모르게 자꾸 책을 펼치게 되는 것이었다.


모르는 것은 물어보고,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은 사과하지 말고 인정하라. 배울 필요가 있는 것은 최대한 빨리 익히기 위해 노력 하라.  - 책 내용 中



Bob Iger & Steve Jobs @Vanity Fair




영화와 같이 펼쳐지는 이야기 속에

분명히 전해지는 교훈들


자서전이라던지, 자기계발서는 즐겨 있는 장르는 아니지만 간혹 읽게되면 "이렇게 하시라"라는 어조로 권하는 책들이  많다. 하지만 밥 아이거의 이 책은 어떤 행동을 권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뚜렷한 메세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


시간의 흐름에 맞추어 젊은 시절의 밥 아이거와 함께 그 시절을 들여다보면서 (그것도 디즈니 CEO답게, 매우 선명하게 머리속에 그림을 그려주는 유려한 문장들과 함께), 그가 했던 여러 선택들과 그 결과지를 함께 보면서, 밥 아이거가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는 강렬하게 각인된다.


책의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아! 나도 이렇게 살아보고 싶다!” 나아가서는 “아!나도 해낼 수 있을 것 같아”라는  모종의 근거없는 자신감 마저 생기기도 한다. 구태여 인용하지 않겠지만, 가치를 매길 수 없는 소중한 문장들이 너무나도 많았다.


나 자신, 본질적 자아에 대한 인식을 놓치지 않는 것. 그리하여 옳고 그름에 대한 나만의 신념으로, 그리고 알고 모름에 대한 정직함을 바탕으로(고결함), 매 순간 조금씩 더 나은 결과를 위해 노력을 해나가자. 그런 자신감이 문득 드는 뜨거운 책이었다.


@Disney UK

마지막으로 읽으면서 전율이 흘렀던, 아래의 글귀를 덧붙인다.


사실 내 인생에는 아직도 도무지 믿어지지않는 한 가지가 있다. 지나온 삶의 궤적들이 완벽하게 앞뒤가 맞아떨어진다는 것이 이상하다는 의미다. 오늘이 내일로 이어졌고, 이 직무가 저 직무로 연결되었으며, 하나의 선택이 다음의 선택을 잉태했다. 이렇게 삶의 스토리라인에 일관성과 연속성이 주어질 수도 있는 것인가.

개중에는 지금과 다른 결 과로 이어졌을 뻔했던 순간들도 무수히 많았다. 나에게 주어진 행운이 나 내가 만난 훌륭한 멘토들 혹은 저것이 아닌 이것을 선택하도록 만든 나의 직관이 없었다면 과연 지금의 내가 이 자리에서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었겠는가. 행운이 성공의 많은 부분을 좌우한다는 것은 아무리 강 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나는 지금까지 놀랍도록 운이 좋은 사람이었다. 돌이커보면 실로 꿈만 같았던 일들의 연속이었다.(중략)

어쩌면 우리 대다수가 이와 유사한 삶의 여정을 밟았는지도 모른다. 지금의 내가 누구이고 어떤 상태에 이르렀든, 본질적으로 우리는 여전히 오래전 지금보다 단순했던 어느 시기의 꼬마라는 느낌을 가지 고 있지 않은가. 리더십의 비결 또한 그것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나에게 막강한 힘이 있고 내가 중요한 사람이라고 온 세상이 부추기더라도 본질적 자아에 대한 인식을 놓치지 않는 것이 바로 리더십의 비결이라는 얘기다. 세상이 하는 말을 지나치게 믿기 시작하는 순간, 어느 날 거울을 보며 이마에 자신의 직함이 새겨져 있는 것을 발견 하는 순간, 이미 삶의 방향은 사라진 것이다. 삶의 여정 어디에서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든 나는 언제나 지금까지의 나와 같은 사람이다.

이 사실은 아주 어렵지만 가장 필수적인 교훈으로 마음에 담아 두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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