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omsgrove International School Thailand
우리 딸은 태국의 Bromsgrove International School Thailand (BIST)에 가기로 했다. 태국 학교는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물리적, 심리적인 거리도 가까웠고 한국 대원 외국어 고등학교와 제휴되어 있어 여러 가지로 한국 학생을 위한 시스템이 도입되어 있을 거라는 생각에 안심이 되었다. 한국 학생들이 꽤 있는 편이어서 한국말만 하고 영어가 늘지 않으면 어떡하지 하는 우려도 있었지만 처음 유학을 가겠다고 도전한 우리 딸에게는 한국인 친구들이 갑자기 변화된 환경의 완충제 역할을 해주어 오히려 안정감을 준 것 같다. 한 학기 이후 영국으로 가긴 했지만 태국 학교에서 유학 생활 경험, 영어 능력 점검, 변화된 환경과 기숙사 생활 적응 등 여러 가지 상황을 테스트를 한 셈이고 우리 딸이 영국으로 유학을 갈 수 있는 용기와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되어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BIST는 방콕 외곽의 Winsor park 골프장 안에 위치해 있었다. 골프장 입구를 지나 학교 정문까지 차로 꽤 가야 하고, 학교 안으로 들어갈 때도 미리 예약이 되어 있어야 출입이 가능해 외부인 출입이 자유롭지 않아 안전한 것에 매우 맘이 놓였다. 넓은 잔디 운동장과 캠퍼스, 기숙사, 스포츠 시설, 식당 건물 등이 있고 넓고 깨끗하게 잘 정돈되어 있어 아이들이 생활하는데 필요한 시설들이 잘 갖춰져 있는 듯했다.
기숙사는 2인 1실로 침대, 옷장, 책상, 책장 등이 개인용으로 구비되어 있고 방마다 화장실과 샤워부스가 있으며 2인용이지만 개인 공간이 충분히 제공되어 넓고 쾌적했다. 마지막 13학년에는 혼자 기숙사를 사용할 수 있어 주요한 시기인 만큼 공부에 전념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는 것 같았다. 기숙사 1층에는 작은 주방이 있어 각자의 간식을 보관해 놓고 먹기도 하고 간단하게 음식을 만들어 먹을 수도 있다. 휴식하며 쉴 수 있는 공간과 기타나 피아노를 치거나 게임을 할 수 있는 휴게실, 공부를 할 수 있는 스터디 룸도 잘 구비되어 있다. 청소와 아이들의 옷, 침구 등 빨래도 자주 해주어 학생들이 잘 지낼 수 있도록 충분히 서포트가 되었다. 나중에 영국의 기숙사와 비교되는 점이 많았는데 이 학교는 유치원부터 고등학교 과정까지 있으며 기숙사는 초등학교 3학년부터 생활이 가능하니 고등학생들만 지내는 영국의 기숙사와는 당연히 다를 수밖에 없을 것 같긴 했다.
이번 학기에 비용은 등록비, 보증금, 학비, 보딩 비, BDST, 비자 수속비 항목으로 492,370밧, 한화로 1850만 원 정도였다. 이 학교는 3학기제로 한 학기를 4달로 가정하면 한 달에 450~500만 원 정도 드는 셈이다. 한국에 있을 때 고등학교 준비를 위한 사교육비로 영어, 수학, 국어 학원비와 과학 과외비를 합쳐 250만 원 정도 지불을 했던 것 같고, 먹는 것, 입는 것 이것저것 필요한 물건 사는 비용 등 넉넉히 100만 원 정도 더 든다고 치면 한 달에 약 350만 원 정도 필요한 셈이다. 태국 유학을 보내는 비용이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는 것에 비해 생각보다 부담이 되는 비용은 아니었다. 물론 영국이나 미국으로 유학을 가게 되면 또 다른 얘기가 되겠지만 말이다. 게다가 눈앞에 없어 공부를 하는지 안 하는지, 생활을 잘하는지 안 하는지 잔소리를 안 하게 되어 아이랑 싸울 일 없어지고 우리나라보다 입시 압박도 덜 하여 스트레스도 적게 받았고 본인이 가고 싶다고 했으니 어느 정도는 알아서 할 것이고 이것저것 생각하니 여러 가지 좋은 점이 많았다.
영국 대학은 1학년 때 A level 성적인 예상 성적으로 대학을 지원하는데, 하고 싶은 전공 관련 과목을 이수해야 지원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Oxford에 engineering를 지원하려면 A level 성적이 A*A*A이고 이중 Math는 A*, Further Math나 Physics 중 한 과목은 반드시 A* 여야 지원이 가능하다. 우리 아이는 공대를 가기로 하여 Math, Further Math, Physics, Computer Science 4과목과, 영어 IELTS 수업을 들었고 BDST(Bromsgrove Daewon Foreign Language School Thailand) 수업이 추가되었다. 보통 GCSE를 하지 않은 아이들은 1년의 Pre-A level 과정을 거치는데 우리 아이는 마지막 3학기만 하고 바로 A level로 가기로 하여 다른 아이들에 비해 1년 일찍 가게 되었다. 그래서 더 마음이 쫓기고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 같다. 물리 과목은 기본 단위와 쓰는 방식이 달라 하나하나 다시 익혀야 했고 Computer Science의 경우 Phython 기본 코딩도 배우도록 하였는데 이전에 해보지 않은 것이라 힘들어했다. 영어로 하는 수업도 힘든데 수업 스타일, 용어, 생소한 과목 등 여러 가지로 적응하기 힘들었지만 본인의 의지와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있어 생각보다 잘 적응하며 생활을 해 나갔다.
BIST는 3학기제로 매년 비슷하며 홈페이지에 나와있는 2022년-2023년 Term Dates는 다음과 같다.
Term 1 : 2022년 8월 22일 시작, 중간방학 10월 21일~10월 30일, 12월 16일 끝
Term 2 : 2023년 1월 9일 시작, 중간방학 2월 21일~2월 26일, 4월 5일 끝
Term 3 : 2023년 4월 24일 시작, 6월 29일 끝
중간방학은 5~10일 정도의 짧은 방학이고 각 Term이 끝나면 3~4주 정도 휴일이 있어 여름방학까지 합하면 5번 정도 한국에 올 수 있는 기간이 있다. 나중에 영국을 갔을 때 유럽에 있는 아이들은 3~4일만 있어도 자기 나라에 갔다 오는데 아시아 아이들은 대부분 그러지 못해 태국에 있을 때를 그리워하기도 했다.
수업이 없는 주말에는 코로나로 외부 출입이 쉽지 않아 학교에서만 있어야 했지만 먹고 싶은 요리를 해서 먹기도 하고 케이크 같은 디저트도 만들어 먹고 피자, 음료, 커피, 과일, 과자 등 배달도 해서 친구들과 나눠 먹으며 즐겁게 학교 생활을 한 것 같다. 다행히 물가가 싼 나라여서 무엇을 해도 부담이 덜 했는데 특히 열대과일이 맛있고 싸서 많이 먹었다며 집에 있을 때는 과일 하나 깎지 못하던 아이가 그 어렵다는 망고 자르기의 달인이 되어 있었다.
태국에서의 처음 유학 생활은 상당히 만족스러웠지만 원래 삼촌이 있는 베트남으로 가기로 마음을 먹고 있어서 베트남 쪽 유학을 계속 알아보고 있었다. 몇 개 학교에서 입학 통지서를 받긴 했지만 코로나로 인해 원래는 한 달 정도 걸리던 비자가 몇 달이 걸릴지도 모르고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고 하여 베트남으로 가는 것은 포기하였다.
공부를 하기 위해 유학을 가기로 한 상황이라 잘하고 싶은 마음이 크고 상대적으로 늦게 시작한 유학에 대한 불안감도 있었고 늦은 유학생활을 만회하려 더 열심히 공부하려는 모습이 보였다. 어차피 영국 대학으로 가기로 했으니 태국에 있는 것보다 영국으로 가서 공부해보고 빨리 적응하는 게 시간을 절약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영어도 아직 완벽하지 않고 비용도 더 들것이며 실제 거리도 많이 떨어져 있어 심리적으로는 더 멀게 느껴질 텐데 굳이 가야 하나 여러 가지 고민이 되었지만 이왕 이렇게 된 거 또다시 영국 학교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