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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이 Aug 23. 2023

A level 결과가 나왔다

2023년 8월 21일


영국시간으로 8월 17일 A level결과가 나온다고 구글 스케줄러가 알려줬다. 

"맞다. 시험결과 나왔다는데 UCAS확인해 봤어?"

"아직, 나중에 볼게"

"왜? 빨리 확인하고 끝내야지."

"아직은 확정 짓고 싶지 않아."


시험 끝나고 딸이 영국에서 돌아왔을 때, 시험은 어땠냐고 물어보니 최선을 다 하지는 못했지만 성적은 맞출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그래서 그 말을 철석같이 믿고 마음을 놓고 있었다. 단지 올해 바로 학교에 갈지 아니면 GAP year를 가지고 1년 뒤에 갈지 아이의 상황을 보고 결정을 해야지 하고 생각하고 있었다. GAP year가 가능한지는 학교와 과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성적이 나오고 난 뒤 학교에 물어보려고 A level 결과를 물어본 것이었다. 아이의 상태가 좋지 않아 시험 치는 한 달 내내 걱정을 했었지만 '공부는 어느 정도 잘하는 아이였으니 아무리 컨디션이 좋지 않았어도 잘했을 거야. 역시 내 딸이야'라고 안심하고 있었다. 


그렇게 주말을 지나고 월요일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학교에 메일을 한번 보내려 한다며 아이에게서 카톡이 왔다. 뭐 때문에 그럴까 의아해하면서 혹시 성적이 어떻게 나왔냐고 물으니 A*AB란다. B가 있다고? 2학기는 학교에 가지 못했고 계속 힘들어하며 공부에 집중하지 못했어도 모의시험에서는 계속 A 이상을 받았었는데 무슨 일이지? 나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소리에 땅 끝까지 주저앉을 뻔했는데 아이의 목소리는 생각보다 덤덤하다. 왜 그렇게 나온 것 같냐고 물으니 첫 번째로 치른 시험이 Further math였는데 시험을 칠 수 없어서 그냥 앉아있다가 반 이상 백지로 내고 나왔단다. 시험지 반을 백지로 냈는데 어떻게 A를 받을 거라 생각했을까? 그 무모한 자만심은 뭐지? 시험은 항상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A는 받을 거라 생각했거나 아니면 아이의 희망이었거나. 그래서 빨리 확정 짓지 않고 조금 있다가 확인하고 싶었던 건가? 


시험결과로 인해 앞으로 생겨날 일보다 이렇게 된 상황이 너무 안타까웠다. 그렇게 힘든 과정에서도 어떻게든 포기하지 않게 하려고 그렇게 노력했는데. 혹시나 근소한 차이로 다른 결과를 만들까 봐 으르고 달래면서 어떻게든 끌고 가려고 애를 썼는데. 결국은 나만 애가 타서 안절부절못한 꼴이었고 그런 나의 노력이 아무런 의미가 없는 허우적거림이었던 것 같아 너무나 허탈하고 슬펐다. 


인생 처음 큰 도전을 한 결과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받고 좌절할까 봐 아이가 걱정도 되었다. 아이는 크게 동요하지 않는 눈치다. 한편으로 다행이란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론 너무 속상했다. 그때 조금만 더 내가 노력했으면 결과가 달라지지 않았을까? 왜 그런 말을 해서 아이를 힘들게 했을까? 좀 만 더 참고 인내했었으면 괜찮았을까? 모든 것이 나 때문에 이렇게 된 것 같고 지난 일들 하나하나가 머리에 떠오르며 후회가 밀려와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이런 후회를 안 하려고 매 순간 최선을 다해 노력했는데. 결과가 어떻게 되든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 하면 후회는 없기에 항상 그렇게 살아왔는데. 오늘의 결과는 지금까지 살아왔던 나의 인생과는 달리 후회와 안타까움이 거대한 파도처럼 밀려와 그 파도에 같이 떠내려갈 수밖에 없는 무력함에 나 자신이 너무 초라해 보인다. 


오늘은 좀 슬퍼해야겠다. 

그냥 눈물이 나는 대로 참지 말고 울어야겠다. 

울다 보면 언젠가는 그치겠지.


그래도 가슴이 너무 아프다.  

 오늘은 그런 날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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