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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이 Jun 25. 2023

시험이 끝이 났다

끝은 있다

    A level 한 달간의 시험이 끝이 났다.

    5월 넷째 주에 시험이 시작되었는데 과목별로 3~4번의 시험을 치다 보니 약 한 달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대학에 지원할 때는 4과목 성적으로 지원하였고 그 성적을 바탕으로 각 대학에서 오퍼를 3과목만 줬기 때문에 한 과목은 드롭을 시켰다. 혹시나 해서 대학교에 문의를 해보니 상관없다고 하여 이때까지 공부하고 노력한 게 아깝긴 했지만 나머지 3과목에 집중하기로 했다. 우여곡절 끝에 무사히 시험을 끝을 낸 것에 너무 감사드린다. 

    시험은 끝이 났지만 정확한 성적은 8월에 최종적으로 나온다. 성적이 나올 때까지 어떻게 될지 모르니 마음 졸이며 기다려야 하냐고 아이에게 물었더니, 대충 성적은 알 수 있고 오퍼기준에 부합한 성적은 받을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매번 집중이 안된다며 시험을 망칠 것 같다고 애간장을 태우더니 본인은 그러고 잊어버리고 나만 전전긍긍한 것 같아 억울한 면은 있지만 그래도 다행이다. 끝난 게 어디야~


    아무리 생각해도 영국의 대학 입시 시스템은 한국 정서로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것 같다. 

    1학년 성적으로, 그것도 학교에서 보는 시험 성적으로 대학을 지원하는 것도 그렇고. 우리나라 같으면 성적조작이란 게 분명히 발생할 것 같은데 이런 시스템을 유지할 수 있는 데는 그만큼 오랫동안의 시행착오를 통해서 나름 합리적인 방법을 찾은 것이리라. 이 성적을 바탕으로 대학에서 오퍼를 줄 때도 10월에 UCAS에 지원하자마자 주기 시작해서 다음 해 5월까지 7개월의 시간차가 있어서 원하는 학교에서 오퍼가 올 때까지 마지막까지 기다려야 하는 그 시간이 몇 년처럼 여겨질 것 같다. 2학년 최종 시험을 치고 나서도 대학에 최종 합격을 하기까지 성적이 나오는 데는 2달이 걸리는데 그사이 각 대학에서는 기숙사를 선택하라고 연락이 오고 영국에서의 대학생활 준비도 해야 하고 비행기 예약도 해야 하는데 학기 시작 몇 주 전까지도 공식적인 합격 여부를 명확하게 알 수 없으니 성질 급한 한국사람에게는 적응하기 쉽지 않은 시스템인 것 같다. 그래도 몇백 년동안 이런 식으로 운영해 온 역사가 있으니 나름 합당한 이유가 있으리라. 내가 아직 완벽하게 영국의 입시 시스템을 이해하지 못해서 그런 것이라 생각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아이는 대학을 바로 갈지 쉬었다가 갈지 고민을 해보겠다고 한다. 너무 바쁘게 여유 없이 앞을 보고 달려왔으니 지금은 그런 생각이 들만하다. 영국은 Gap Year라는 제도가 있어 1년을 쉴 수 있다. 사회경험을 쌓기도 하고 여행을 하기도 하며 본인의 미래에 대해 좀 더 고민하고 준비하는 시간이라고 한다. 어차피 1년 일찍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상황이니 몸과 마음을 추스르고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천천히 시간을 갖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7월 초에 돌아오면 본인 하고 싶은 것만 하면서 지내보라고 했다. 그림도 그리고 꽃꽂이도 배우고 운전면허도 따고 여행도 다닐 거라고 이것저것 하고 싶은 일들을 늘어놓는다. 그러더니 일단 검정고시를 한번 보겠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갔으니 중졸인 셈이다. 또 공부해야 하고 힘들 텐데 괜찮겠냐고 물으니 모의고사 풀어봤는데 쉬운 것 같다고 한번 해보겠다고 한다. 고졸졸업장이 어떤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또 다른 뭔가에 도전할 마음을 가진 것이 대견하고 기특하다. 자신의 능력을 검증해 보고 미래를 대비할 생각을 하는 것 같아서 한편으로 좀 더 성숙했다는 느낌도 든다. 이제는 온전히 본인의 몫이다. 앞으로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지는 본인의 의지에 달려있으며 본인이 선택하고 결정하고 책임을 져야 한다. 부모는 옆에서 지지하고 응원하고 도움을 주는 조력자로서의 역할을 할 뿐이다. 


    아이는 도전했고 노력했고 이뤄냈다.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으며 많은 것을 뒤로 미뤄놓고 주어진 상황을 즐기지 못하고 오로지 버텨야 한다는 생각으로 힘들게 지나왔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냈다. 결과는 중요하지 않다, 포기만 하지 않으면 결과에 상관없이 성공한 것이라고 인생에 실패라는 건 없다고 계속 독려했다. 성공할 때까지 노력하고 그만두지 않으면 실패란 없다. 만약 실패를 했다고 하더라도 그건 끝이 아니고 과정이라 생각하면 다시 도전할 수 있으니 그건 실패한 것이 아니다. 

    아이의 인생에 처음으로 다가온 도전을 잘 이겨냈으니 앞으로 다가올 수많은 기회에 좀 더 자신감을 가지고 노력하며 대처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긴 터널을 지나 한점 빛으로만 보이던 출구를 향해 한발 내 디딘 기분이다. 그 끝이 어딘지, 언제 끝날지 몰라 두려웠지만 빛이 있었기에 희망을 가졌고 언젠가는 끝이 보일 거라는 긍정적인 마인드를 놓지 않기 위해 매일매일 나 자신을 다독였다. 포기하지 않고 하루에 한걸음이라도 걷다 보니 결국에 터널을 빠져나왔다. 이게 끝인지 또 다른 터널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지만 그냥 한 걸음씩 천천히 걸어가려고 한다. 언젠가 끝은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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