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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이 Sep 14. 2023

대학에 메일을 보냈다

2023년 8월 22일 


임페리얼에서 보내온 오퍼 A*AA를 한 과목을 맞추지 못했다. 핑계야 어찌 됐던 결과는 B이다. 184점으로 A 성적에 5점 못 미치는 점수란다. 이런저런 정보를 찾아보니 경우에 따라서 메일을 보내서 어필하면 어떻게 어떻게 다시 조건을 주기도 한다고 하여 메일을 보내기로 했다. 

지난주에 결과를 확인했으면 더 빨리 조치를 할 수 있었을 텐데라는 아쉬움을 가지고 아이가 하는 행동을 보니 속이 터진다. 나라면 만사 제치고 제일 먼저 메일을 쓸 텐데 고기가 먹고 싶다며 저녁을 먹으러 나가자고 한다. 밥이 들어가나? 일단 심기를 건드리지 않는 게 제일이니 따라나선다. 밥을 먹으며 엄마가 왜 화가 났냐고 묻는다. 화가 안 날 수 있는 상황인가? 과거는 과거이고 이제는 또 다른 길을 찾아 나서려면 빨리 처리하고 새롭고 시작을 해야 하는 상황인데 느릿느릿 상의도 하지 않고 혼자 느긋한 듯하여 화가 난다고 얘기하고 싶었으나 그냥 다 맘에 안 든다고 두리뭉실 얘기했다. 속마음이 겉으로 다 드러나나 보다. 


나는 일처리를 할 때 크게 구분 지어 어디까지 할지 계획을 세우고 모든 가능한 방법을 동시에 시도한다. 모든 것을 트라이하지 않으면 맘이 편치 않다. 어떤 게 가능성이 있을지 시작해 보지 않고 결과를 알 수 없기에 여러 가지를 펼쳐놓고 하나하나 해보면서 목표를 향해 좁혀가는 스타일이다. 그리고 머릿속에 굉장히 많은 경우의 수가 떠오르면 모든 것을 다 계획에 넣어 실천을 하려고 해야 맘이 편하다. 아니 어느 정도 큰 그림을 그리고 세부 덩어리를 구분 지어놓지 않으면 잠이 안 온다. 


내가 이런 상황이라면 대학에 일단 메일을 보내고 상황을 설명하고 가능한 방법을 간구해 달라고 한다. A level 학교에도 연락을 하여 지금 상황이 이런데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상의를 할 것이고 또 다른 어떤 방법이 있는지를 서치 해 볼 것이다. 재 시험이 가능한지 언제 치는지 그렇게 되면 지원가능한 시기가 어떻게 되는지 알아볼 것이다. 그리고 미국대학 입시에 대해서도 알아볼 것이고 A level로 갈 수 있는지 확인하고 홍콩, 싱가포르, 호주 대학에 대해서도 알아볼 거시다. 모든 가능성과 방법을 알아놓고 행동해 가면서 최종적인 목표로 다가갈 것이다. 하루 이틀이면 모든 것이 가시권에 들어올 것이고 거기서 다시 취사 선택해서 결정할 것이다. 


하지만 아이는 나랑 다르다. 생각을 할 시간이 필요하고 마음을 먹을 시간이 필요하고 행동을 할 시간이 필요하고 뭐 하나 하는데 시간이 걸린다. 보고 있으면 답답하고 속이 터지려고 한다. 저 시간에 빨리 움직이는 게 낫지 않나? 하면서 계획을 수정하면 되지 왜 모든 계획을 잘 짜지 않으면 움직이지 못하는 거지? 


나의 이런 급한 성격과 멀티 시도(?) 캐릭터가 아니었으면 우리 딸은 태국으로도 영국으로도 유학 가지 못했다. 아니 1-2년이 늦어졌을 것이다. 태국, 영국 학교 알아보고 비자받은 거 초 스피드 멀티태스킹으로 진행을 해서 거의 간당간당 맞춰서 떠날 수 있었다. 하루 이틀만 늦었어도 한 학기 또는 1년 이상 늦어졌을 것이다. 이런 성격이 다 좋지는 않지만 위기의 순간에 빛을 바란다. 놓칠뻔한 비행기, 기차를 탄 무용담을 늘어놓자면 하루는 꼬박 걸릴 정도이다. 이런 내가 우리 딸을 보고 있으면 어떻겠는가?


하지만 딸은 나가 아니다. 내가 대학을 갈 것도 아니다. 알아서 한다니까 신경 쓰지 말자. 그러자 하면서도 잘 되지 않는다. 앞으로 너의 앞날을 네가 알아서 하라고 했다. 

신경안쓸란다. 내 인생도 아닌데...

근데 그게 그렇게 쉽게 내일 아닌 것처럼 되지는 않는다,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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