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박람회를 다녀와서
2023년 10월 8일
지난여름 IELTS준비를 위해 한 달 다녔던 학원에서 이틀간 세계유학 박람회를 한다고 해서 코엑스를 다녀왔다. 다시 영국 대학 준비는 하고 있지만 잘하고 있는 건지 혹시나 내가 모르는 다른 방법이 있는 건지 여러 가지 정보를 알아보려고 일찍 나섰다.
어학연수부터 조기유학, 대학교, 대학원진학까지 어느 정도 필요한 유학 정보들은 알 수 있을 정도의 규모의 박람회였다. 한 회사에서 개최하는 것인데도 이 정도 규모를 할 정도면 꽤 큰 유학원인 것 같았고(한국 내 지점만 5군데였음) 유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은 것 같았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호주에서 온 한 관계자분이 인사를 하길래 잠시 얘기를 나눴다. 대학 유학을 준비하고 있다고 하니 호주도 대학이 굉장히 좋다며 어필을 하며 엔지니어링에 관심이 있다고 하니 어떤 대학을 가리키며 거기 담당자와 얘기를 나눠보라는 조언까지 해준다. 감사하다고 인사를 하고 호주대학도 후보에 올려본다.
각 대학마다 부스를 만들어서 상담하는 곳과 종합적으로 지역, 대학에 상관없이 상담할 수 있는 부스도 있었다. 종합상담을 하는 곳은 대기자가 많아 신청해 놓고 많은 대학 부스 중 작년에 오퍼를 받은 Manchester 대학 부스에서 상담을 하려고 기다렸다. 부모와 같이 온 아이가 담당자와 직접 얘기를 하고 있는데 질문이 많은 걸 보니 진짜 유학을 가려고 하는 학생 같다. 모두들 비슷한 마음으로 오겠지만 그냥 둘러보는 것하고 진짜 액션으로 옮기려고 하는 사람과는 질문이 다를 수밖에 없지 않을까. 그다음 순서로 혼자온 남자 학생이 상담을 시작했다. 바로 뒤에 앉아 있어서 상담내용을 엿들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는데 그 학생은 검정고시를 쳐서 고등학교를 졸업했고 영국으로 대학을 가고 싶다고 하는 것 같았다. 고등학교 내신성적이 없어서 대학으로 바로가기는 힘들고 파운데이션 코스를 이수하고 난 뒤 가는 게 좋겠다고 담당자가 조언한다. 대부분 부모가 오거나 혹은 부모와 아이가 같이 오거나 하는 상황에서 검정고시를 보고 혼자 이런 박람회에 와서 상담을 하는 아이면 뭘 해도 할 아이 같아 보는 내내 흐뭇한 기분이 들었다. 아무래도 아이여서 그런지 자세히 뭔가를 물어보지 못하는 듯 상담이 생각보다 빨리 끝났다. 본인이 원하는 것만 찾으면 잘 해낼 거라는 생각이 들어 맘 속으로 꼭 포기하지 말고 좋을 길을 찾기를 응원했다.
< 박람회장 모습>
내 차례가 되어 Manchester 대학 담당자에게 아이의 상황을 설명하고 작년에 Manchester에서 오퍼를 받았지만 Insurance 대학으로 Bristol에 지원했는데 올해 다시 Manchester에 지원가능하냐고 질문을 하였다. 본인은 가능할 것 같은데 혹시나 모르니 자세한 내용을 본인에게 메일을 주면 학교 해당과 담당자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가능한지 물어봐주겠다고 한다. 만약 담당자가 불가능하다고 하면 다른 가능한 대학에 지원하는 게 시간 낭비를 하지 않는 것이니 본인에게 꼭 메일을 달라고 한다. 개인마다 다른 상황과 처지를 고려해 주는 것 같아 참 인간적이며 합리적인 것 같다. 모든 개개인을 하나의 잣대로 재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서구 자유 민주주의 덕분에 이런 것도 가능한가 라는 생각을 잠시 해본다.
종합대학부스 상담차례가 되어 자리에 갔더니 영국분과 한국분 두 분이 앉아계신다. 먼저 한국분이 이것저것 묻길래 혹시나 미국도 생각하고 있다고 했더니 상위 20위 대학은 불가능할 거라는 얘기를 한다. 9학년때부터 스펙을 쌓으면서 준비를 해야 하는데 그런 게 없으니 지원을 가능하지만 합격을 힘들다는 얘기를 한다. 주립대학은 쉽게 들어갈 것이며 거기서 다른 대학으로 가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하길래 그걸 원하는 것이 아니라고 하자 옆에 있던 영국분이 무슨 얘기를 하고 있냐며 궁금해한다.
이러저러해서 올해 다시 영국 준비 중인데 혹시나 해서 미국대학에 대해 물어보고 있었다고 하자 다시 UK에 지원하란다. resit 해서 성적만 올리면 여기 있는 모든 대학 입학이 가능하다며 용기를 준다.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며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고 있는 담당자 같아 이런저런 이야기보따리가 슬슬 풀린다. 영국 고등학교에서 있었던 이야기(어떻게 선생님이 그럴 수 있냐며 맞장구를 쳐준다. 말이라도 고마웠다.) UCL에 오퍼를 받지 못한 게 궁금하다고 하니 UCL도 굉장히 좋은 학교이고 다른 곳에 지원한 상황을 보고 아마 경쟁심리에서 오퍼를 주지 않았을 확률이 높다고 한다. GCSE가 없는 것도 한몫한 것 같다고 했더니 그런 것도 볼 거라며 올해 성적으로 지원을 하고 resit을 한다고 해도 관심이 가면 작년 Predicted Score 도 체크한다며 올해 다시 한번 지원해 보라고 한다.
Manchester도 너무 좋은 대학이고 영국에서 제일 큰 대학 중 하나이며 도시도 굉장히 아름다워 런던만큼 좋을 거라고 한다. Design Engineering을 전공하고 싶어 한다고 하니 영국 북동쪽에 위치한 도시의 Durham 대학이 한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매우 유명하며 훌륭한 교수들이 많은 곳이라는 정보도 준다.
옥스브리지는 매년 전 세계에서 수만 명의 학생들이 지원을 하고 그들만의 엄격한 잣대로 학생들을 선발하지만 간혹 가다가 예외적인 경우도 있다고 했다. 예외가 있다는 건 확률은 낮지만 가능하다는 얘기이니 일말의 희망을 가져본다. 성적은 당연히 최상위 아이들이 지원을 하고 그래서 Personal statement가 아주 중요한데 몇만 장의 원서를 검토해야 하니 2번째 문단까지도 읽지 않을 가능성이 높으니 첫 문단 안에 어필할 포인트가 있어야 한다는 팁도 알려준다. 잠시 패닉에 빠졌던 나를 위로해 주며 희망과 용기를 주는 시간이어서 너무 좋았다. 비록 실현되지 않더라도 다시 한번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마인드를 세팅하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전시회장을 나왔다.
영국대학을 가는 것에 있어서 가능한 것도 없고 불가능한 것도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되었다. 제도의 원칙보다 개개인의 상황에 맞게 해 주려는 노력이 많이 보인다. Appeal, Clearing, Resit 기능도 그렇고 메일을 보내서 문의할 수 있는 것, 오퍼점수를 못 맞춰도 합격이 가능한 것 등. 아마도 대학에 들어가는 것보다 실력이 안되면 어차피 졸업하기가 힘들기에 입학에 있어서는 좀 더 유연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원하고 노력하고 도전하면 여러 가지 가능성의 길이 열릴 것이고 그 길을 갈 수 있을 것이다.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