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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이 Oct 13. 2023

마음이 따뜻해지는 하루

스타벅스에서 만난 노 신사분

2023년 10월 9일


휴일 점심시간이 되어 스타벅스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 딸아이를 데리러 갔다. 여느 주말이 아닌 공휴일어서 그런지 사람들로 가득 차 빈자리가 없었다. 어디에 있나 두리번거리며 찾고 있으니 웬 노 신사분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아이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또래 친구도 아니고 이 동네에서 아는 사람이 없을 텐데 누굴까 의아해하며 다가갔다. 인사를 하고 일어서길래 누구시냐고 물었더니 우연히 옆자리에 앉으신 분인데 옷에 있는 문양을 보시고 뭐냐고 물어보셔서 얘기를 나누게 되었다고 한다. 6년 전 영국 옥스퍼드에 갔을 때 상점에서 구입한 후드집업을 입고 있었는데 그걸 보고 아마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없는 거라 그러신 게 아닐까 추측해 본다. 그 신사분은 어렸을 때 미국으로 이민 간 교포로 아이가 고등학생인데 대학준비를 하고 있다고 했더니 미국에 훌륭한 대학이 많으니 그쪽으로 가는 것을 고려해 보라고 하셨단다. 안 그래도 영국대학의 대안으로 미국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라 조심스레 아이 엄마라고 하고 인사를 드렸다.


반갑게 웃으시며 아이를 너무 잘 키웠다고 훌륭한 인재 같아 보이는데 왜 영국으로 보내느냐 특히 엔지니어링은 미국을 따라갈 곳이 없다며 미국의 대학을 추천하시며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신다. 미국에서 자라면서 관심 있었던 일, 고등학교 때 한 운동, 어떻게 대학을 갔는지 등등. 그 이후에도 한국과 계속 일을 하시며 자주 왔다 갔다 하시고 있고 한국이 너무 좋게 발전해서 뿌듯하다는 등의 이야기를 했다.


아이의 Personal statement를 봤는데 영어도 너무 잘 썼고 엔지니어링을 위한 준비와 열정이 대단하다며 이런 아이는 미국으로 가서 많이 보고 배워서 나중에 한국을 위해 뭔가를 했으면 좋겠다고 하신다. 물론 나도 처음에는 미국으로 보내려고 했었지만 그때는 아이의 언어실력과 공부능력을 전혀 몰랐고 유학 가기에 늦은 감이 있어서 미국 상위 대학을 위한 준비가 부족한 듯 보였다. 공부 외에도 해야 할 것이 많은데 좋은 고등학교를 들어가지 못하면 혼자 따로 준비를 해야 할 것이 많고 내가 옆에 없으니 불가능하다는 생각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미국으로 보냈어도 그에 맞춰서 어떻게 했을 것 같긴 하지만 영국을 택하게 된 건 그 당시로선 또 최선이었다.


에세이(Personal statement) 내용에 엔지니어링에 관심이 있으면서 디자인활동을 한 것이 아주 좋아 보여 이점을 더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하신다. 그동안 준비한 활동 등도 인턴 한 내용들, 직접 프로젝트에 관여한 것 들을 좀 더 디테일하고 쓰면 좋겠고 내가 다른 아이들보다 나은 점, 그리고 본인의 생각과 배운 것 등을 추가하여 심사위원들이 에세이를 읽었을 때 다른 아이들보다 비교 우위에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해 주셨다. 아이가 너무 똑똑하고 성품도 좋아 보여 너무 잘되었으면 좋겠고 아이에게 잘하고 있다고 옆에서 격려하고 항상 고맙다는 마음을 표현하라고 하셨다. 내가 생각하는 아이는 항상 물가에 내놓은 것 같아 노심초사인데 남이 보는 아이는 당당하고 야무져 보인다니 한편으로 안심이 되었다


우연히 커피숍에서 만난 인연이지만 아이에게 애정 어린 조언과 칭찬을 해주셔서 너무 감사했다. 그 짧은 시간에 아이에 대해 얼마나 알게 되었겠냐마는 어른으로서 용기와 격려를 주신 것에 내가 오히려 따듯한 마음을 느꼈다. 그리고 부모로서 뿌듯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최근 힘들다고 느끼고 있었는데 다시 잘할 수 있다는 긍정에너지가 받은 것 같아 누군가가 나를 위로하기 위해 이 분을 보내신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잠시 해봤다. 마지막으로 10년, 20년 뒤에 아이는 엄마보다 더 똑 부러지게 자기 일 하고 있을 테니 걱정 말라며 본인의 어머님도 그랬듯이 한국 엄마들의 열정과 사랑에 열렬한 지지를 보낸다는 대화를 끝으로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쩌면 전혀 만날 일도 없었을 낯선 분으로부터 두어 시간의 대화를 통해 정말 마음이 따듯해지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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