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전날 연기 가능
시험이 끝나고 이틀뒤에 인터뷰 날짜가 잡혔다. 시험이 끝나자마자 여유도 없이 인터뷰를 해야 해서 준비할 시간이 없다며 아이는 초조해한다. 인터뷰라는 게 어떤 범위가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고 평소에 관심이 있는 것에 대한 본인의 지식과 소신을 얘기하는 것일 텐데 어떻게 해도 충분하다고 느끼기는 힘들 것이다.
하지만 마음이 바쁜 건 충분히 이해가 된다. 인터뷰 기회가 올 거라 확신하고 있었어도 모든 시간을 거기에 전념하긴 어려웠을 텐데 긴가민가, 해야 되나 말아야 되나 마음만 불안하게 지내고 있던 터에 인터뷰 메일이 왔으니 그럴 만도 하다.
그래도 작년에는 전혀 준비 없이 얼떨결에 했는데도 통과되었으니 이번엔 작년에 인터뷰해 본 경험도 있고 그사이 지식도 더 쌓였을 거고 원하는 전공에 대한 확신도 더 생겼으니 괜찮을 거라고 위로의 말을 건넨다.
예정된 인터뷰 날짜가 다가오고 내일 인터뷰가 몇 시인지를 재차 물으니 아이가 갑자기 인터뷰를 연기했다고 알려준다. 인터뷰 시간이 영국시간이었는데 착각해서 한국시간으로 계산해 보니 새벽 1시여서 최상의 컨디션이 아닐 것 같아서 변경하고 싶다고 메일을 보냈단다.
"하루 전날인데 미뤘다고? 그래도 괜찮대? 그럼 다시 하는 날짜는 언제야?"
"응, 답장메일이 왔고 다음 인터뷰는 아직 인터뷰 날짜가 정해지지 않아서 픽스되면 그때 알려준대"
잠시 멍해졌다. 이렇게 중요한 인터뷰인데 날짜 변경이 이렇게 쉬운 것도 그렇고 다음 인터뷰 날짜도 정해지지 않았다고 하니 미리 계획하여 정하는 것이 아닌 그때 그때 하는 건가 싶기도 하고 시스템이 특이하단 생각이 든다.
인터뷰를 하기 위해 아이가 할 수 있는 초이스는 정해진 날짜에 적힌 시간뿐이었다. 날짜는 픽스되어 있고 30분 단위 시간 3개 중에 하나를 고르는 것뿐이었다. 그럼 하루에 3명만 인터뷰하는 건가? 얼마나 지원하는 아이들이 많을 텐데 3명만 한다고? 물론 그 담당 인터뷰어에 할당된 아이들의 수이겠지만 너무 적다는 생각이 든다. 기다리는 아이들을 생각하면 최소한 10명은 해야 좀 빨리 처리할 수 있을 텐데. 매일 소수의 인원 성적과 Personal Statement를 꼼꼼히 보고 그중에서 괜찮다 싶으면 인터뷰 메일을 보내고 컨펌하고 인터뷰하고 그 사이 또 다른 아이들의 성적보고 인터뷰를 잡고 이렇게 하다 보니 몇 달이 걸리는구나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소수의 인원만 진행하니 좀 더 세심하고 꼼꼼하게 보긴 하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우리나라 같으면 짧은 시간에 인원투입해서 바짝 진행하고 치워버릴 것 같은데 영국은 몇 달 동안 계속 진행되는 과정의 일부고 그렇게 하다 보니 어느 정도 여유도 있는 반면 6개월이라는 시간이 걸리는구나 싶었다.
영국의 입시제도에 대해 계속 느끼는 거지만 집단적으로 틀어박힌 잣대에 비추어 재단하는 게 아니라 왠지 좀 더 개인의 상황을 고려해 개개인의 특성을 좀 더 파악하고 최대한 기회를 주려는 것 같다. 집단주의 보다 개인주의 성향이 반영된 시스템 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한편으론 이렇게 개인의 특성을 고려하고 사정을 봐주다 보면 다른 누군가는 불공정하다고 시비를 걸 것 같기도 한데 몇백 년 동안 잘 유지되고 지금도 돌아가고 있는 대학입학제도이니 내가 뭐라고 할 말은 없다. 영국도 미국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처럼 전 국민이 대학에 목숨 거는 분위기는 아니니 그렇게 대대적으로 요란 떨며 할 이유도 없는 것 같기도 하고 어차피 대학을 들어가도 실력이 안되면 중간에 그만둘 수밖에 없으니 자연도태되는 것 생각하면 입학하는 건 너무 까다롭게 하지 않는 것 같기도 하고. 내가 보고 느끼는 건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고 나만의 경험에 의한 편견일 수 있지만 참 독특한 시스템이란 건 확실한 것 같다.
Hello Jessie
No problem; the next set of interviews will be available to book shortly - I will contact you as soon as the link goes live. The next interview session will take place in the morning (UK time) so will likely be a better time for you.
All the best
Caroline
Caroline Bellingham (she/her)
Undergraduate and Postgraduate Administrator
Dyson School of Design Engineering
Royal College of Science Observatory Building (RCS1)
Imperial College London
South Kensington
London SW7 2A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