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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가 주제인 그림을 찾아서

데이비드 호크니

by 유이

나무를 그리는데 관심을 갖다 보니, 문득 유명한 화가의 작품 중에 나무가 메인인 작품이 있는지, 그들은 나무를 어떤 식으로 표현했을지가 궁금해졌다. 같은 나무라도 각자의 화풍대로 다양하게 표현되어 있을 텐데 그들은 어떤 모양, 어떤 색으로 나타냈을까?


현존하는 화가 중 가장 유명한 화가인 데이비드 호크니의 작품을 찾아보았다. 주로 캘리포니아 지역의 수영장과 사람을 주제로 한 작품이 많이 알려져 있지만 그 지역의 자연을 배경으로 그린 그림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캘리포니아는 기후도 좋고 나무는 많으니 관련 작품 몇 개는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웬걸? 내가 아는 데이비드 호크니의 수영장과 사람의 그림은 그의 수많은 작품들 중에 일부분이었을 뿐, 나무가 주제인 작품이 너~~~ 무 넘쳐난다. 90세가 넘는 지금 까지도 작품활동을 하고 있으니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 주제였겠지. 그중에서도 나무는 굉장히 많은 주제가 될 수 있는 소재일 테고.


수많은 작품의 주인공이 나무가 되어서 멋지게 표현되어 있다는 것이 너무 반가웠다. 그의 화풍을 그대로 표현하면서 많은 부분을 단순하게 그려놓은 것 같지만 어떤 나무인지 단번에 알아볼 수 있으며 그림 전체에서 풍기는 독특한 색감과 단순하면서도 강렬한 느낌이 좋다.


어떤 나무는 무심하게 선을 그어놓은 듯하게 표현해 놓은 것도 있는데 간단한(?) 선으로 저렇게 표현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었을까?

보라색, 붉은색 등 실제 나무에서는 볼 수 없는 색이지만 빛과 이미지에 따라서 충분히 표현될 수 있는 색이어서 그의 색 선택에 또 한 번 감탄하게 된다. 조금은 사실적이지 않은 색과 형태로도 분명한 이미지와 메시지를 전달하기에 이 시대 대가라고 불리겠지?


[데이비드 호크니의 나무 그림들]


2024년 영국 내셔널 갤러리를 들렀다가 데이비드 호크니 전을 본 게 생각이 나서 사진 몇 장을 올려본다. 내셔널 갤러리 200주년을 기념하는 Hockney and Piero: A Longer Look 전시회였다. 내셔널 갤러리에서 The Artist's eye라는 시리즈로 1981년에 5번째 아티스트로 지정된 데이비드 호크니의 전시 포스터와 1977년 작 David Hockney ' Looking at pictures on a screen wall', 'My parents' 등이 전시되어 있었다.

포스터는 당시 유명한 큐레이터 겔자흘러가 병풍에 걸린 베르메르, 반 고흐, 드가, 피에로 델라 프란체스카의 그림을 보고 있는 모습으로 병풍 안의 그림을 데이비드 호크니가 무척 좋아했는데 특히 Piero della Francesca의 그림은 매일 보고 싶다고 할 정도로 좋아했다고 한다.

[1981 전시 포스터, David Hockney ' Looking at pictures on a screen wall', 'My parents']

우연히 보게 된 전시회, 우연히 그림을 그리다가 우연히 찾게 된 작가가 서로 일치하니 이렇게 되면 세상에 우연이란 건 없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냥 주어진 대로 자알~~ 살아가면 되는 인생, 데이비드 호크니에 대해 좀 더 알게 되고 그의 작품을 다시 한번 감상하게 되는 계기가 되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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