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많은 나무
나무를 그린다.
생각보다 나무의 종류가 다양하다. 나무에 따라 그리는 방법도 조금씩 다른 듯하다. 이것저것 짬뽕시키지 말고 하나씩 익혀가자. 한 놈만 패자!
제일 많이 그리게 되는 나무가 뭘까? 가장 많이 보이는 나무겠지? 우리나라에서 제일 많은 나무 중에 하나가 소나무라고 하여 주변을 둘러보니 여기저기 다 소나무다. 아파트를 포함하여 반경 100m 안에 30개가 넘는 소나무들이 보인다. 이렇게 많았었다니.
무심코 지나치던 길인데 관심을 가지고 보니 너무나 많은 나무들이 눈에 들어오고 그중에서도 소나무들이 눈에 쏙쏙 들어온다. 머릿속에 그렸던 소나무와 달리 멀리서 보고 긴가민가 하여 가까이 가서 보니 소나무인 것도 있다. 키가 큰 놈, 작은놈, 쭉 뻗은 놈, 구부러진 놈, 진한색의 소나무, 연한 색의 소나무. 생김새가 다양하고 제각기 나름의 개성을 가지고 있어서 심심하지 않다. 동네 소나무만 그려도 1년이 다 갈 것 같다.
소나무는 나무 기둥과 잎이 특색이 있다.
기둥은 보통의 나무에 비해 껍질이 덕지덕지 붙어있는 느낌으로 거칠게 표현을 해야 한다. 나무마다 껍질 크기와 모양도 다르고 기둥의 형태도 다르다. 소나무라고 불러도 되나 싶을 정도로 너무 다르게 생겼다.
소나무 잎은 손바닥을 쫙 펼친듯한 모습인데 부채꼴 모양으로 그리면 예쁘고 편하게 그릴 수 있다. 잎이 너무 가지런하지 않게 삐쭉삐쭉 규칙 없이 그려야 자연스럽다. 솔잎의 방향도 한 방향으로 그리지 말고 똑같은 길이로도 그리지 않아야 한다. 솔잎 표현을 위해 선을 긋는데 쉬워 보여도 막상 그려보니 뭔가 어색함이 눈에 잘 띄어 더욱 조심스럽다. 초보 실력이 한눈에 드러나는 것 같아 감추고 싶은데 종이 위에 그어버린 선을 다시 주워 담을 방법이 없다. 잘 그리는 분들은 그냥 선을 그어도 포스가 느껴지는데 내 선은 그냥 쭉그은 선같아 거슬린다. 얼마나 많은 선을 그어야 할까?
각기 다른 유튜브 영상을 보고 소나무를 그리는 다양한 방법을 익힌다고 생각하고 따라 그렸는데 한 곳에 모아보니 결과적으로 비슷해 보인다. U자를 그려 넣으라고 하기도 하고 삐뚤삐뚤 선을 짧게 그려 넣고 공간을 나누듯이 그려 넣으라고도 하여 참 다르게 그리는 방법이 있다 했는데 크게 달라 보이지 않아 신기하다. 내가 그려서 내 스타일대로 된 건지 아직 표현이 서툴러 비슷하게 되어버린 건지 모르겠다. 갈길이 멀다.
왕송수산(枉松守山). 굽은 소나무가 선산 지킨다는 옛말이 떠오른다. 못난 듯이 보이는 것이 오히려 나중에 쓸모 있고 조상들의 산소를 지키는 훌륭한 효자가 된다는 뜻이다. 그러고 보니 쭉 뻗은 소나무도 멋져 보이지만 굽은 나무는 그 나름대로 멋있고 운치 있어 보인다. 아니 굽은 나무가 오히려 더 자연스럽고 정이 간다.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
흥얼거리며 손바닥 솔잎을 쭉쭉그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