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xth Form College
고등학생 때 유학을 간다는 것은 외국으로 대학을 가겠다는 의미이다. 어렸을 때 외국에서 공부하게 되는 이유는 다양하고 또 다른 이유로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서 학업을 이어가기도 경우도 많지만, 고등학교 때 외국으로 가게 되면 국내 대학을 가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니 오히려 대학을 가기 위해 유학을 간다고 하는 것이 더 맞는 표현이겠다. 그래서 우리 딸은 영국에서 대학을 가기로 하고 유학을 떠났다.
중학교를 졸업한 상황이니 한국의 고등학교에 해당하는 year 12~13이 맞는 것 같았다. 학업기간과 나이로 보면 한국이 영국보다 1~2년 늦게 정규 교육을 시작하니 year 11로 가야 하는데 빨리 고등학교를 끝내고 대학을 가는 게 낫겠다는 생각으로 A level 과정을 바로 시작하기로 했다(영국 교육 체계 참조).
year 12~13의 A level 공부를 하는 방법은 두 가지인데 하나는 일반 고등학교를 가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A level 전문학교인 Sixth Form College로 가는 것이다. 먼저 지인이 다니고 있는 일반 고등학교에 입학이 가능한지 문의를 해보았다. 그때가 6월쯤이었는데 9월 학기는 이미 정원이 다 차서 입학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아무래도 너무 늦게 준비를 한 것 같았다. 베트남 국제 학교를 가려고 입학허가도 받아놓았는데 코로나 봉쇄로 비자가 언제 나올지 모른다고 하여 영국 학교로 눈을 돌린 때는 이미 시기가 늦었던 것이다. 한 학기를 더 기다린다고 해도 어떻게 될지 기약이 없어 Sixth Form College를 알아보기 했다. 인터넷 서핑도 하고 유학원에 전화도 해보고 인터넷 라이브 강의도 듣고 유튜브도 찾아보고 나름 다방면으로 여러 가지 정보를 수집하였다. 그중 몇 군데 학교에 입학 관련 메일을 보냈고 필요한 서류를 보내고 인터뷰를 통하여 입학 허가를 받았다. 몇 달 남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알아본 곳은 모두 입학이 가능하였다. 아무래도 대학을 목표로 하는 아이들을 위한 전문학교이다 보니 일반학교와는 다른 특징이 있는 것 같아 정리해 보았다.
Sixth Form College의 특징
1. 대학 수준의 비용이 든다
학비만 보면 대학교와 비슷하거나 조금 싼 곳도 있긴 한데 보딩 비용이 만만치 않아 전체적으로 대학교 비용보다 비싼 곳도 꽤 있다. 영국 학생과 인터내셔널 학생과의 비용이 다른데 인터내셔널 학생의 경우 Oxford Sixth Form College의 경우 £50,589(학비 £25,167+보딩 £25,422)이고 MPW London은 £53,900(학비 £33,900+보딩 £20,000), NMSC(National Mathematics and Science College)는 £47,997(학비 £19,500+보딩£28,497)이다. 영국 대학교 학비가 대략 £15,000~£33,000 정도인데 영국 대학의 기숙사 비용을 더한다 해도 거의 비슷한 수준이거나 더 비싸다.
2. 장학금 제도가 있다
비용이 만만치 않아서 그런지 우리 아이가 지원한 3군데 학교에서 모두 장학금을 준다고 했다. 중학교 성적이 나쁘지 않아서인지 인터뷰를 잘해서인지 모르겠지만 보딩 비를 제외한 학비의 20~30% 정도로 제시하였다. 이런 상황이 되니 학비를 비싸게 올려놓고 모두 다 장학금을 주는 게 아닌가 의심이 들기도 했다. 떨어지는 아이도 있다고 하니 그런 건 아닌 것 같기도 하지만, 음~~ 비싸다.
3. 입학이 까다롭지 않다
생각보다 입학이 용이했다. 요구하는 것도 절차도 베트남 국제 학교에 비해 수월했다. 몇 군데 베트남 국제 학교 지원 경험이 있는데 베트남은 학교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입학시험 비용도 내야 하고(100만 원 정도 낸 곳도 있다) 성적표와 선생님 추천서 등이 필요하고 몇 가지의 입학시험과 인터뷰를 한 다음 일정 수준 이상이 되어야 입학이 가능하여 꽤 절차가 복잡하고 까다로웠다. 영국은 성적표 정도 제출하고 인터뷰를 본 뒤 입학 여부가 결정이 되어 상대적으로 좀 더 빨리 쉽게 진행이 되는 느낌이었다.
4. 학교 따로 기숙사 따로
기숙사가 학교에 붙어있지 않기도 하고 학교가 운영을 하는 것이 아니라 외부에 기숙사 운영을 전문으로 하는 곳에 의뢰를 하는 경우가 많다. 영국은 유학생의 나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국가에서 유학생을 장려해서 그런지 학교도 많고 사설 기숙사도 많다. 학교가 기숙사 운영까지 하기에는 여러 가지 부담이 있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워낙 학교가 많으니 기숙사를 같이 사용하는 것이 경제적이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좀 생소하게 느껴졌다. 처음에 런던에 있는 college에 보내려고 했는데 기숙사가 학교에 붙어있지 않고 차로, 도보로 10분 이상 떨어진 곳에 있다고 해서 깜짝 놀랐다. 아직 고등학생인데 학교에서 관리가 안되고 런던 시내를 돌아다닌다고 생각하니 너무 위험해 보였다. 나중에 보니 런던의 college나 대학은 대부분 기숙사를 몇 군데 지정해 놓고 선택을 하는 게 보편적인 방식이었다. 우리 아이는 조금 작은 도시에 학교와 기숙사가 딱 붙어있는 곳으로 보냈는데 기숙사 위치는 바로 학교 옆이었지만 알고 보니 주변 대학교 학생들과 같이 쓰는 기숙사였다.
5. 대학을 가기 위한 공부를 하는 곳이다
일반 학교가 아닌 대학을 가기 위해 공부를 하는 학원과 비슷한 분위기이다. 공부하는 과목도 시험에 필요한 것 위주로만 하다 보니 목표가 뚜렷해서 그런지 딱 필요한 것만 하는 곳 같다. 고등학생 때 누릴 수 있는 학창 시절의 낭만과 재미는 접어두는 것이 좋다.
6. 더 이상 아이 취급을 하진 않는다
고등학교 과정이긴 하지만 대학을 위한 준비과정이기도 하여 준 대학생 취급을 하는 것 같다. 더 이상 돌봄이 필요한 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즉, 많은 부분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일일이 선생님이 챙기고 도와주고 하지 않아 힘들어하기도 하고 혼란을 겪기도 한다. 아직은 도움이 필요한 나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영국에서는 더 빨리 성인이 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