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면 끝인 줄 알았는데
유학 가면 나의 역할은 끝인 줄 알았다. 학기 끝나는 방학 때나 한국에 오면 먹는 거 잘 먹이고 푹 쉬고 갈 수 있도록 신경 써주면 될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오히려 학부모로서의 고군분투가 아이의 유학과 동시에 시작되었다. 중학교 때까지만 해도 주변에 친한 학부모들이 몇 명 있어서 궁금한 거나 급한 일 있으면 여쭤보기도 하고 아이의 반 친구들도 있어서 그럭저럭 큰 어려움이 없었는데 영국으로 유학을 가게 되니 아주 사소한 것도 알아볼 곳이 없어 혼자 모든 일을 처리해야 했다. 은행 계좌를 여는 것부터 대학을 결정하는 아주 중요한 일들까지 한 가지를 알아보더라도 이것저것 다 찾아보고 확인해야 해서 시간과 노력이 엄청 투입되었다. 이래서 다들 유학원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겠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나도 그럴걸 몇 번이나 후회하는 순간들도 있었다.
유학 갈 학교를 정하고 난 뒤 관련 과목 공부를 해야 하지 않을까 하고 인터넷을 뒤져보니 유학원과 학원 몇 군데가 나왔다. A level로 검색을 하니 좀 더 구체적인 관련 정보가 나온다. 유학원만 하는 곳, 유학 공부를 위한 수업만 하는 곳, 두 가지다 같이 병행하는 곳 등이 있고 각각 조금씩 특화되어 있는 것 같았다. 인터넷에 올려져 있는 내용을 확인하고 전화로 일일이 물어보나 나름대로 전문화된 분야가 있었다. A level 수업을 하는 곳은 오프라인 수업, 온라인 수업, 강의 수업 등이 있고 학교처럼 시간표를 정해놓고 매일 수업을 하는 곳, 그중 필요한 과목만 선택해서 들을 수 있는 곳, 그룹수업을 하는 곳, 1:1 수업을 하는 곳 등 다양한 형태의 학원이 있었다. 유학원도 다양하게 종류별로 형성되어 있고, 역시 우리나라에서는 안 되는 게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학원비를 문의하다가 깜짝 놀랐다. 비용이 저렴한 곳은 시간당 10만 원 정도였고 대체로 시간당 15만 원이었다. 2~3과목 이상 하게 되면 시간당 비용이 조금 낮아지고 20시간 정도 미리 등록하면 10~12만 원 선으로 형성되어 있었다. 4과목을 1시간씩 주 5일 하게 되면 일주일에 200만 원, 4주면 800만 원 정도이다. 영어를 추가하게 되면 천만 원이 넘는다. 유학을 보내는 것도 힘든 상황인데 학원비가 한 달에 천만 원이나 든다고?
대부분 유학을 보내는 경우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많긴 하지만 나처럼 평범한 직장인인 경우도 있을 것이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어서 학원을 알아보긴 했지만 A level 수요가 적다고 해도 가격이 너무 높게 형성이 되어 있는 것 같았다. 미리 준비를 못한 잘못을 탓해봐야 소용없고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다.
중학교 때 그룹 과외를 하던 과학 선생님에게 부탁을 해서 물리 수업을 했다. 영어도 영어지만 수업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교과서가 뭔지 시험은 어떻게 치는지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뭐라도 해야 했다. 이미 알고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대하면 영어로 얘기해도 알아듣기가 편할 것이고 공부하기가 더 용이할 것이라 생각했다.
결과적으로 안 한 건 보다 나았겠지만 영국에 가서 한 달 동안은 거의 매일 울면서 전화가 왔던 것 같다. 낯선 곳에서 말도 잘 안 들리는 데다가 수업 내용도 따라가기 힘드니 자존심도 상했을 것이고 겁도 났을 것이고 힘도 들었을 것이었다. 지옥 같은 한 달이 지나고 겨우 정신을 차리고 시스템을 이해하고 나서는 뒤떨어진 수업 진행과 본인의 확신을 위해 과외를 하고 싶다고 했다. 다행히 대학생 과외를 구할 수 있는 사이트를 알게 되어 A level 공부를 한 대학생과 1주일에 한번 정도 수업을 하며 도움을 받았다.
유학간지 1년 뒤에는 원서를 제출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았고 그중에서 Personal Statement가 매우 중요하며, 인터뷰를 하는 학교도 있다는 는 걸 알게 된 후 관련 공부(?)를 하고 정보를 수집했다. 인터넷도 뒤지고 유학원에 전화도 하고 국내외 관련 유튜브 영상도 찾아보고 거의 1년은 꼬박 영국 유학 관련 공부하는데 시간을 엄청 썼다.
그럭저럭 고군분투를 하며 1년 정도 지나고 나니 이제 학교 시스템이 이해되고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는 아이말에 A level를 하기 직전 과정 GCSE를 했었으면 이런 시행착오를 하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아쉬움이 남는다. 한국 교육시스템과 너무 달라서 미리 적응하는 시간이 꼭 필요한 것 같다. 오늘도 앞으로 남은 기간 동안 어떻게 잘 보내야 할지 여전히 고민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