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과제
Term2가 시작되고 3주 뒤 한국으로 돌아왔다.
항상 한국 왔다가 돌아갈 때는 가기 싫다고 했고 투정이겠거니 여겼다. 공부만 해야 하고 지내는 것도 불편하고 음식도 맘에 안 들고 여러 가지로 맘이 편치는 않겠다는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유학이란 게 그런 거지, 재미있게 생활하려고 가는 건 아니니 스스로 극복하고 견뎌야 한다고 줄곧 얘기해 왔다.
1월 초에 학교로 돌아간 뒤 며칠은 괜찮았다. 여전히 소화가 잘 되지 않아 제대로 먹지는 못하지만 병원에서 처방받은 위장약을 먹으며 적응하려고 노력했다. 돌아가자마자 곧 시험이 있어서 압박이 좀 있는 걸 느꼈으나 계속 이렇게 해왔으니 그러려니 했다. 며칠 뒤 시험을 치기 싫다고 전화가 왔다.
"시험 안 치고 싶어"
"왜, 잘 못 칠까 봐? 성적이 안 좋아도 괜찮아. 지금 성적이 중요하지 않잖아. 그냥 맘 편하게 해"
"공부 못하는 아이로 취급받을 것 같아. 그러기 싫어, 다 하기 싫어"
공부도 못하겠고 시험치 기도 싫다고 한다. 본인 기준에 시험준비가 안되었다고. 시험 치는 걸 뻔히 알고 있었는데 준비도 안 하고 뭐 했어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으나 그걸 얘기할 때가 아니었다. 시험을 안치는 것보다는 일단 시험에 응하고 성적이 좋지 않으면 다음에 잘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된다고 겨우 어르고 달래서 시험은 치렀다.
겨우 시험을 치고 난 뒤 이번엔 수업에 가기 싫다고 했다. 시험은 쳤으니 일단은 마음을 추스르는 게 나을 것 같아 그러라고 했다. 그런데 하루가 지나고 2~3일이 지나도 여전히 수업에 들어갈 마음은 생기지 않고 한국으로 오고 싶다고 했다. 제대로 먹지를 못해서 힘이 없고 공부를 못하겠다고 한다. 한국으로 온다고? 이제 얼마 남지 않았는데 포기하는 거야? 갑자기 머리가 뒤죽박죽이 되었다. 며칠 더 지나면 마음이 달라지겠거니 하고 쉬면서 생각해 보라고 했지만 이렇게 있는 게 시간낭비인 것 같아 오겠다고 했다. 아이의 의지가 바뀌지 않는데 전화로 더 이상 얘기할 사항은 아닌 것 같아 일단 오기로 하고 학교에 메일을 보냈다.
아이의 상태를 설명하고 한국으로 오고 싶어 한다는 메일을 보내니 온라인 미팅을 하자고 연락이 왔다. 교장선생님과 교감선생님 아이와 나 이렇게 미팅을 했다. 교감선생님이 그간의 상황을 설명해 주시고 마지막에 1월 시험성적에 대해 얘기를 했는데 다른 아이들보다 좋은 성적이어서 공부하는 건 괜찮다고 하셨다. 포기하고 시험 친 줄 알았는데 아이의 우려와는 다른 결과여서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이어 교장선생님은 많은 아이들이 이런 상황을 겪고 있고 자기 나라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데 갔다가 안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학교의 모든 사람들이 아이를 위해서 있는데 왜 필요한 사항을 얘기하지 않냐고도 얘기하신다. 그러면서 모든 결정은 아이에게 맡기겠다고 했다. 아이는 공부를 포기하는 건 아니고 일단 건강을 회복하고 안정을 취한 뒤 다시 학업을 이어가겠다고 했고 그러기로 했다. 다음날 바로 비행기 예약을 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는 차차 생각하기로 하고 일단 건강을 회복하는데 집중하기로 했다. 'Sound Body Sound Mind' 아닌가. 또 다른 과제가 주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