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먼저 태국으로
유학을 보내야겠다고 마음을 먹은 게 2021년 초였다. 어차피 대부분 9월에 학기가 시작하니 2021년 상반기는 한국에서 영어 공부도 좀 하면서 유학 준비를 하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아이의 삼촌이 베트남 호찌민에 있으니 일단 연고가 있는 곳으로 보내면 좋을 것 같아 베트남에 있는 학교 몇 군데를 컨택을 했다. 베트남의 국제 학교는 BIS(영국), SSIS(미국), CIS(캐나다), AIS(호주) 등이 있어 학교 홈 페이지를 찾아 메일을 보냈다. 그때가 2월 말이었는데 서류 보내고 몇 가지 테스트, 인터뷰 후 합격하면 8월에 입학을 할 수 있다고 했다. 메일을 주고받으며 테스트, 인터뷰 날짜를 잡았다. 당연히 유학 갈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상태여서 영어가 굉장히 걱정되었다. 영어로 얘기하는 걸 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입이라도 벙긋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다. 게다가 writing 테스트가 있는 학교도 있는데 한국에서 영어 학원도 거의 안 간 아이어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될 수 있는 한 최대로 늦게 4,5월쯤 테스트 날짜를 잡고 그 사이 writing 과외를 하면서 조금이라도 영어 공부를 해 보기로 했다.
3월이 되어 이왕 한국 고등학교에 입학을 했으니 한 학기는 한국에서 보내며 새로운 친구도 사귀고 마지막으로 공부도 열심히 해서 유종의 미를 거두자라고 생각한 건 나의 희망 사항이었다. 아이의 마음은 이미 한국을 떠서 낯설고 새로운 학교에 적응할 의지도 없어 보였고 고등학교 수업을 듣는 것도 더 이상 의미가 없었다. 계속 시간을 낭비하는 것 같아 마음이 바빠졌다. 그러다 문득 태국에 아이를 유학 보낸 친구가 생각났다. 혹시 학기 중간에라도 받아 줄 수 있으면 하루라도 빨리 가서 다른 학교에 적응을 하는 것이 아이에게 훨씬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친구를 통해 연락을 취해보니 다행히 태국 학교는 영국계 학교였고 3학기제여서 4월에 마지막 학기가 시작된다고 하였다. 빨리 준비하면 4월 마지막 학기에 가서 공부를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제일 빠른 시간으로 테스트 일정을 잡아 달라고 하였다. 온라인 테스트와 인터뷰, 에세이를 본다고 하였다. 3월 8일로 일정을 보내왔다.
11.00 am – 01:30 pm Online Assessment (start with CAT4 test, then NGRT test)
01:30 pm – 02:00 pm Skype Interview with Secondary Principal
02:00 pm – 02:30 pm Essay Writing Test
02:30 pm Finish
생전 처음 영어로 된 인터뷰와 테스트를 치렀다. 다행히 인터뷰도 잘 보고 테스트 결과도 나쁘지 않아 입학허가를 받았다(지나서 보니 입학이 까다롭지 않은 학교인 듯하다). 인터뷰를 잘한다고 칭찬도 하길래(약간은 격려의 의미도 있었겠지) 의아해서 아이에게 물어보니 작년 미국을 다녀온 후 영어에 너무 자신이 없어져서 유튜브, 넷플릭스의 영상을 보고 대사를 따라 하고 외우고 혼자 나름 영어 공부를 했다고 했다. 여행 다닌 것 빼고는 speaking을 할 기회도 없었고 외국인을 만나 간단한 대화 한번 해보라고 시켜도 부끄러워 한 마디도 못하는 아이였다. 그랬던 아이가 난생처음 외국인과 인터뷰를 하고 외국 학교를 갈 수 있게 되니 아이는 이미 자신의 진로와 미래에 대해 나름 준비를 하고 있었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부모라고 아이의 모든 걸 알지는 못한 다는걸 또다시 깨달으며 일단 태국 입국 준비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