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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이 May 23. 2023

무엇이 문제일까?

의지로 되는 것이 아니다

    한국에 들어와 있는 동안 빨리 안정을 취하고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겠다 싶은 모든 것을 다 시도했다. 심리상담, 운동, 산책을 하면서 체력을 보강하고 도서관, 스터디 카페, 커피숍 등 장소를 바꿔 가며 공부를 해보려고 노력하였다. 아이가 원하는 것은 뭐든 될 수 있으면 다 들어주려고 하였다. 그리고 매일 아이의 심리 상태 변화를 따로 기록하며 파악하려고 노력했다. 어떤 날은 괜찮다가 어떤 날은 안 괜찮았다.  문제없이 잘 지내는 듯하다가도 아주 사소한 것에 짜증을 냈다. 정말 아무것도 아닌 것에 갑자기 180도 달라지는 모습에 화가 난다기보다 오히려 황당할 때가 더 많았다. 말하는 것 행동하는 것이 조심스러웠다. 마음이 불편했다. 원래 이렇지 않은 아이여서 더 놀라고 더 이해가 안 되었다.


    무엇이 문제일까? 어디서부터 잘못되기 시작한 걸까? 왜 그런지 알고 싶었다. 알아야 했다. 

    너무 어릴 때 유학을 간 것도 아니고 억지로 유학을 보낸 것도 아니다. 여러 가지 상황이 힘들 것 같았지만 본인의 최종 결정을 통해 가게 되었다. 준비를 하지 못하고 유학을 가게 되어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열심히 노력하여 곧 자신만의 방법을 찾았고 모든 과목에서 최고 점수를 받았다.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원하는 대학에 지원을 했고 그 대학에서 오퍼도 받았다. 이제 마지막 시험만 쳐서 최저 점수만 맞추면 고생한 게 다 끝나는 상황인데 도대체 뭐가 문제인거지?


    아이의 상태에 따라 냉탕 온탕을 왔다 갔다 했다. 아이가 괜찮으면 나도 괜찮고 아이가 힘들면 나도 힘들었다. 마치 인터넷으로 연결된 서버처럼 아이의 상태가 업데이트될 때마다 나의 상태도 업데이트 되었다. 상황과 환경이 문제 될 것이 없는데 도대체 왜 그런 걸까?

  

    도서관, 서점에 가서 철학, 심리학, 상담, 청소년 심리상담, 에세이 등 닥치는 대로 읽었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도 관련 정보들을 샅샅이 찾아보았다. 예전에 관심 초차 두지 않았던 불안, 우울, 자해, 자살 같은 단어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청소년 우울증, 유학생 우울증 등 남의 얘기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내 얘기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정보를 접하면서 이해하려고 노력하면서 서서히 조금씩 알게 되었다. 사람마다 다르다는 것을. 똑같은 상황에서도 기질, 성격, 유전적 요인, 자라온 환경, 경험에 따라 다르게 반응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다 나 같지는 않다는 것을...

    

    유학을 간다고 호기롭게 큰소리쳤지만 큰 도전이었고 매일매일 헤쳐나가야 하는 시련이었던 것이다. 잘하려고 노력했고 잘해야만 한다고 생각한 것들이 마음의 짐이 되어 스트레스로 깔려있었을 것이다. 좋은 성적을 받았지만 처음부터 잘하는 아이가 아니라는 인식을 가지고 본인을 대하는 상황이 힘들었을 것이다. 대학 지원을 하는 과정에서 부족하다는 얘기를 들으며 좌절하며 자신감을 잃었을 것이다. 

    한국에서와는 정반대인 상황의 감옥 같은 곳에 갇혀 이 모든 사건들이 켜켜이 쌓여가는 걸 감당하기가 힘들었을 것이다. 그래도 이겨내려고 최선을 다해 노력했을 것이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을 것이고 그래서 내가 눈치채지 못했던 것이다. 마음이 아프다.

    괜찮은 줄 알았다. 괜찮을 거라 생각했다. 괜찮아졌고 본인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변화지 않은 환경과 똑같은 스트레스 상황으로 돌아가는데 더했으면 더했지 뭐가 좋아진단 말인가? 좀 더 심각하게 생각을 했어야 했다. 의지와 노력만으로 되는 게 아니라는 걸 알았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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