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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이 May 07. 2023

아이의 상처는 내가 낸 것이다

누가 내 심장을 꺼내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는 그 모습을 보고 있는 듯한 고통이다.

그 심장을 꽉 움켜쥐어 그 쪼그라듬이 그대로 나에게 전해지는 느낌이다.

이미 내 심장이 아니건만, 그것이 제대로 뛰지 못해 숨을 쉴 수 없을 것 같은 답답함이 느껴진다.

가슴이 뻥 뚫려 아무것도 없는데도 계속 전달되는 전율은 아픔이다.


왜 이렇게 된 걸까?

왜 이런 일이 나에게 일어난 걸까?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아이를 좀 더 자세히 알게 되고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이상하게 아이에게 매우 심하게 화를 낸 몇 개의 기억들이 생생히 떠올랐다.  

학교 발표를 준비하던 아이의 방에서

독일 여행 중의 호텔에서

아파트 앞의 횡단보도에서

영어 문법을 가르치던 식탁 앞에서

그 일이 일어난 장소와 내가 한 야만적인 행위는 이상하리 만큼 생생히 기억이 난다.


아이는 나를 무시한 것이 아니고

대답을 안 하려고 한 것이 아니고

어떻게 해야 하나 생각 중이었고

시간이 필요했었는데

나는 그걸 기다려주지도 이해하지도 못하고 닦달하고 화를 내고 윽박질렀다.

아이와 나는 다른 사람인데 나의 잣대에 비추어 아이를 재단하고 있었다.

잠시 미쳐있었나 보다. 제정신이 아니었다.

너무나 부끄럽고 미안하다.


내 뇌리에 이렇게 자세히 남아있는 그 일들이

아이의 마음 어딘가에서 아물지 못하고

지금도 상처가 되어 계속 곪고 있는 건 아닌지

그래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이렇게 고통을 겪고 있는 건 아닌지

시간을 되돌려 그 순간들을 지워버리고 싶다.

용서를 빌고 마음깊이 안아주고 싶다.

너의 잘못이 아니라고...


유학을 간 이후 한 순간도 행복하지 않았다는 말이 비수가 되어 꽂힌다.

그 많은 시간들을 어떻게 보냈단 말인가?

아이는 이를 악물고 견디고 참고 이기려 했을 것이다.

나는 왜 그걸 몰랐을까?

정글에 홀로 내 팽개쳐진 듯한 외로움과 두려움을 눈치채지 못하고

그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나는 도대체 뭘 하고 있었나?


지금 아이의 상처는 나에게서 시작된 작은 생채기인 것 같다.

밴드 하나만 붙이면 되듯 아무것도 아닐 수 있었는데

자연스레 아물 수 있었는데

그 상처를 덧내고 덧내어 곪아 버린 것 같아

자책이 되고 후회가 된다.


다 나 같은 줄 알았다.

미안하고,

미안하고,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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