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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이 Apr 29. 2023

딸이 돌아갔다

아직 두 달이 더 남았다

Term 2 시작하고 3주 뒤에 돌아왔으니 남은 두 달과 3주간의 방학을 합쳐 거의 3달을 한국에서 보내고 마침내 돌아갔다.

한 달 정도면 괜찮아지겠지 기대하고 혹시나 돌아갈까 남겨놓은 비행기표는 날리고, Term 3 시작에 맞춰서 예약해 놓은 비행기를 탔다.

돌아올 때 딸이, 언제라고 얘기는 못하겠지만 ’ 다시 안 가는 일은 없다 ‘고 단언하여 마음 한편 믿음이 있었는데 그건 지킨 셈이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자국으로 돌아가면 다시 오지 않는다던 교장선생님의 우려는 현실이 되지 않았다.


3개월인데, 너무 긴 시간이 지난 것 같기도 하고 너무 짧은 시간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처음부터 이렇게 긴 시간을 보낼 거라고 생각했으면 여러 가지가 달라졌겠지만, 처음엔 한 달 안에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에 급하고 촉박하게 시간이 지나가 버렸고, 두 달이라는 애매한 기간은 어쩔 때는 두 달이나 남았으니 충분하다고 여기다가, 어떨 때는 두 달밖에 없다는 생각에 갈팡질팡 하다 시간이 흘러가 버린 것 같다. 결국 돌아가기 전 고작 일주일을 남겨두고 서야 많은 것들이 정리된 기분이었다. 그사이 수없이 많은 일들의 시도를 통한 시행착오를 거쳐 최후에 여기까지 도달하게 된 것이겠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고 숱한 감정의 기복을 경험했으며 시련과 좌절, 희망과 행복을 느꼈던 시기였다.

너무 힘들고 고통스러운 순간에도 이 또한 지나가리라, 훗날 이 시기를 생각하며 추억할 때가 있을 거라고 수없이 되뇌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며 시간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것 밖에 없었다. 그 시간 동안 계속 견딜 수 있는 희망의 메시지를 나 자신에게 던지며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이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갔고 마침내 돌아가는 날이 왔다. 여느 때와는 다르게 이상하게 눈물이 나지 않았다.

공항입구에서 아이를 안아주자

“슬프고 힘든데 그렇게 슬프지는 않아”라며 눈물을 글썽인다.

그래, 슬프고 힘든 건 맞지만 그것 때문에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슬프지는 말자. 이제는 어떤 시련이 와도 견딜 수 있을 것 같아. 바닥을 찍고 올라선 기분이랄까.


아직 두 달의 시간을 더 보내야 한다.

갑자기 한국으로 다시 가고 싶다고 전화가 오면 어떡하지 하는 불안과 걱정이 기저에 깔려 있지만 이런 생각을 하지 않으려 한다.

결국 어떤 일이 일어나면 그건 내가 통제할 수 없었을 것이고, 무슨 일이 벌어졌든 그걸 받아들이고 잘 대처하는 것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므로…

오늘도, 행복하건 그렇지 않건, 내 삶의 또 다른 하루로 맞이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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