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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이 Oct 27. 2022

6.2.5 부장 교사의 위치 검토

  아프리카 속담에  '노인 한 사람의 죽음은 도서관 하나가 불타 없어지는 것과 같다.'라는 말이 있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약해지는 것이 아니라 더 넓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 잘하는 젊은 교사도 중요하지만 그들에게 넓은 관점에서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리더가 없다면 진짜 중요한 걸 놓칠 수 있다. 교사는 항상 누군가를 이끄는 위치에 있다. 하지만 그런 반면 내가 리더라는 것을 자각할 수 없는 환경에 놓여있기도 하다. 리더가 가져야 할 권한보다 실무자의 의무가 과중하기 때문이다. 그중 가장 애매한 직무가 부장교사이다. 관리자도 아니지만 일반 교사도 아니며 그렇다고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에서 자유로운 교육 행정가도 아니다. 하지만 부장교사가 하는 일은 결코 적지 않다. 실질적으로 학교 조직의 행정을 이끌어가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부장이라는 위치는 애매한 감이 없지 않다. 평교사와 신분이 다른 관리자의 입장도 아니며, 그렇다고 해서 일반 교사와 같은 취급을 받지도 않는다. 또한 부장 교사는 단순한 보직이기 때문에 다음 해가 되면 일반 교사로 내려가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관리자와 부장 교사의 위치를 반에 비교하면 관리자는 교사, 부장 교사는 반장 정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부장 교사는 학교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관리자는 교장과 교감 단 두 명이기 때문에 일정 규모 이상의 학교에서는 부장들이 평교사들과 함께 대부분의 일을 처리한다. 그렇기에 부장들은 자기가 맡은 부서 일에 대해 가장 일차적인 책임자의 역할을 맡은 중간관리자의 역할을 수행한다. 하지만 부장 보직은 신분이라기보다는 평교사들이 매년 부여받는 업무에 가깝다. 그렇기에 교장과 교감의 역할에 비해 중요도가 과소평가받는 경향이 있다. 이번 글에서는 학교에서 부장 교사의 위치와 중요도에 대해 검토해 봄으로써 현 부장 제도 운영에 대한 적합성을 살펴보고자 한다.


  각 학교에서는 자율적으로 학교의 특색에 맞게 임의로 부서를 나누고 이를 중심으로 운영한다.1 그리고 각 부서는 부장을 중심으로 부서별로 업무를 나누어 부서의 기능을 수행한다. 이때 부장은 부서에 속한 구성원들에게 업무를 분배하여 진행하고 관리자에게 보고하는 역할을 한다. 부장은 업무의 초기 단계에서는 본인이 속한 부서의 일의 방향성과 구체적인 계획 사항들을 생산한다.2 물론 관리자와의 협의 하에 진행되지만 관리자가 특별한 관심을 보이거나 별다른 지적 사항이 없다면 대부분 부장이 낸 원안대로 처리하거나 일부의 디테일만 수정된다. 또한 각 부서의 업무는 부장에 의해 구성원들에게 분배되며 같은 부서 내에서도 어떤 일을 맡느냐에 따라 평교사들의 업무 부담이 달라진다. 학기 중에도 부장은 관리자 및 타 부서 부장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학교 전반의 일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며3 일반 교사들에 비해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 하지만 앞에 나열한 여러 중요한 일들과 더불어 눈에 보이지 않지만 학교에서 부장 교사들이 수행하는 중요한 역할은 또 존재한다.


  부장 교사가 학교라는 조직에서 수행하는 또 다른 중요한 역할은 학교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만들 수 있는 위치라는 것이다. 조직이 커지다 보면 위에서 아래까지 반드시 의사소통의 어느 부분에서는 단절이 될 수밖에 없다. 100명이 넘는 조직에서 교장이나 교감 한 명이 모든 평교사와 직접적으로 소통하며 그들의 업무 실태와 고충을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에 이를 가운데에서 전달하고 소통하는 역할은 온전히 부장 교사들이 해야 하는 몫이다. 건강한 조직은 조직의 운영에 있어 필요한 사항을 기탄없이 건의할 수 있어야 하고 또한 의사결정 과정에 조직원들이 배제되는 인상을 주어서는 안 된다. 구성원들의 불만은 어떠한 조직에서도 나올 수밖에 없으며 이에 대한 조직의 대응은 조직원들의 사기를 결정한다. 부장 교사는 학교와 조직원들 사이의 오해를 없앨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부장 교사는 학교 조직에서 업무, 의사소통 등 많은 부분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그렇지만 현재 부장 교사는 중요도에 비해 제대로 된 대우를 받고 있지 않다. 부장 교사는 신분이 아니라 업무이기 때문에 한 해가 지나면 새롭게 임명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부장 교사는 장기적인 계획 하에 학교의 비전에 관여하거나 해를 이어 연속성 있게 업무를 처리하는 데 무리가 따른다. 부장 교사는 현재 시점에서 자신의 부서에 대한 일을 가장 잘 파악하고 있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그 지식과 안목을 활용하기에 큰 제한이 따르는 것이다. 더불어 안정되지 않은 부장 교사의 지위는 교장의 의지에 따라 부서 운영이 좌지우지될 수밖에 없다는 한계를 갖는다. 교장 개인의 성향에 따라 담당자의 의견을 불합리한 이유로 배제하더라도 반대 의견을 제시하기 힘들다.4


  또한 부장은 평교사 신분으로 올해 담당할 업무일 뿐이기에 부장의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없으며 업무 책임에서 제외되어 있다. 교장과 교감은 평교사와 신분이 다르고 역할 자체가 평교사들을 이끌기 위해 승진한 사람들이기에 그들에게는 리더십과 학교 운영에 대한 각종 연수 등을 통해 전문성 신장이 요구되며 기대된다. 행정 업무 절차에서도 결국 업무처리의 ‘권한’을 가지고 있는 것은 관리자에 국한되며 부장 교사는 실무자와 관리자의 사이에서 검토를 하는 존재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부장 제도를 공식적인 신분으로5 만드는 것에는 무리가 따른다. 너무 복잡한 인사 제도를 도입해야 하는 것과 다수의 중간 신분을 생산하여 학교 행정 조직의 유연성을 잃어버리게 되는 점이 그것이다. 또한 학교 규모가 작을수록 부서의 부장이 중간관리자보다는 실무자의 역할을 수행해야 하기에 모든 학교 조직에 공식적 신분으로 역할을 하는 부장 제도는 어울리지 않는다.6 현시점에서 결국 가장 중요해지는 것은 교장의 리더십이다. 교장이 어떠한 학교 운영 비전을 가지고 인적 구성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학교의 방향성이 달라지게 된다. 현재 학교 조직 구성은 교장이 학교 업무에 세세하게 관여하지 않는 유형이라고 하더라도 학년 초에 인선을 어떻게 배치하느냐에 따라 이미 막대한 영향력을 끼치는 구조라고 할 수 있으며, 이는 부장 교사 제도의 취약성을 잘 보여준다.


  우리는 너무 많은 모호함 속에 살고 있고 상식선에서 대부분의 판단을 내리고 있다. 하지만 발전을 위해서는 상식을 넘어 명확한 기초를 다질 필요가 있다. 하지만 현재 부장 교사는 역할과 위치과 모두 상식선에 머물러 있다. 이에 우리는 부장 교사에 대해 어떤 존재이고 우리 학교 조직에서 어떤 역할이어야 하는지 명확히 정의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역할에 어울리는 존재를 만들기 위한 제도적 뒷받침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며 이는 분명 학교 운영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시스템을 믿지 않는 편이다. 아무리 좋은 시스템이라도 결국 그 시스템을 운영하는 사람이 어떠한 사람인가에 따라 그 성패가 좌우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적절한 인재를 배치하고 운영하는 것이 결코 시스템만으로 가능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시스템부터 하나씩 점검하며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시스템을 믿지 않음에도 시스템을 점검하는 것을 주장하는 것은 그 시스템을 통해 배치된 사람들이 자신이 정당한 절차를 통해 능력이 인정받았다고 생각하도록 만들고 시스템에 대한 고민 자체가 좀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조직을 만드는 데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학교가 비슷한 형태를 취하고 있기 때문에 흔히 착각하기 쉽지만, 모든 학교가 가지고 있는 학생부 역시도 충분히 없앨 수 있는 부서이다. 단, 부서가 없어진다고 그 부서가 하던 업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해당 부서가 없어진다는 것은 그 업무를 다른 부서가 대신 수행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만약 학생부장이 생활지도에 적극적인 의지가 있는 경우 각종 예방활동을 선제적으로 벌이기도 하며, 생활지도 여부에서도 담임 중심보다는 학생부 중심으로 생활지도를 수행하기도 한다. ‘작은’ 학생부를 만들지 ‘큰’ 학생부를 만들지는 순전히 부장의 의지로 결정된다고 할 수 있다.

학교의 한 부서에서 일을 처리하기 힘들 만큼 큰 일들이 일어나면 많은 경우 부장회의를 통해 상황을 먼저 알리고 의견을 구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초기 코로나 사태 때 출결, 원격수업 등이다. 이에 따라 부장 교사와 평교사 간에 정보 불균등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이는 부장의 임명은 온전히 관리자에 달려 있으며, 눈 밖에 날 경우 그다음 해 바로 배제될 수밖에 없다는 점과 부장의 잦은 업무 이동이 전문성의 저하를 가져오기 때문에 자신 있게 자신의 의견을 낼 수 없게 만드는 점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공식적인 신분이라 함은 평교사에서 승진을 통해 부장 신분을 획득하는 것을 말한다. 이와 같은 시스템에서는 부장 교사가 신분으로 보장받는 직위이기 때문에 평교사로 돌아갈 수 없다.

실제로 부서에 부원이 하나도 없는 1인 부장 부서 체제도 많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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