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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이 Oct 27. 2022

6.2.6 전 교사의 부장 교사 의무화를 제안합니다

  학교에서 보직(부장)을 맡을 교사 찾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부장 교사를 능력 있고 학교의 어려운 일을 맡은, 존경의 대상으로 바라보았던 시선도 바뀌고 있다. 그럼 학교 공동체에 필요한 부장 교사는 누가 그리고 어떻게 맡아야 하나? 어쩌면 승진과 연계된 현 보직교사 제도가 부장을 기피해도 되도록 허용하고 있고, 이 제도가 교사 공동체를 냉담하게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학교 조직에서 부장 교사의 역할은 정말 중요하다. 교사가 아무리 높은 전문성 갖추고 있더라도 홀로 수업과 업무를 하는 교사 개개인의 집합으로 학교는 존재할 수 없으며, 교육활동을 원활히 운영하기 위해서 행정업무부서 중심이든 학년 중심이든 하부 조직이 있어야 한다.1 그리고 각 조직 내 또는 조직 간의 상호 작용과 협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학교를 운영하는 각 조직의 팀장 역할을 하는 부장 교사의 역할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요즘 학교에서는 부장을 기피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어떤 학교는 교무부장 하겠다는 사람이 없어 육아휴직 후 복직하여 육아시간을 신청한 사람을 교무부장으로 앉혀놓고 2시 30분 전에 교무부장과 관련된 모든 업무를 하도록 조정하였다고 한다. 또 어떤 일반고에서는  아무도 부장을 하지 않으려고 하고 학교장도 두손 두발을 놓아 투표를 했다고 했다. 이쯤 되니 부장을 하고 싶지 않았지만 맡을 사람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학교장이 2학기 내내 끈질기게 설득하여 결국 부장을 수락했다는 교사는 살신성인한 것처럼 보인다.   


  어찌 보면 사람이 힘든 일을 피하고 싶은 마음은 당연하다. 문제는 그렇게 다 기피하면 누가 부장을 하느냐는 것이다. 학교에서는 부장 교사에게 수당을 지급하고 승진 점수를 부여하며, 수업 시수를 경감해주기도 하는데 이걸로도 부장 교사를 잘 맡으려 하지 않는다. 업무 분장 시즌에는 부장 자리를 피하기 위한 눈치 게임까지 더해져 동료 교사들 사이 분위기가 냉랭해지기도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부장 교사 경력이 많으면 인사 발령에서 가산점을 부여하고 있는 시․도도 있는데 이 역시도 유인책 또는 보상으로써 부족하다. 게다가 부장 교사 경력이 많다고 외곽지로 발령을 내지 않는다면 외곽에 소재하는 학교엔 부장 경력이 적은 교사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아질 것이기 때문에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생각한다.


  자발적으로 부장 교사를 하겠다는 사람이 있는데, 어려운 일을 맡았음에도 불구하고 승진하려고 그런가 보다 하는 시선으로 보기도 한다. 그러면서 승진하려면 힘든 부장 업무를 맡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긴다. 부장 업무가 승진의 도구가 되다 보니 부장 교사가 업무를 추진할 때 동료 교사들은 그 일이 학교와 학생에게 어떤 도움이 되는가를 생각하기보다 개인의 영달(?)을 위한 과정이라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협력하려고도 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없을까?

  우선 부장 교사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부장 교사의 역할을 부서 업무의 총책임자이기도 하지만 부서의 리더로서 부원의 의견을 듣고 학교 관리자 혹은 다른 부서와 협의하여 추진하는 역할을 한다. 사실 부장 업무는 업무 자체의 어려움보다 업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다른 부서 혹은 부원, 관리자와 소통하고 조율하는데 많은 에너지가 들기 때문에 힘든 자리라고 생각한다.  이런 소통 역량은 사회 속에서 갖추어야 할. 혹은 길러야 하는 역량 중 하나이다. 간혹 자신은 부장직이 맞지 않는다며, 속된 말로 나자빠지는 교사가 있다. 어불성설이다. 교사는 교육을 하는 사람이 아닌가? 학습을 통해 긍정적 변화와 성장을 믿고 가르치는 사람이 해보지도 않고 맞지 않는다니. 그래서 부장 교사는 ‘능력 있는 사람’, 혹은 ‘나 아닌 누군가’가 맡는 것이 아니라, ‘교직 생활하는 동안 교사라면 모두가 반드시 맡아야 한다’는 인식을 갖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부장 교사 의무화’를 시행해 보는 것을 어떨까? 앞서 말했듯 현재의 유인책은 바람직하지도 않으며 효과도 미미하다. 부장 교사를 누가 맡느냐에 대한 갈등만 깊어지고만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유인책이나 보상보다는 1.연수를 통해 전 교사가 부장 교사를 할 수 있도록 역량을 키워주고 2.부장 교사를 의무화하는 것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1급 정교사 연수 때 부장 교사 기초 역량 개발 연수를 함께 하면 모든 교사가 보직을 맡기 위한 준비를 할 수 있을 것이다.2 연수에서 학교 조직의 중간 리더로서 부장 교사가 구성원과 어떻게 소통하고 협력해야 하는지 등 학교 조직의 민주적이고 협력적인 업무 풍토를 조성하기 위한 방안을 중심으로 구성하면 좋을 것이다. 이러한 조직 문화를 만들어 가는 것은 근본적으로 학교 분위기를 유연하고 개방적으로 만들어 다양한 교육활동을 마련하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또 나도 언젠가는 부장 교사를 할 것이라는 인식을 갖는다면 서로 다른 입장에 대해 관심을 갖고 더 생각해 볼 수 있고, 구성원끼리도 서로 호의적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아울러 부장 교사를 의무화하기 위한 제도를 다음과 같이 마련할 수도 있다. 우선 일정 경력이 되었을 때까지 부장 교사를 하지 않았을 경우 제재를 가하는 것이다. 어떤 학교장이 운영하는 블로그에서는 교직 경력 20년 차일 때 부장 경력이 2년 미만이면 호봉 승급을 1년간 유예하는 방안을 제안하였다. 이를 약간 변형하여 교직 6년 차부터 15년 차 사이에 부장 경력이 2년 이하이면 그 2년이 채워질 때까지 호봉 승급을 유예하는 것은 어떨까? 아울러 교감 승진에 있어 부장 경력을 가산점으로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부장 경력 3년 이하일 경우 교감 승진을 제한하는 것이다.


  물론 부장 교사 수당을 담임교사 수당만큼 올리고 업무가 과중되지 않도록 시수 조정을 하는 방안도 찬성이다. 이는 보상이라기보다 학교 조직의 원활한 운영을 위한 환경 조성으로서 당연한 것이라 생각한다. 이와 더불어 전 교사가 부장 교사를 해야 한다는 인식과 함께 부장 교사 의무화가 선행되어야 한다. 보상은 부장 교사 역할을 잘 수행하여 장기로 맡았을 때 교감 승진 가산점을 주거나 자율 휴직 시 1개월 급여를 지급하는 것은 어떨까? 함께 논의를 한다면 더 좋은 방법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올해 국회에서는 교무학사전담 교사제가 논의 중이라고 한다. 1월에는 이를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3 교사의 업무 과중을 덜기 위한 방안으로 제시된 이 제도에서 토론의 쟁점 중 하나는 승진 연계였다. 교육 분야 종사자 3,29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교무학사전담 교사제에 대한 설문 결과에 따르면, ‘별도의 인센티브가 없어야 함(24%)’과 ‘교육전문직원(장학사) 응시 시 필수 의무사항 (9%)’으로 하자는 의견이 33%였고, 이에 덧붙여 교무학사전담 교사를 순환보직으로 하자는 의견이 제시되었다.

  반대로 현실적인 수당 지급(37.3%)을 제외하고 보직에 대한 보상을 해주자는 의견으로는, 승진가산점 부여(19.5%)와 교육전문직(장학사) 응시 시 가산점 부여(8.2%)로 27.7%를 차지하였다.


                                        <교무학사전담교사의 인센티브 관련 응답>4

 

  근소한 차이기는 하지만 특별한 보상 없이 희망 교사가 맡거나 또는 순환으로 교무학사전담 교사제를 도입하자는 의견이 우세하다. 이것은 부장 교사를 의무화하자는 나의 의견과 맥을 같이 한다고 본다. 교사가 해야 하는 일에 위계를 두고 차등 보상을 하기보다는 공동체의 어려움을 함께 공감하고 소통과 협력으로 해결하려는 풍토를 만드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최근 많은 기업이 직급을 단순화하여 활발한 소통과 창의적 아이디어를 추구하고 있다. 이것이 4차 산업시대를 선도할 혁신을 일으키는데 밑거름이 되기 때문이다. 교육도 마찬가지이다. 교육과정만 바꾼다고 교육개혁이 되지 않는다. 혁신적인 교육과정이 나오더라도 교육 현장에서 바르게 운영되지 않는다면 교육개혁은 힘들 것이다. 이를 위해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 공동체부터 활발히 소통하고 협력하는 학교 조직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부장 의무제를 시행하여 협력하는 학교 조직 문화부터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




학교를 교과부장제로 운영하자는 주장도 있다. (김두루한 참배움연구소장, ‘행정부장제’를 ‘교과부장제’로, brunch, 2018.11.06., https://brunch.co.kr/@duruhan/113)

2 사실 반드시 1급 정교사 연수 때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여러 교사들과 소통하며 생각을 나눌 수 있도록 집합 연수 형태가 좋겠다.

강득구(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교원 정책의 새로운 패러다임 ‘교무학사 전담 교사제’ 정책토론회, 네이버 블로그, 2022.1.12., https://blog.naver.com/dulipapa/222619708078

위 블로그 첨부 자료 44쪽, 교무학사전담교사제 토론회 자료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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